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式 묻지마 숙청에 군·당 내부 이상기후 감지…군부 2인자 장유샤 인맥 네트워크 조명

오랜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심의 ‘절대권력’ 체제가 유지돼 온 중국 내부 권력구도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군부 내에 시 주석에 대한 충성파들, 소위 ‘시자쥔’(习家军)이라 불리는 인물들이 연이어 숙청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현지에선 시진핑계 숙청을 주도하는 인물로 장유샤(張又俠)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1부주석을 지목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시 주석 측근들이 빠진 자리를 ‘친(親)장유샤계’ 인물들이 채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덕분에 중국은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이 장 부주석과 그의 측근들을 향하고 있다.
“권력은 총에서 나오고 총은 당을 지휘한다” 절대권력 시진핑의 대항마 ‘장유샤’(張又俠)
중국은 정부와 정당, 군대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독특한 권력체계를 갖춘 국가다. 국가 권력을 장악했다는 의미는 행정과 정치, 군부를 동시에 장악했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행정부 수장인 국가주석이 공산당과 중앙군사위원회(이하 중군위) 서열 1위 총서기, 주석 등을 동시에 역임한다. 중군위는 중국 군대를 지휘·통솔하는 군부 최고의 권력기구다. 현재 권력서열 1위는 시 주석 아래로 서열 2위 장유샤(張又俠)와 서열 3위 허웨이둥(何卫东) 등 2명의 부주석, 4명의 위원이 군부를 지탱하고 있다. 위원은 ▲둥쥔(董軍) 국방부장 ▲류진리(刘振立) 연합참모장 ▲먀오화(苗華) 정치공작부 주임 ▲장성민(张升民) 기율검사위원회 등이다.

최근 군부의 핵심 요직에 올라있던 인물 중 ‘친시진핑계’로 분류됐던 인물들이 부패 혐의로 숙청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 16차 회의에서 먀오화 중군위 정치공작부 주임의 위원직 해임안이 통과됐다. 먀오화는 지난해 11월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직무가 정지된 후 현재까지 자취를 감춘 상태다. 시 주석이 직접 중군위 위원으로 발탁한 먀오화는 시 주석이 푸젠성 성장을 지낼 당시 푸젠성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을 지녔다.
중군위 서열 3위이자 ‘시진핑의 심복’으로 불려 온 허웨이둥 부주석도 반부패 수사 대상에 오른 뒤 지난 3월 이후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올해 5월 9일 중국 국방부 공식 웹사이트에 허웨이둥에 관한 활동 보고서가 모두 삭제되기도 했다. 중국 현지에선 허웨이둥이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이후 부패에 연루돼 구금된 후 조사를 받던 도중 자살했다는 ‘사망설’이 확산되고 있다. 시진핑 절대권력 체제의 공신으로 꼽혀 온 쉬치량(許其亮) 전 중군위 부주석은 얼마 전 원인 모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직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공교롭게도 쉬치량 사망 전날 먀오화의 해임안이 발표됐다.

국제사회 안팎에선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중앙군사위 먀오화, 허웨이둥 등이 잇따라 실각한 이유로 암투 가능성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시 주석이 측근들을 내세워 군부 2인자인 장유샤 부주석과 그의 세력들을 숙청하려 했지만 오히려 역공을 맞아 군권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게 중화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 2023년 시 주석이 ▲리상푸(전 국방부장) ▲웨이펑허(전 리상푸 권한대행) ▲리위차오(전 로켓군 사령관) ▲류광빈(전 로렛군 부사령관) ▲우궈화(전 로켓군 부사령관) 등 장유샤의 지지 기반인 산시성·로켓군 출신 핵심 장성들까지 대거 밀어낸 일을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로켓군·중국인민경찰부대 지지기반 통한 中 군부 권력 장악…후진타오 전 주석과도 ‘끈끈’
장유샤는 군인으로서 화려한 배경과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중국 군부 내에서도 드물게 두 차례의 참전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79년 윈난성 제14집단군 중대장 신분으로 중국·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최일선에서 전장을 이끌었으며 1984년에는 라오산 전투에도 참전했다. 이러한 참전 이력은 군부 내 신임을 얻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유사의 집안 역시 엘리트 군인 가문이다. 장유사의 부친 장중쉰(張宗遜)은 국공내전 당시 마오쩌둥 휘하에서 활약을 했던 개국공신 장군이다. 지금도 그의 아버지 밑에서 복무했던 지휘관들은 군부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 군인 출신인 만큼 장유샤는 군부 내에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장유샤의 오른팔’로 불리는 중군위 멤버 장성민(张升民) 기율검사위원회 주임이다. 산시성 출신인 장성민은 로켓군 전신인 제2포병부대에서 수십 년간 복무하며 제2포병지휘대학 정치위원과 제2포병정치부 주임 등을 역임했다. 그는 로켓군 지도부가 대거 숙청된 이후 노골적으로 장유샤 지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중군위 멤버인 류진리(刘振立) 연합참모장도 장유샤와 함께 중국·베트남 전쟁에 수차례 참전한 이력을 가진 친 장유사계 인물로 꼽힌다.

장유샤계 인물들은 로켓군 출신 외에도 중국인민무장경찰부대(이하 경찰부대)에도 다수 포진해 있다. 장유사는 군 생활 초기 경찰부대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인물들과 인연을 맺었고 당시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부대는 중군위 직할 군대로 다른 나라의 헌병대처럼 군 사형집행 권한을 갖는 중국의 핵심 군대 조직이다. 경찰부대 내 대표적인 장유샤계 인물로는 지난달 사령관에 발탁된 차오쥔장(曹均章)과 올해 초 중장 진급과 함께 경찰부대 부사령관으로 발탁된 푸원화(付文化) 등이 꼽힌다. 두 사람은 모두 과거 장유샤가 경찰부대에 복무하던 시절 후임 간부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장유사의 군부 내 입지가 올라가면서 정치권과의 네트워크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시 주석의 절대권력 체제에 불만을 품었던 정치세력이 장유샤에 러브콜을 보내는 형식이다. 장유샤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정치권 인물로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의 맏아들 후더핑(胡德平) 통일전선부부 부부장 등이 지목된다. 후진타오는 지난 2020년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은 20차 공산당 당대회 폐막식 도중 시진핑의 지시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가는 모습이 포착된 적 있다. 지난 2023년 돌연 사망한 권력 서열 2위 리커창 전 총리를 지지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5월 공산당 원로들이 대거 참석한 중앙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시 주석의 퇴진 문제에 대해 논의가 진행됐다. 논의를 주도한 인물은 장유샤였으며 그를 지지하는 공산당 원로들이 퇴진 의견에 힘을 보탰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도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장유샤의 편에 섰다. 당시 퇴진 문제를 언급한 이들은 시 주석의 퇴진 사유로 ▲경제 위기의 초래 ▲무분별한 숙청으로 인한 독재정치 ▲대만과의 대립 관계 심화 등을 꼽았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중 하나로 시진핑의 권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확산되는 것 자체가 일부 정치적 내부 균열을 시사한다”며 “중국은 타 국가에 비해 군권의 영향력이 매우 높긴 하지만, 하나의 군부 세력 만으로 정치 권력을 가져올 수는 없기 때문에 최근 주목받는 장유샤의 배후에 그를 지지하는 군과 당의 핵심 인물들이 대거 자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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