
1992년 겨울, 심수봉은 공항에서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눈물로 기다리던 그 대상은 다름 아닌 그녀의 딸. 전남편과 이혼 후 온전히 딸에게 인생을 걸었던 심수봉에게 그 아이는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전남편의 부탁으로 잠시 보냈던 딸은 유모의 배신으로 8년 동안 연락이 끊기고 맙니다. 그 고통 속에서 심수봉은 노래 ‘아이야’를 만들었습니다.

단절된 모녀의 인연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다시 이어졌습니다.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 “핑클 사인 좀 받아주세요”라는 딸의 사소한 부탁이 심수봉에겐 기적 같았습니다.

모진 세월을 딛고 다시 시작된 모녀의 관계. 그러던 중 1993년, 라디오 PD였던 현재의 남편과 사랑에 빠진 심수봉은 오랜만에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 사랑은 곧 ‘비나리’라는 곡으로 태어났고, 그녀는 남편에게 이 노래를 일곱 번이나 불러주며 자신의 진심을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옵니다. 바로 딸의 강한 반대. “엄마, 나랑만 살자”라는 딸의 말에 결국 심수봉은 남편과의 삶을 포기하고 딸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남편과의 이별, 그리고 홀로 딸을 안고 떠난 미국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움 속에서 그녀는 또 하나의 노래를 탄생시킵니다. 바로 ‘이별 없는 사랑’. 이 곡은 남편과의 떨어져 지낸 시간 동안, 사랑을 간직한 채 외로움을 녹여낸 그녀의 고백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딸이 성인이 되고, 마침내 남편을 받아들이며 세 사람은 다시 가족이 됩니다. 긴 이별과 아픔을 지나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온 심수봉. 그녀는 오늘도 사랑과 상처, 그리고 용서를 담아 노래합니다. 단순한 가수가 아닌, 삶 자체를 노래하는 심수봉의 진심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