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머스크 로봇’... 생일 축하송 불러줬다

이해인 기자 2024. 10. 1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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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로이터

“너 생일이라고? 여러분~ 같이 생일 축하합시다. 생일 축하합니다~”

지난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에서는 때아닌 생일 파티가 벌어졌다. 좌중을 사로잡고 사람들로 하여금 축하 노래를 부르게 만든 주인공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밀 병기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이날 옵티머스 30여 대는 수백 명의 관중 사이를 걸어 다니며 ‘셀피’를 찍어주는가 하면 가위바위보 내기를 하고, 기념품을 나눠주며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지능을 갖춘 로봇이 인간을 위해 요리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내용의) 2004년 SF 영화 아이로봇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그래픽=김성규

이날 행사는 테슬라가 개발한 로보택시(무인 자율 주행 택시) ‘사이버캡(CyberCab)’을 공개하기 위해 열렸다. 하지만 머스크 CEO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일반 대중과 처음으로 직접 만난 날이기도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머리, 몸통, 팔, 다리를 지닌 로봇으로 인간처럼 행동하고 소통하는 로봇을 말한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머스크의 옵티머스는 키 약 173cm, 무게 57kg으로 한 번 충전으로 최대 8시간 동안 작동한다. 머스크의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개발한 언어 모델 ‘그록’이 탑재돼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내년 자사 테슬라 생산 공장에 옵티머스를 투입한 뒤 2026년에는 일반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머스크는 “아마도 2만~3만달러 정도면 옵티머스 로봇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험실 안에서 대중 속으로 걸어나오다

머스크는 로봇 개발에 진심이다. 이는 속도로 증명된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 중 가장 큰 일이 될 것이며 심지어 자율주행차보다 훨씬 더 큰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2021년 처음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계획을 발표한 뒤 이듬해 1세대 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을 내놨다. 그는 “대량 생산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풍요로운 미래, 빈곤이 없는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지만 당시만 해도 제대로 걷기조차 어려워 직원들이 들고 등장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단 1년 만인 지난해 말 공개한 2세대는 달랐다. 손가락을 이용해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 집어 끓는 물에 넣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손동작은 휴머노이드 기술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한 발로 서서 요가를 하거나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로 스쿼트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머스크의 옵티머스는 1년 만에 또 한 번 큰 진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험실이나 영상 속에서 존재했던 로봇이 실제 대중들 사이로 걸어 나왔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내가 오늘 보여주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옵티머스가 녹화된 영상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거였다”며 “로봇이 갇혀있지 않으니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요. 친절하게 대해주세요”라고 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엑스(옛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옵티머스와 소통한 영상을 쏟아내며 ‘미쳤다(insane)’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옵티머스는 영상 속 한 관중이 “너 점프할 수 있냐”고 묻자 “언젠가는”이라며 능청스럽게 답하는가 하면 “너한테 가장 어려운 게 뭐냐”고 묻자 “사람처럼 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유롭게 인간과 소통하는 모습에 일각에선 직원들이 원격으로 제어했다는 원격 조종 의혹까지 나왔다.

◇집 안의 자율 주행 비서, 친구

머스크는 이날 옵티머스를 소개하며 ‘친구’라는 단어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옵티머스는 당신이 원하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며 “선생님이 될 수도, 당신 자녀의 베이비시터가 될 수도 있고 개를 산책시키고 잔디를 깎으며 단지 너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이날 머스크가 공개한 영상 속에서 그가 옵티머스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비전이 공개됐다. ‘자율주행 비서, 휴머노이드 친구’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옵티머스는 집에 도착한 우편물을 정리하고 화분에 직접 물을 준다. 마트에 다녀온 주인이 차를 타고 돌아오자 마중을 나가 트렁크에서 장바구니를 꺼내 부엌으로 나른다. 마당에서 저녁을 즐기는 가족들에게 음료를 직접 갖다 주기도 하고 가족들과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아 보드 게임도 즐긴다. 머스크는 “옵티머스는 (인류가 개발한) 역대 최고의 제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지구 상 80억명 인구는 누구나 친구 옵티머스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한 형태의 로봇을 말한다. 머리, 몸통, 팔다리 등을 갖추고 있어 인간과 유사한 동작을 하며 인간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애틀러스, 피겨AI의 피겨02 등이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산업용과 가정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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