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오타니가 당했다…인사성 끝판왕 김혜성의 ‘역습’

SNS 캡처

“그분”이라는 호칭

아직 캠프 초반이다. 하나하나가 관심거리다. 특히 타격 훈련(라이브 배팅)이 눈길을 끈다. 폼 수정이 알려진 탓이다.

유명한 TV에서만 보던 투수들의 공을 칠 기회도 생긴다. 타일러 글래스나우, 커비 예이츠, 알렉스 베시아 등을 상대했다. 한국 취재진의 궁금증도 많다.

기자 “라이브 (배팅) 좀 쳐보니 어땠어요?”
혜성 “처음 보는 투수들이고, 다 공이 좋아서, 재밌었어요.”

기자 “안타성 타구도 몇 개 있었던 것 같은데.”

혜성 “네, 나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수정하는 부분만 신경 쓰고 있는데, 그 부분은 뭐 그냥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기자 “(투구의) 속도감이나 이런 건 좀 괜찮았어요?”

혜성 “네, 그건 괜찮았던 것 같아요.”

사실 뻔한 문답이다. <…구라다>의 흥미를 끌 리 없다. 그중 솔깃한 내용은 따로 있다. 유튜브 채널 <썸타임즈> 중에 나온다. 이영미 기자와의 문답이다.

썸타임즈 “글래스나우 공을 직접 본 소감은 어떤가요?”

혜성 “커브가 살벌하던데요? 직구가 하나도 안 와서, 직구는 모르겠고….”

썸타임즈 “예이츠 선수는요?”

혜성 “그.분.거.는. 다행히 실투가 들어와서, (안타성) 타구를 앞으로 날렸던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 = OSEN

등장인물의 나이와 호칭

‘그분’. 일반적인 인터뷰에서는 듣기 어려운 호칭이다. 한국 선수와 한국 보도진의 대화다. 이럴 때 외국 선수를 향해 존칭 한다? 그런 경우는 일상적이지 않다.

혹시 모른다. 평소에 존경하는 마음이 너무 크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냥 말하는 습관이 그런 것 같다.

또 다른 인터뷰다.

기자 “블레이크 스넬과 식사를 했다고 하던데….”

혜성 “스넬 형이 워낙에 좋은 말을 항상 해주는데. 자신감을 갖고 하라고. (김) 하성이 형이랑 (이) 정후도 같은 팀에 있었는데, 성격이 워낙 좋은 것 같아요. 밥값도 내주시고….”

기자 “다른 선수들과 식사하거나 그런 적이….”

혜성 “개빈 스톤 선수가 집으로 초대해 줘서 간 적이 있어요. 개빈 스톤 선수는 여기 다저스에 있던 최현일 선수랑 친하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정리할 게 있다. 호칭이다. 그분, ~형, ~선수…. 등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과연 명확하게 인식한 것일까. 각자의 나이를 살펴봐야 한다.

본인 (김혜성) 26세, 1999년생

그분 (커비 예이츠) 37세, 1987년생

~ 형 (블레이크 스넬) 32세, 1992년생

~ 형 (김하성) 29세, 1995년생

~ 선수 (개빈 스톤) 26세, 1998년생

~ 선수 (최현일) 24세, 2000년생

사진 제공 = OSEN

그는 빠른 년생이다

무척 정확하다. 아마 신상 정보를 훤히 꿰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호칭 정리를 확실히 한 것 같다. 예이츠는 10살 차이다. 깎듯이 ‘그분’이라고 모신 것은, 그래서 이해가 된다.

한 가지 묘한 부분이 있다. 개빈 스톤이다. 엄연히 1살이 많다. 오뉴월 하루 볕이 얼마나 무서운데. 그런데도 절대 ‘~형’으로 부르지 않는다. 집에 초대해 밥자리까지 함께 했는데 말이다. 이런 결례가 있나.

하지만 간단한 수학 문제가 아니다. 논리학적 유추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정후를 미뤄 짐작해야 한다. 바람의 손자 역시 1998년생이다. 스톤과 동갑이고, 혜성보다 1년 위다. 그런데 둘(이정후-김혜성)은 잘 알려진 절친이다.

호칭에 민감한 청년은 1월(27일) 생이다. 이른바 빠른 년생이다. 때문에 1998년생들과 학교를 같이 다녔고, 당연히 프로 입단도 같은 해에 했다. 다들 친구로 지낸다. 그래서 스톤과도 서열 정리가 끝난 것 같다. (하긴, 미국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어디 호칭뿐이겠나. 깍듯한 인사는 동방예의지국의 기본이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겸손하게 고개를 숙인다. 심지어 동료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캠프 초반 가장 살뜰히 챙겨준 선수가 있다. 무키 베츠(32)다. 여러 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기술적인 것, 멘털에 대한 부분. 심지어 훈련장을 찾은 팬들의 호응도 유도한다. “레츠 고, 다저스(Let’s go, Dodgers)”라는 함성이다.

그러면서 내야 펑고의 마지막은 신입이 장식하도록 배려해 준다. ‘오늘 훈련의 주인공을 만들어주겠다’라는 갸륵한 뜻이다.

어찌 그런 마음을 모르겠나. 예의 바른 루키는 조언을 경청한 뒤에도,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하늘 같은 사부를 모시는 경건한 태도다.

사진 제공 = OSEN

하이파이브는 두 손으로 공손히

일상적인 하이 파이브도 아직은 좀 그렇다.

그림자도 밟을 수 없는 코치 또는 스태프 선생님들이다. 혹은 본인 말처럼 ‘TV에서만 보던 스타들’이다. 감히 맞먹는 무례는 범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왼손이 따라 올라간다. 두 손으로 하는 겸손한 자세다.

최고의 깍듯함은 최고의 스타를 향할 때 더 선명해진다. 월드 스타 오타니 쇼헤이(30)를 언급할 때다.

한국에서 간 취재진이 묻는다. “아무래도 오타니와 얘기가 관심을 많이 받는다. 에피소드가 있으면 알려 달라.”

그러자 이런 대답이 나온다. “딱히 다른 것은 없고요. 매일 출근하.시.면.서….” 여기서 한국 기자들이 빙긋이 웃음 짓는다. “출근하.시.면.서….” 라는 부분을 음미하기도 한다.

바로 반박이 나온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니.까…. 인사하고, 한국말을 계속 써 주.시.니.까, 저도 일본어를 조금씩 쓰고 있습니다. ‘How are you’가 한국말로 ‘오늘 어때’라고 알려주니, 그걸 많이 써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예의와 인사성은 오타니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판도가 달라졌다. 한국에서 온 끝판왕 때문이다.

캠프 초반의 ‘역습’ 장면도 있다. 그라운드에서 벌어진 찰나의 순간이다. 다른 선수들과 잡담 중이던 월드 스타를 향해 기습이 펼쳐진다. 새내기의 정중한 인사 공격이다.

짝다리 자세로 당한 MVP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더니, 고개를 숙인다. 그걸로 ‘예의 바름 1차전’은 완승국이 됐다.

SNS 캡처

많이들 그렇게 말한다.

‘그럴 필요 없다.’

‘미국이면, 미국식으로 해라.’

‘지나친 겸손과 예의는 득 될 것 없다.’

‘괜히 웃음거리가 될지 모른다. 그냥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괜히 의식할 필요도 없다. 천성이 그런 걸 어떻게 하나. 누구 못지않은 바른생활 청년이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된다. 그들도 동양의 예법과 격식을 모르지 않는다. 웃음거리로 여기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

존중받는 길은 딱 하나다. 실력이다. 그걸 입증하면 된다.

사진 제공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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