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부드러운 모래무지 한마리에 소주 한잔 ‘찰떡궁합’…옥천 명물 ‘마주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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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식당을 운영하는 전창하 대표(72)는 마주조림의 핵심은 '메주콩'이라고 설명한다.
마침 설명이 끝나갈 때쯤 마주조림 한 냄비가 나왔다.
전 대표는 "모래무지 한마리에 소주 한잔, 밥 한술에 무 한조각을 먹다보면 냄비가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며 "옥천 사람들은 지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솔푸드로 마주조림을 찾아 먹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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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급해 잡자마자 금방 죽어
매운탕보다 걸쭉한 ‘조림’ 적합
메주콩 넣고 끓여 국물 구수해
살점은 시래기와 먹으면 ‘일품’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금강이 굽이치는 충북 옥천은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구절에 딱 들어맞는 지역이다. 예로부터 이곳 사람들은 강에서 나는 재료로 식탁을 풍성하게 차렸다. 작은 물고기를 프라이팬에 빙 둘러 바싹 구운 ‘도리뱅뱅이’이나 제철마다 잡히는 생선을 푹 고아 만든 ‘어죽’ 모두 옥천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이 가운데 지역민이 단연 최고로 꼽는 별미가 바로 ‘마주조림’이다. 마주는 금강지역에서 모래무지를 흔히 부르는 말이다.
모래무지는 부르는 이름이 많다. 지역에 따라 마주·마자·오개마자 등으로 불리고, 개울 바닥에 딱 붙어 서식하며 모래 속 먹이를 먹고 도로 모래를 뱉어낸다고 해 ‘취사어(吹沙魚)’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래무지 크기는 15∼25㎝로 작은 편이다. 배는 은백색, 등은 진한 갈색을 띤다. 꼬리 끝으로 갈수록 자연의 색과 흡사한 검은 점박이 무늬가 진해져 모래 속에 숨어 있으면 찾기 어려울 정도다.
모래무지는 탕·찌개보다 조림에 잘 어울린다. 성질이 급해 잡자마자 바로 죽기 때문에 신선한 재료로 끓여야 맛이 사는 매운탕엔 적합하지 않다. 은근한 불 위에서 입맛을 끄는 강한 양념에 오래 조려내는 요리법이 안성맞춤이다. 과거엔 흔히 먹던 마주조림이지만 이젠 아는 사람만 찾아 먹는 추억에 젖은 향토음식이 됐다. 옥천 토박이들은 “예전엔 그물에 걸리는 생선 태반이 마주였을 정도로 많았다”며 “최근 수질오염이 심해지면서 개체수가 확연히 줄어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금강 물길 근처 동이면 적하리에 있는 식당 ‘금강나루터’는 40년 전통 마주조림 전문점이다. 아직도 어렸을 때 먹던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60∼70대 어르신 단골손님이 여럿이다. 주말엔 멀리서 찾아오는 미식가들로 테이블마다 가득 찬다.
식당을 운영하는 전창하 대표(72)는 마주조림의 핵심은 ‘메주콩’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강바닥에 붙어 사는 생선일수록 비린내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메주콩을 아낌없이 활용해 잡내를 없애고 구수한 맛을 끌어올리는 것이 수십년 이어온 비법”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무·시래기·대파 등 갖은 채소와 실한 민물새우, 고춧가루·간장·마늘 등으로 양념을 하고 30분 정도 푹 조리면 끝”이라고 덧붙였다.
마침 설명이 끝나갈 때쯤 마주조림 한 냄비가 나왔다. 조림이라기엔 국물이 자박자박하게 많다. 걸쭉한 국물부터 떠먹어보니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칼칼한 뒷맛 덕에 개운함이 느껴진다. 모래무지는 원체 살이 부드러워 숟가락으로도 쉽게 으스러진다. 이를 국물 듬뿍 머금은 시래기와 함께 먹으면 된다.
전 대표는 “모래무지 한마리에 소주 한잔, 밥 한술에 무 한조각을 먹다보면 냄비가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며 “옥천 사람들은 지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솔푸드로 마주조림을 찾아 먹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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