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CIS 2026' 금융권·기업 집결…'코인·RWA' 주도권 경쟁 본격화

전시현 기자 2026. 4.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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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인베스트먼트 쇼, ‘코인’ 넘어 금융 인프라로 인식…기관 진입 '신호탄'
증권·운용·은행권·기업 참가...유동성·결제·RWA 진단
'CIS 2026: 기관 투자자 포럼'에서 디지털 자산 시장의 글로벌 자본 흐름과 인프라 구조를 주제로 로비 나카르미 소라벤처스 파트너가 발표하고 있다./전시현 기자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디지털 자산 시장이 개인 투자자 중심 국면을 지나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크립토 인베스트먼트 쇼(Crypto Investment Show·CIS) 2026'에서는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은행, 글로벌 트레이딩 회사, 이더리움 생태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시장 구조 변화와 제도권 편입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날 포럼의 핵심 의제는 국내 투자자 지형 변화, 기관의 준비 수준, 시장 유동성 이동, 스테이블코인 활용, 실물자산 토큰화(RWA)였다. 발표와 토론 전반에서는 디지털 자산이 더 이상 주변부 실험이 아니라 제도권 자본이 검토할 다음 투자·금융 시장이라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행사 초반부터 현장 분위기를 관통한 키워드는 '준비'였다. 규제 환경이 정비될 경우 누가 먼저 상품을 설계하고, 고객을 확보하며, 신뢰를 구축하느냐가 향후 경쟁 구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인식이 금융권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관 및 투자자 관점에서 디지털 자산 시장을 진단하는 'CIS 2026: 기관 투자자 포럼'이 17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중동 지역 디지털 자산 전략 세션을 경청하고 있다. /전시현 기자 

▲ 기관이 보는 투자자, 달라진 접근법

첫 번째 패널은 '한국 가상자산 투자자에 대한 이해와 기관들의 준비 방향'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상원 파인트리증권 이사가 좌장을 맡고,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부사장, 강병화 메리츠증권 상무, 강기범 하나증권 본부장, 박준하 토스뱅크 관계자, 안인성 한화투자증권 부사장이 참여했다.

토론의 초점은 국내 투자자가 디지털 자산을 어떤 경로로 수용하고 있으며, 기관은 어떤 상품 구조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맞춰졌다. 패널들은 시장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수록 기술 자체보다 상품 설계, 투자자 보호, 유통 구조, 신뢰 확보가 더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봤다.

국내 금융회사의 시각 변화도 확인됐다. 과거에는 변동성과 규제 불확실성, 보안 리스크가 주로 거론됐지만, 이제는 결제 속도와 수수료 절감, 거래 투명성, 글로벌 접근성 같은 실용적 요소가 함께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가 디지털 자산을 연구 대상으로 보는 단계를 넘어 실제 금융상품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17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CIS 2026: 기관 투자자 포럼'에서 김준우 크로스앵글 대표가 '글로벌 자본과 파편화된 인프라'를 역설하며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전시현 기자 

▲ 유동성과 알파, 가격보다 구조가 변수

두 번째 패널은 '사이클을 읽고, 유동성과 알파가 어디에 있는가'를 주제로 열렸다. 지현 리 파인트리증권 이사가 좌장을 맡았고, 안신욱 창업자, 이탄 인마이츠캐피털 관계자, CJ 퐁 GSR마켓 관계자, 한지경 플로우트레이더스 관계자가 패널로 나섰다.

이 세션에서는 시장 방향을 단순히 가격 전망으로 해석하기보다 유동성이 어떤 자산군과 플랫폼, 거래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데 논의가 집중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 자체보다 파생상품 구조, 스테이블코인 흐름, 장외 유동성, 기관 주문 집행 방식이 시장 체력을 가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포럼 전반에서는 디지털 자산 시장이 '서사 중심 시장'에서 '구조 중심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인식도 확인됐다. 누가 더 강한 낙관론을 제시하느냐보다 누가 더 안정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더 낮은 비용으로 거래를 연결하며, 더 넓은 고객층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알파의 원천 역시 단순한 정보 비대칭을 넘어 시장 구조와 집행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 스테이블코인, 투자자산 넘어 결제 인프라로

이날 발표 가운데 시장 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대목은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발표였다. 신 파트너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약 3000억달러에 이르고, 거래 회전 속도는 시가총액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결제 레이어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랙록, 모건스탠리,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금융·결제 기업이 이 흐름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토큰이 가치 저장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송금과 정산, 결제, 기업 재무 관리의 기반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논의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원론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미 어디에 활용되고 있는지, 누가 먼저 제도권 금융 구조 안으로 편입할 것인지를 따지는 쪽에 가까웠다. 향후 경쟁력은 코인을 직접 발행하느냐보다 그 위에 어떤 서비스와 통제 체계, 신뢰 장치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 한화證, DAP 구상 공개… 기관자금 시대 준비

이날 가장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한 곳은 한화투자증권이었다. 손종민 한화투자증권 전무는 '한화 디지털자산 플랫폼(DAP)' 구상을 공개하고, 사모 시장 토큰화를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부동산과 지식재산권(IP), 비상장주식 등 기존에 접근 장벽이 높았던 자산을 디지털 구조로 재편해 '에브리싱 인베스트먼트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초기 고객군으로는 고액자산가(HNWI)와 자산 축적 단계의 고소득층(HENRY)을 제시했다. 이후 초고액자산가와 대중 시장으로 확장하는 단계별 전략도 내놨다. 글로벌 론칭 시점으로는 2027년 1분기를 언급했고, 동남아 계열사 등을 거점으로 한 해외 전개 계획도 소개했다.

손 전무는 발표에서 "금융의 미래는 토큰화"라고 밝히며, "트레이드파이(TradFi)와 디파이(DeFi)의 장점을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디파이가 앞서 있었다면 이제는 전통 금융의 시간이며, 디파이가 채우기 어려운 신뢰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를 'TraDeFi'라는 표현으로 제시했다. 전통 금융의 신뢰와 투자자 보호, 디파이의 속도와 효율을 결합하겠다는 의미다.

세 번째 패널 '기관 시대의 디지털 자산과 자본 흐름'에서는 기관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으로 수탁, 규제 대응, 회계 처리, 내부 통제, 유통시장 설계 등이 거론됐다. 기관 자금은 개인 자금보다 진입 속도는 느리지만, 일단 들어오면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꾼다는 점도 재차 강조됐다.

이더리움 쇼케이스 세션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이어졌다. 이더리움이 단순한 개발자 생태계를 넘어 기관용 금융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장이 이제는 '어느 체인이 더 빠른가'보다 '어느 네트워크가 더 안정적으로 기관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목이다.

이번 포럼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무게중심이 가격 변동성 논의에서 기관, 신뢰, 결제, 토큰화, 실물자산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디파이가 속도와 효율을 입증했다면, 전통 금융은 신뢰와 규율을 앞세워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두 축이 만나는 지점에서 다음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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