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6·3지방선거와 지방자치·지방분권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막바지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지켜보는 시민의 눈엔 아쉬움도 적지 않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지역 현안과 정책 경쟁보다 중앙정치의 정쟁과 네거티브식 여야 대결 구도가 선거판을 지배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처럼 흐르는 현실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두 선거는 외교·안보·경제·복지 등에 대한 국가적 의제를 중심으로 치러진다. 정권심판론과 국정안정론, 여야 대결 구도와 같은 중앙정치 이슈가 핵심 소재다. 최근 선거에서도 검찰개혁 연금개혁 대북정책 정권평가 등 전국 단위 정치 현안이 주요 쟁점이 됐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구체적인 주민 삶의 현장에 기반을 둔 정책 선거가 돼야 한다.
부산은 시급한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관련한 해양수산 공공기관 등 해양행정, HMM 등 해운대기업을 비롯한 해양산업, 동남권산업투자공사 설치 등 해양금융, 부산해사국제상사법원의 성공적 운영을 통한 해사사법,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거점 역할 등 해양수도로서의 총괄적 기능 집적이라는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있다. 관련해 가덕도신공항 정상 완공과 국제관문공항 기능 활성화, 북항재개발과 원도심 활성화,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청년 유출 대책, 도시균형발전 등 부산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부산은 지금 중대한 전환기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 초집중 속에서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고, 산업구조 전환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반면 북극항로 개척과 글로벌물류 재편, 해양산업 고도화, 동남권 및 남부권 발전 전략 등 새로운 기회도 함께 열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 현안을 두고 후보들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검증받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지방선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선거 때마다 중앙정치 이슈가 지방선거에 그대로 옮겨온다. 여야 대립 구도와 정권심판론이 지역 현안보다 앞서고, 이번 선거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하겠지만 특정 정당 공천 여부가 후보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구조가 지배해 왔다. 지방선거가 지역의 미래를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라 중앙정치 세력의 대리전처럼 변질되는 것이다. 실제 부산시민이 체감하는 문제는 중앙정치 차원의 원색적인 공방과는 거리가 멀다. 시민은 청년 일자리와 지역경제 회복, 교통과 주거 문제, 지역 의료체계, 문화·관광 활성화, 원도심 공동화 문제 등 생활 현장의 과제 해결을 원한다. 연관해서 해양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북항 등 항만과 가덕신공항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해수부 이전을 어떻게 부산 발전과 연결할 것인지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정작 선거 과정에서는 이런 논의가 충분히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중앙집권적 정치구조에 있다. 대한민국의 입법과 행정권한의 집중을 통해 재정을 비롯한 주요 정책 결정 구조는 여전히 중앙정치권, 중앙정부 중심이다. 지방정부는 제반 권한과 재정에서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고, 주요 사업 역시 중앙정부 승인과 지원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당연히 중앙정부와 상대하는 중앙정치의 지배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의 자율성이 제한되다 보니 지방정치 역시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수직적 구조를 벗어나기 힘들다. 지방선거 선거구 설정, 후보자 공천 과정부터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지방분권은 단순히 권한 일부를 지방에 넘기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정치·행정·재정 구조를 분담하는 국가 혁신 과제다. 중앙정치 논리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급변하는 글로벌경쟁 속에서 도시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6·3지방선거는 부산의 미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다. 후보와 정당은 중앙정치 구호가 아니라 부산의 발전 전략으로 경쟁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향한 시민적 요구를 분명히 보여주는 계기가 돼야 한다. 부산시민의 현명한 판단만이 부산의 미래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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