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먹었는데… 지금은 없어서 귀한 대접 받는 ‘한국 생선’

여수에서 꼭 맛봐야 할 봄 제철 생선 '서대'
서대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 ONGUSHI-shutterstock.com

바람이 부드러워지는 봄. 여수 항구 근처엔 아침부터 시장 손님이 몰려든다. 바닷가를 따라 걷다 보면 멸치며 바지락, 서대가 줄지어 놓인 좌판이 시선을 잡는다. 여수의 봄은 입으로 먼저 온다고 한다. 봄꽃보다 회 한 접시, 바다보다 생선 한 마리가 먼저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지금 제철을 맞은 생선이 있다. 여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봄 생선, 이름은 '서대'다.

혀처럼 납작한 생김새, 조선 시대부터 먹어온 생선

서대 자료사진. / 위키푸디

서대는 가자미목 어류다. 몸이 옆으로 눌린 채 바다 바닥을 기며 살아간다. 몸빛은 회갈색이나 모래색에 가깝고 양쪽 눈은 한쪽으로 몰려 있다. 바닥에 엎드려 펄이나 모래를 뒤집어쓴 채 위장하며 살아가는 습성이다. 적이 가까이 오면 미동도 하지 않다가 한순간 튀어 오른다. 조용한 외모에 반전의 움직임을 지닌 생선이다.

서대는 영어로 ‘tongue fish’ 또는 ‘tongue sole’이라 불린다. 일본에서는 붉은 혀라는 의미의 이름으로 부른다. 이름이 이렇게 붙은 이유는 생김새 때문이다. 납작하고 긴 모양새가 마치 사람의 혀처럼 보인다.

우리말 ‘서대’는 예전 한자어 ‘설어’에서 유래했다. 과거 조선 후기 문헌에도 종종 등장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어업과 수산물을 정리한 글에서 “서남해에서 조기를 잡을 때 함께 그물에 들어온다”고 적었다. 오래전부터 서대가 남도 사람들의 밥상에 흔히 올랐다는 뜻이다.

박대와 헷갈리기 쉬운 서대, 지금 먹기 가장 좋은 때

건조하고 있는 서대. / green scent-shutterstock.com

서대는 남해안과 서해 일부 해역에서 잡힌다. 참서대과 어종인 박대, 개서대, 참서대, 용서대 등이 식용으로 이용된다. 박대는 몸집이 더 크고, 개서대는 살이 부드럽고 쫄깃하다. 납서대과 어종은 소형이고 어획량이 적다. 시장에서는 보통 껍질을 벗긴 상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외형만 보고 종류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서대의 제철은 4월부터 6월이다. 연중 잡히는 양의 절반이 이 시기에 집중된다. 특히 전남 해역에서 잡히는 개서대는 6월을 전후로 산란기를 앞둔 시점에 살이 차오른다.

중국에서 박대 양식이 가능해진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전량을 어선이 직접 조업해서 공급한다. 서대는 양식이 어려워 모든 생산이 바다에서 직접 이뤄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조업 중 살아 있는 어린 서대를 따로 골라 바다에 다시 풀어준다. 매년 꾸준히 잡히도록 바다를 돌보는 셈이다.

구이, 찜, 무침 다 되는 생선… 여수 밥상에 빠지지 않는다

서대회무침. / 위키푸디

서대는 큰 가시가 없고, 비린내가 거의 없다. 얇지만 단단한 살이 있어 구이나 찜, 조림으로 두루 활용된다. 남도 식당에선 반건조한 서대를 구워내거나, 간장 양념을 얹어 찜으로 낸다. 무와 감자를 함께 넣고 자박하게 조리면 담백한 감칠맛이 밥과 잘 어울린다. 껍질에 젤라틴이 많아 묵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여수에선 ‘서대회무침’이 유명하다. 신선한 서대를 포떠 막걸리 식초에 재워 무친다. 무는 얇게 썰어 소금에 절이고, 대파·풋고추·붉은 고추와 초고추장으로 무친다. 밥 위에 얹어 비벼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입맛이 떨어지는 봄날에도 이 회무침 한 접시면 밥 한 공기는 순식간이다.

서대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 Nisa Rizal-shutterstock.com

이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막걸리 식초다. 여수에선 예전부터 집집마다 식초를 따로 만들었다. 병에 막걸리를 담고 솔가지로 입구를 막은 뒤 따뜻한 부뚜막 옆에 두고 발효를 기다린다.

발효된 식초의 윗물을 따라내고 새 막걸리를 다시 붓는 방식이다. 식초 맛이 변하면 시어머니의 잔소리가 이어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식초는 집안 내력과 같았다. 그만큼 서대회에 쓰는 식초는 특별했다.

이처럼 서대는 한때 쉽게 잡히는 생선이었다. 하지만 어획량이 점점 줄면서 여수에서도 귀한 생선이 됐다. 양식이 안 되는 특성상 바다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계절마다 잡히는 양에 따라 가격도 출렁인다. 여수에선 제철이면 꼭 찾는 생선으로, 밥상에 한 마리 올라오면 봄이 왔다는 걸 실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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