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 장기적으로는 내국인 고용에 긍정 영향"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내국인 고용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은이 30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 9월호를 보면, 이영호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 과장과 오태희 인천대 교수, 이장연 인천대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따른 국내 노동 시장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이들 연구자는 2015~2022년 사이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이용해 총 1만4744명의 7만2167개 관측 표본을 추출했다. 해당 표본으로 연구자들은 외국인의 지역별 유입 현황을 고려한 지역 간 변이 이용 방법(spatial approach)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내국인 노동시장 고용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인한 노동공급 충격이 내국인의 임금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지역 내 노동 공급량이 1% 증가할 때 오히려 내국인의 고용기회는 1.2%포인트가량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그 정도가 작아 통계적으로 뚜렷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이 결과는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식의 일부 우려는 근거 없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이 같은 결론이 나온 이유로 "외국인의 상당수가 (자국에서 받은) 교육 수준과 무관하게 (국내에서는) 비숙련분야에 종사함에 따라 내국인과의 대체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히려 특정 내국인 집단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더 큰 고용기회를 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연구자들이 내국인 표본을 저학력/고학력, 청년/중장년, 남성/여성 등으로 나눠 외국인 노동 공급이 내국인 고용 기회에 주는 영향을 비교한 결과, 고학력, 청년, 중장년, 여성의 취업에 미치는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저학력자의 경우 미약하게나마 외국인 노동 공급으로 취업 기회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도 외국인 노동자의 내국인 대비 비중이 1% 커질 때 내국인의 고용 기회는 2.6%p가량 커졌다. 즉, 남성은 외국인 노동자 공급이 많을수록 일자리에서 더 큰 긍정적 효과를 얻었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하위 그룹별로 외국인 유입이 내국인 고용 기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것은 외국인이 주로 근무하는 일자리의 특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외국인은 제조업, 농림어업, 광업, 건설업 등의 산업에서 주로 근무하는데 동 부문의 경우 주어진 임금 수준에서 내국인이 근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채용이 어렵고 내국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학력-남성 근로자의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자들은 "관련 산업에 속하는 사업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확보하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러한 변화는 내국인의 고용에도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외국인 고용이 오히려 내국인 고용을 유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이는 장기적 효과이며 단기적으로는 유의미한 영향이 나타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점도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임금의 경우도 외국인이 내국인 노동자에게 가하는 악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내국인은 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 특화(specialization)가 발생하면서 임금 하락 압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다만 지역별로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따른 임금 변화가 달리 나타났다.
외국인 유입에 따라 노동 공급량이 1% 늘어날 때 성장률이 높은 지역은 내국인 노동자의 누적 임금이 8.3% 증가했다. 반면 성장률이 낮은 지역의 내국인 노동자는 오히려 15.5%의 임금 감소를 누적적으로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산업 기반, 인구 등의 요인으로 고성장하는 지역과 저성장하는 지역에서 상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고성장 지역 내국인은 외국인 근로자 유입에 대응하여 좀 더 특화된 직무로 전환할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를 밝혔다.
연구자들은 "내국인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와 상반되는 외국인 증가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한 외국인력 활용과 외국인력 유입 시 내국인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능력을 갖춘 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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