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포기하니 몸값 8조···'원메리츠' 조정호의 역발상
지주·화재·증권 포괄적 주식교환
오너 지분율 30% 이상 감소 수용
당기순익 50% 주주에 환원 결정
메리츠 기업가치 8조로 수직상승
인재경영·철저한 성과보상주의
증권·보험 평균연봉 최상단 위치
“내 지분율이 내려가도 좋습니다. 기업 승계할 생각 없으니 경영 효율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봅시다.”
21일 오후 메리츠금융그룹의 깜짝 뉴스에 금융권이 떠들썩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발표하며 금융권의 시선은 조정호(사진) 메리츠금융 회장에게로 향했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줄어드는 주식 교환은 한국 금융은 물론 기업 역사에도 이례적인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막내인 조 회장은 2005년 계열 분리와 인수 등의 과정을 거쳐 한진의 금융 계열사들을 들고 메리츠금융그룹을 만들었다. 한국신용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메리츠금융 계열사에 대한 조 회장의 실질 지분율은 78.9%에 달한다. 주식 교환 후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한 지분율은 45.9%로 내려간다.
28일 신한투자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의 화재·증권 완전 자회사 편입으로 기업가치를 8조 원으로 제시했다. 21일 시가총액 3조 4000억 원 대비 134%나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과감한 결단에는 주주 중심 주의를 실천하겠다는 조 회장의 발상의 전환이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메리츠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2년 전 승계와 지분율이라는 족쇄를 조 회장이 직접 풀어주는 제안을 하며 최고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메리츠금융지주·화재·증권 3사의 포괄적 주식 교환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간 대기업들은 오너 이익을 위한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공분을 사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대주주 지분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3개 상장사를 하나로 합치고 순이익의 50%를 중기적(3년 이상)으로 주주 환원을 위해 쓰기로 한 조 회장의 결정은 정반대의 행보다. 아울러 조 회장은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자녀에게 기업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얘기했다. 전통적 오너들의 관행과 전혀 다른 통 큰 결단을 보인 것이다. 21일 포괄적 주식 교환 발표 다음 날인 22일 메리츠금융지주·화재·증권 3사는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대부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에서는 ‘메리츠가 메리츠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조 회장은 2005년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와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 메리츠종금 등을 한진그룹에서 분리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만년 5위’였던 메리츠화재는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2019년부터 당기순이익 업계 3위로 올라섰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 2607억 원을 달성해 최초로 업계 2위를 기록했다. 3분기 누계 순이익 또한 사상 최대인 7247억 원을 달성하면서 전년도 연간 누계 순이익을 이미 뛰어넘었다. 2010년 자기자본 기준 업계 14위에 불과했던 메리츠증권 또한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2021년 말 기준 당기순이익 7829억 원으로 업계 6위를 기록했다. 2010년 77억 원에 불과하던 순이익이 11년 만에 무려 100배나 급성장했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은 6583억 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누적 순익 6000억 원을 넘겼다.
메리츠금융그룹의 도약에는 조 회장의 ‘인재 경영’과 ‘철저한 성과 보상 주의’가 디딤돌이 됐다. 조 회장의 인재 경영은 철저한 ‘권한 이양’과 ‘자율 경영’으로 대변된다. 회사의 성장 및 발전에 최적이라고 생각되는 우수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뒤 이들을 전적으로 믿고 사업을 맡긴다. 본인이 구체적인 경영 활동에 간섭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이 맘껏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대폭적인 권한 이양을 통해 일상적인 것은 각 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지고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 회장은 ‘메리츠는 사람과 문화가 전부인 회사’라고 강조한다. ‘인재의 몸값은 절대 흥정하지 않는다’는 조 회장의 말은 메리츠금융그룹 인재 경영의 핵심이다.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메리츠금융그룹 모든 계열사는 확실한 보상 체계를 갖췄다. 승진 연한이 따로 없어 계열사별로 40대 젊은 임원이 여러 명이다. 또 학력이나 직급이 아니라 회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만 보고 충분하게 보상한다. 그러다보니 회장·부회장보다 연봉이 더 많은 임원이나 팀장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매년 증권·보험 업계 직원 평균 급여 순위에서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한 관계자는 “올해 메리츠화재가 100주년을 맞았고 내년에 메리츠증권이 50년을 맞는다”며 “100년과 50년의 토종 금융사를 보유한 국내 유일의 오너 민간 지주회사가 다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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