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port] 경기항공고등학교 양우진

종이비행기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종이비행기를 날려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조그만 종잇장이 제법 그럴듯한 비행기 모양을 갖추고, 작은 손끝의 힘만으로도 하늘로 떠오른다. 손끝에서 시작된 비행은 잠시뿐일지라도, 높은 곳을 향해 날려 보내려 하는 마음만은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즌을 앞둔 어린 투수의 글러브 위에서 그 비행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작은 종이비행기는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며 날아가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 닿기도 한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완벽한 경로를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날아오르는 순간을 믿고 끝까지 비행을 이어가는 것. 여정의 끝은 알 수 없지만, 간절한 마음을 담아 던진 공은 휘청거리면서도 제 궤도로 날아가는 종이비행기처럼 분명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거센 바람을 타고 종이비행기가 날아가듯, 소년의 공도 흔들림 속에서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순간순간 온 힘을 다해, 마지막까지 공을 던지는 것뿐이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Eunbin Yang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양우진

출생 2007년 6월 5일
신체조건 190cm 98kg
출신교 경기 수원신곡초 - 경기 수원북중 - 경기항공고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4시즌 성적 6경기 25.1이닝 평균자책점 1.80 2승 1패 28탈삼진 16사사구 16피안타

#소중했던 1년

평균자책점 1.80이라는 훌륭한 성적으로 작년을 마무리했어요. 본인의 2024시즌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인가요?
50점이요. 변화구의 디테일과 제구 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크게 성장했고 여러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한 해였지만,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고 느껴서 앞으로 나머지 절반을 잘 채워 보려고요.

고교야구 주말리그에서 라온고를 상대로 5:2로 승리했어요. 본인도 7.2이닝 동안 103구를 던지며 호투했는데, 당시 어떤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올랐나요?
라온고와 1위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시합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전국대회 출전권을 얻는 상황이었어요. 정말 중요한 시합이었는데, 복잡하게 접근하기보다는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등판했던 기억이 납니다. (투구를 마쳤을 때 더그아웃 분위기는 어땠어요?) 긴 이닝 동안 투구를 마치고 내려왔는데, 동료들이 크게 격려해 줬어요. 형들도 수고 많았다고, 고맙다고 해 줘서 뿌듯했습니다.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에서 강릉고를 상대로 또다시 100구 이상의 투구를 펼쳤잖아요. 투구 수가 늘어났을 때도 구위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제가 오랜만에 등판한 시합이었어요. 그리고 이날도 중요한 경기였는데, 그날따라 긴장이 엄청나게 되더라고요. 그 영향으로 경기 초반에 투구 수가 많아졌는데, 최선을 다해 던진 뒤에 마운드를 내려오고 싶어서 이를 악물고 던졌습니다.

1학년 때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고, 2학년 때는 선발 투수로서 대부분의 경기를 소화했어요. 더 선호하는 보직이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중간 투수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선발 투수들도 멋진 역할을 소화하지만, 위기 상황에 등판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구원 투수도 멋있더라고요. 확실한 구위를 바탕으로 팀의 위기를 진압하는 소방수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야구가 좋아서

야구를 처음 시작한 배경이 궁금해요.
가족들이 모두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어릴 때부터 경기장에 가서 응원했던 기억이 나요. 저도 워낙 재밌게 즐겨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어떤 팀을 응원했나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요. 당시엔 목동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시절에 가족들과 함께 직관을 자주 갔어요.

야구선수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뭐였어요?
특별한 계기는 없고, 어릴 때 시합을 보면서 막연하게 ‘프로들이 뛰는 구장에서 나도 뛰어보고 싶다’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 마음을 가지고 계속 즐기며 훈련하다 보니 어느덧 신인드래프트 지명과 프로 입단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투수라는 포지션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궁금해요!
투수는 경기를 이끌어 가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공을 던져야 시합이 진행되고, 삼진 혹은 범타 유도를 통해 아웃 카운트를 잡으면 스스로 이닝을 끝낼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만약 야수였다면 어떤 포지션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까진 포수였거든요. 아마 투수를 하지 않았으면 학생 때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포수를 했을 것 같아요.

