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L이앤씨가 소형모듈원전(SMR)과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을 미래 성장축으로 선언한 지 3년이 지났다. 박상신 대표이사 부회장 체제는 수익성 회복과 재무 안정화에서 성과를 냈다. 다음 과제로 지목된 것이 신사업 실행력이다. 투자와 협업, 기술 실증까지 기반을 다져온 DL이앤씨가 수주·매출로의 전환을 위한 포지셔닝을 구체화하고 있다.
3년의 성과 '투자·조직·기술'
DL이앤씨가 SMR과 CCUS를 신사업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기존 EPC 역량과의 시너지가 있다. 발전 플랜트와 석유화학 분야에서 쌓아온 대형 EPC 기술력이 원전 건설과 탄소포집 설비 시공에 적용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건설업계 전반에서 에너지 전환 흐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SMR과 CCUS는 기존 EPC 역량을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DL이앤씨의 SMR사업은 2023년 미국 엑스에너지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본격화됐다. 단순 재무 투자가 아니라 EPC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전략적 투자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정부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에 선정돼 12억달러 규모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업으로 텍사스 다우 공장 부지에서 SMR 초도호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아마존도 엑스에너지에 5억달러를 투자하며 2039년까지 5GW 규모 SMR 도입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SMR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는 시점에 DL이앤씨는 초기 투자자로 진입했다.
DL이앤씨는 협업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혔다. 2024년 엑스에너지·한전KPS와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해 SMR 플랜트 EPC뿐 아니라 운영·보수까지 전 주기 기술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노르웨이 원전 건설 계획과 MOU를 체결했고 필리핀 최대 전력기업 메랄코와 SMR 도입 협력 MOU를 맺었다. 사내에는 엑스에너지 투자 이후 원자력·SMR사업팀을 별도 신설해 전담 조직도 갖췄다.

CCUS사업은 2022년 자회사 카본코 설립으로 시작됐다. 카본코는 이산화탄소 흡수제를 개발하면서 기존 상용 흡수제 대비 에너지 소비를 46% 이상 줄이는 성능을 확보했다.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도 시작됐다. 2024년 캐나다 비료업체 제네시스 퍼틸라이저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DL이앤씨가 기본설계(FEED), 카본코가 CCUS 기술 라이선스를 공급하는 구조다. 포천복합화력발전소에서는 파일럿 설비 기반 기술 검증과 연구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흡수제 성능과 공정 안정성을 실증 데이터로 검증하는 단계다.
'기반에서 실적으로' 수주 파이프라인 구축
SMR·CCUS는 초기 투자부터 상용화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구조적 특성상 단기 수익 인식보다 기반 구축이 우선되는 사업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SMR, CCUS 등은 기술 검증 및 글로벌 파트너 협력, 해외 프로젝트 검토 등을 통해 사업 기회를 단계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엑스에너지 초도호기의 경우 지난해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건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검토가 진행 중이다. 건설허가 결과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나올 전망이다. EPC 파트너인 DL이앤씨의 실질적 수주는 인허가 완료 이후 단계다.
DL이앤씨는 초도호기 이후 프로젝트도 겨냥하고 있다. 대상은 미국 워싱턴주 에너지 노스웨스트가 발표한 SMR 프로젝트 3개다. 아마존이 전력구매계약(PPA) 체결과 직접 투자를 밝힌 사업으로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이미 엑스에너지와 일부 설계 작업에 참여하고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경험을 쌓고 있다.

올해 플랜트 수주 목표 3조원과 관련해 DL이앤씨 측은 "해외 화공 신사업은 기존 화공 플랜트뿐 아니라 SMR·CCUS 등 에너지 전환 관련 신규 사업도 포함한다"고 밝혔다. 초기 단계부터 구조 설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EPC 경쟁력과 신사업 경험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향후 기존 EPC와의 시너지를 통해 수주와 매출 기여도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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