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 공간 훔쳐서 34평 아파트를 52평으로 만든 사건의 결말
아파트 불법 개조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공용공간을 자신의 방처럼 불법 확장한 입주민의 사연이 밝혀져 ‘민폐 인테리어’ 논란을 빚었다. 22일 용인시에 따르면 기흥구에 있는 999세대 대단지 신축 아파트 1층에 입주한 A씨는 지난달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다. A씨는 이 공사로 약 112㎡(34평)짜리 아파트를 약 171㎡(52평)로 확장했다.
A씨의 세대는 테라스 타입으로, 집 바깥에 기둥만 있는 필로티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입주민들을 위한 시설 관리 등을 목적으로 조성된 곳으로, 엄연히 공용 공간이다. A씨는 거주하는 세대에 임의로 외벽을 뚫어 문을 설치한 뒤 벽을 세워 방을 넓혔다. 또 가벽을 세워 외부 출입을 제한하는 등 공용공간을 전용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에 한 주민은 “개인 물건을 쌓아두면 안 되는 구간에 붙박이장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주민들이 이상하다고 여겼다”며 “이후 공무원 조사 등을 통해 불법 시공 정황을 알게 됐는데 비상식적인 일이다 보니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의 A씨는 관리사무소와 입주민 측에 “해당 공간은 쓰레기나 낙엽 등이 유입되기 쉬운 데다, 외부인들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며 “입주자가 관리 부담을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 직접 관리 가능한 방법을 찾아봤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기흥구청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입주자는 복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작년 말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법 증축이라고 말 많았던 복도식 아파트 리모델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입주민 B씨가 아파트 복도에 별도로 구조물을 만들어 중문을 설치하는 과정이 담겼다. 아파트 복도에 별도의 구조물을 만들어 중문을 설치하고 잠금장치까지 부착했다. 공용 공간이었던 복도가 개별 공간이 된 것이다. 해당 게시물은 27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비상구 복도 근처에 자전거나 물건만 놓아도 소방법 위반인데 같이 사는 공간에서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 “공용 공간을 사유화한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소방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인테리어 업체가 입주자에게 불법 시공을 먼저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2021년에 열린 한 아파트 입주박람회에서 인테리어 업체들이 가벽을 허물고 ‘피트(PIT)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꾸며주겠다고 홍보한 일이 있었다. 아파트 일부 가구 내부에는 피트 공간이라 불리는 텅 빈 면적이 가벽 뒤에 숨어 있는데, 이 벽을 허물고 수납공간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집을 조금이라도 넓게 쓰려는 주민들은 비밀스럽게 벽을 허물고 피트 공간을 창고나 수납공간으로 쓰는 일이 많다. 그러나 피트 공간 확장은 공용 공간을 개인이 전용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불법이다. 불법 확장 공사 사실이 적발되면 피트 공간을 원상복구해야 하고 공동주택 관리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는다.
계속되는 불법 인테리어 논란에 한 건축공학과 교수는 “구조를 무단으로 변경해 임의로 내장 마감 공사를 하고 박스 같은 물품을 갖다 놓으면 방화(防火)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유독가스나 화재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소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