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브랜드 갭·아베크롬비, 화려한 부활 가능했던 이유 [넘버스 투자생각]
👕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
· 고전하던 갭의 어닝서프라이즈
· ‘폭풍 성장’ 이룬 아베크롬비앤피치의 비결
· 인플레이션 둔화, 의류 쇼핑 증가로 이어질까
01.
제품 혁신과 경영 효율화로
깜짝 실적 달성한 갭
지난 몇 년간 인기 감소와 실적 악화로 시달리던 갭이 최근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조정해 미 증시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취임한 리처드 딕슨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 주도 하에 회사가 펼치고 있는 턴어라운드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딕슨은 세계적인 장난감 기업 마텔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 더 알고 가기!
· 턴어라운드: 일본 사에구사 다다시가 저술한 ‘턴어라운드 경영’에서 비롯된 용어로 침체된 조직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영업실적, 비즈니스 기본 전략, 조직문화를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갭은 90년대에 젊은 층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이후 자라, H&M, 유니클로 등 쟁쟁한 SPA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로 고전했고요. 이에 대응해 스타일과 제품을 다양화했지만 오히려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재고는 쌓여갔습니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은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팬데믹 기간에 쌓인 초과 저축 소진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재고는 더욱 쌓였고 적자가 이어졌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갭은 비용 절감과 경영 개선을 위해 여러 차례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고요. 딕슨은 작년 여름 취임 직후부터 갭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회사의 주력 브랜드를 되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유명 디자이너인 잭 포즌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딕슨과 포즌의 영입이 “크리에이티브 마인드가 없는 여러 리더들 이후 갭의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두 인물의 합류 후 갭 주가는 급등해 시장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번 실적 발표 전에도 패션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행사에서 스타들이 갭 제품을 입고 등장하면서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선기금 모금 행사 ‘메트 갈라’에서는 미 여배우 다빈 조이 랜돌프가 포즌이 디자인한 갭의 데님 가운을 입고 등장했고요. 최근 불가리가 주최한 파티에 유명 배우 앤 해서웨이가 갭의 셔츠 드레스를 착용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후 갭은 해당 드레스를 158달러에 판매했는데 순식간에 매진됐습니다. 이에 대해 딕슨은 “해서웨이의 드레스가 시장에 출시되고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서 매우 기뻤다”며 “마케팅과 혁신적인 미디어 전략을 통한 더 나은 스토리텔링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갭은 지난달 말 실적 발표를 통해 회계연도1분기(2~4월) 주당순이익(EPS)이 0.41달러라고 밝혔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인 0.14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분기 순이익은 1억5800만달러로 18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에 비해 크게 개선됐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 증가한 33억9000만달러로 이 또한 월가 예상치인 32억9000만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영업 마진은 5개 분기 연속 전년 대비 증가했고요. 재고는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해 재고 과잉 문제도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WSJ은 “갭이 매출 성장에 비해 재고를 낮은 수준에 유지했는데 이를 통해 분기가 진행됨에 따라 더욱 민첩하게 트렌드를 쫓아갈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1. 갭 산하 4개 브랜드인 갭, 올드네이비, 바나나리퍼블릭과 애틀레타의 동일 매장 매출은 모두 10년 만에 흑자 전환했는데요. 이 중 가장 중요한 브랜드인 올드네이비의 동일 매장 매출은 전년비 3% 성장해 시장 전망치인 2.3% 성장률을 웃돌았습니다.
2. 전문가들은 이런 턴어라운드의 배경에 닉슨 CEO의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더 나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관련 노력을 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3. 최근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아베크롬비도 지도부 교체와 브랜드 이미지 쇄신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프란 호로위츠 CEO는 아베크롬비를 날씬한 사람들만이 입는다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빅 사이즈 제품을 출시하는 등 이미지 변신에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