현재 등번호 18번을 사용하고 있어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처음 18번을 사용한 게 중학교 3학년 때였는데, 등번호를 바꾸고 나서 구속도 빨라지고 실력도 엄청나게 늘었어요. 공교롭게도 18번을 단 뒤로 성적도 좋아졌거든요. 제게 잘 맞는 번호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경기할 때 꼭 지키는 루틴이 있나요?
고정적으로 하는 행동은 없는데, 등판이 예고된 날에는 시합 전에 최대한 체력을 아껴둬요. 등판 전에 이것저것 준비하고 나면 상대적으로 시합할 때 힘을 100% 발휘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하루 종일 체력을 비축했다가 마운드 위에서 모든 힘을 쓰고 내려오는 편입니다.

#강속구 투수

150km/h를 상회하는 묵직한 직구가 인상적이에요. 본인의 직구가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제 공은 속도도 빠르지만, 회전수가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타석에서 제 공을 본 타자들이 ‘공이 살아서 들어온다’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타자가 쉽게 대처하기 어려운 공이라는 점이 제 직구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안정적인 제구력을 유지하고 있어요. 구속을 유지하면서 제구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투수들의 로망 중 하나가 삼진으로 타자를 돌려세우는 거잖아요. 근데 삼진을 잡으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투구 수가 늘어나고 제구가 흔들릴 때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공 하나하나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던지면서 빠르게 승부를 보려고 하는 편입니다.

구속이 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다면요?
저도 중학생 때는 공이 그렇게 빠르지 않은, 그저 그런 선수였어요. 팀에 실력이 월등히 좋은 동료도 많았고요. 하지만 목표를 크게 잡고 그걸 위해 작은 것부터 하나씩 달성하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공을 던지니까 실력과 구속이 함께 늘었습니다.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훈련에 매진하다 보면 언젠가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변화구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뭔가요?
슬라이더가 가장 자신 있어요. 그리고 비시즌에 체인지업도 구사하기 시작해서, 올해 잘 활용해 볼 예정입니다.

기존의 투구 방식에서 변화를 주려고 하는 구종이 있나요?
슬라이더를 두 종류로 던지려고 연습하고 있어요.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기 위해 던지는 슬라이더 하나와 유인구로 활용할 빠른 슬라이더를 모두 갖추려고요. 두 종류의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후회 없는 시간

야구를 하며 어떤 순간에 가장 큰 행복을 느끼나요?
제가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였을 때 행복하긴 하지만, 야구는 팀 스포츠니까요. 팀이 비등비등한 상황에서 끝내기로 이기거나,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지켜내는 상황이 가장 신나고 재밌습니다.

반대로 어떤 순간에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지도 궁금해요.
자신 있는 공을 던졌는데 타자가 그 공을 안타로 연결할 때 기분이 상해요. 확신을 담아서 던진 공이 공략을 당하면 여러 생각이 들어요. (볼넷 허용과 안타 허용 중 어떤 게 더 싫어요?) 주변에서는 차라리 안타를 맞는 게 낫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저는 안타를 맞으면 타자에게 지는 기분이라 별로예요. 근데 볼넷을 내주는 것도 다음 타자와의 승부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둘 다 싫어요. (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요?
작년에 신세계 이마트 배 전국 고교야구대회에서 치른 신일고등학교와의 맞대결(4월 4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날 유난히 밸런스가 별로라서 실점을 많이 했거든요. 아쉬움이 진하게 남은 경기입니다. (보통 잘한 시합을 기억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의외네요?) 등판 내용을 복기해보니 준비 과정에 아쉬움이 크더라고요. 좋지 않은 기억이지만, 그 경험을 통해 어떻게 투구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돼서 이번 시즌은 더욱 철저히 준비해 보려 합니다.

롤 모델은 누구인가요?
키움 히어로즈의 안우진 선배를 닮고 싶습니다.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나오는 묵직하고도 강력한 공이 멋있고요. 직구뿐 아니라 변화구 역시 자유자재로 구사하시는 점도 본받고 싶어요. (안우진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할 건가요?) 선배님, 정말 팬입니다! (‘제 이름도 우진입니다’라고 해야죠!) 앗… 그건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부끄)

어떤 선수를 꿈꾸고 있나요?
‘믿음이 가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팀과 팬분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시즌을 준비하고 있어요. 올 한 해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낼 예정인가요?
우선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목표고요. 지나간 시간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경기항공고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해서 전국대회 우승을 꼭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160km/h를 기록하는 게 가장 큰 꿈입니다. 그리고 프로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데뷔 시즌에 활약해서 신인왕에도 도전해 보고, 골든글러브도 받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에게 한마디 남기면서 인터뷰 마칠게요!
작년에 조금은 아쉬운 성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는데요. 올해는 꼭 전국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서 TV 중계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8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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