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보이콧카타르, '축구로 먹고사는' 유럽 술집에도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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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진심'인 독일 스포츠 펍들이 카타르 월드컵 보이콧에 동참하고 있다.
"인권 침해 국가인 카타르에서 열리는 경기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말이다.
카타르가 경기장·호텔 등 월드컵 기반 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착취했다는 게 인권 탄압의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카타르의 인권 침해 실태를 생각하며 찜찜한 마음으로 축구를 보느니, 아예 축구를 보지 않는 게 낫다"(파르고 직원 요식씨)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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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중계'로 매출 올리는 스포츠 펍도 가세
"찜찜한 마음으로 보기 싫어... FIFA에 항의"
#1. 독일 수도 베를린 번화가의 펍(PUB) '파르고'. 스포츠 경기 중계를 하는 것으로 이름난 술집이다. 월드컵은 '매출 대박'을 낼 기회이지만, 파르고는 단 한 경기도 틀지 않기로 했다. 가게 곳곳엔 '보이콧 카타르(Boycott Qatar∙카타르 월드컵 거부)'라고 적힌 포스터와 플래카드를 붙여 뒀다.
#2. 인근의 또 다른 스포츠 펍 '파넨카트링크'도 같은 결정을 했다. 가게 안엔 "우리 술집엔 카타르가 없습니다. 손님들의 이해를 바랍니다"라고 공지돼 있었다.
축구에 '진심'인 독일 스포츠 펍들이 카타르 월드컵 보이콧에 동참하고 있다. "인권 침해 국가인 카타르에서 열리는 경기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말이다. 카타르가 경기장·호텔 등 월드컵 기반 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착취했다는 게 인권 탄압의 대표적 사례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주 노동자 6,700명이 숨졌다고 추산한다. 보이콧에 나선 술집들이 축구공이 놓인 잔디밭 아래 유골이 묻혀 있는 장면을 담은 그림을 가게에 걸어 둔 이유다.
22일 현재 보이콧 참여 의사를 밝힌 펍은 독일 전역에 200곳 정도다. 다음 달 19일 월드컵 폐막식까지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스포츠 펍들의 보이콧 동력은 독일에서 가장 거세고, 영국 등 다른 국가에도 번지고 있다. 영국의 펍 전문 주간지 모닝어드버타이저는 자체 조사 결과 펍 운영자 110명 중 57명이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걸면서까지 월드컵 보이콧에 가담한 이유는 뭘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이들은 "카타르의 인권 침해 실태를 생각하며 찜찜한 마음으로 축구를 보느니, 아예 축구를 보지 않는 게 낫다"(파르고 직원 요식씨)고 입을 모았다.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축구를 둘러싼 인권 논란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스포츠와 사회적 현안을 연계해선 안 된다는 '스포츠 중립성'을 고수하고 있다. 요식씨는 "카타르가 '스포츠 워싱'(스포츠 정신·감동을 앞세워 부정적 평판을 가린다는 뜻)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포츠가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당위는 성립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이들은 카타르 보이콧 운동이 향후 FIFA의 결정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 파넨카트링크 운영자 안차 모자씨는 "카타르를 월드컵 개최지로 선택한 FIFA의 어리석은 결정에 항의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른바 '인권 후진국'들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인권 증진에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다. 펍 '프라이버이터'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저항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보이콧을 적극 응원하는 손님도 있지만, 매출 감소 걱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에 펍들은 월드컵 중계를 대체할 프로그램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 카타르 인권 침해 실태를 전파하고 스포츠 워싱을 알리는 강연이 대표적이다.
다만 생업을 건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펍 관계자는 "보이콧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괜한 불매 운동 불똥이 튈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씁쓸해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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