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벨린저의 이번 선택은 단순한 FA 재계약이 아니다. 숫자만 보면 5년 1억 6,2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385억 원.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계약이다. 하지만 이 계약이 진짜 흥미로운 이유는 금액이 아니라 이 계약이 성립되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벨린저라는 선수의 궤적에 있다.

주인공은 코디 벨린저, 그리고 그를 붙잡은 팀은 뉴욕 양키스다. 벨린저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옵트아웃을 행사하며 FA 시장에 나왔다. 형식만 보면 “더 큰 계약을 노린 선택”이었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계산이 깔린 결정이었다.
벨린저는 이미 한 번 정상에 올랐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시절인 2019년, 그는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다. 47홈런, 타율 3할, 골드글러브까지. 그때의 벨린저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이후 찾아온 급격한 슬럼프는 잔인했다. 스윙이 무너졌고, 자신감도 흔들렸다. 결국 다저스는 그를 방출했다. MVP가 방출되는 장면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그 이후의 커리어는 ‘추락’에 가까웠다. 단기 계약, 증명 계약, 그리고 끊임없는 의심. 벨린저는 시카고 컵스에서 반등의 실마리를 잡았고,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여기서, 정말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2025시즌 벨린저는 1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2, 29홈런, 98타점, OPS 0.814를 기록했다. 단순히 홈런 개수만 놓고 보면 MVP 시즌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이 성적이 의미 있는 이유는 ‘지속성’이다. 시즌 초반 반짝이 아니라, 1년 내내 중심 타선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좌완·우완 가리지 않았고, 득점권에서도 팀이 기대하는 역할을 정확히 해냈다.

이 성적이 있었기에 벨린저는 옵트아웃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의 에이전트는 FA 시장의 거물 스콧 보라스다. 실제로 복수의 구단이 벨린저에게 관심을 보냈고, 장기 계약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협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나지 않았다. 벨린저 측은 7년 이상의 계약을 원했고, 양키스는 5년을 고수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양키스가 ‘돈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계약 구조로 승부했다. 2,000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 트레이드 거부권, 그리고 2027년과 2028년 시즌 종료 후 옵트아웃 조항. 연봉 이연은 없다. 즉, 지금 잘하면 다시 시장에 나갈 수 있고, 구단도 선수에게 존중을 보인다는 메시지다.

이 계약은 양키스의 현재 구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외야에는 벨린저, 트렌트 그리셤, 그리고 팀의 상징 애런 저지가 있다. 공격력은 물론이고, 수비 범위와 포지션 유연성까지 고려한 구성이다. 벨린저는 외야뿐 아니라 1루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162경기를 치러야 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선수는 단순한 타자 그 이상이다.
이번 계약은 벨린저 개인에게도 상징적이다. 그는 이미 모든 걸 가져봤고, 모든 걸 잃어본 선수다. MVP, 방출, 재기, 그리고 다시 대형 계약. 이 정도 커리어 곡선을 가진 선수는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 계약은 ‘보상’이라기보다 증명에 대한 인정에 가깝다.
양키스 역시 모험을 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벨린저가 다시 무너질 가능성까지 계산한 계약을 했다. 옵트아웃 조항은 선수에게만 유리해 보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팀도 긴 계약에 묶이지 않을 여지를 남겼다. 서로가 서로를 시험대에 올린 계약이다.

결국 이 계약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코디 벨린저는 부활을 증명했고, 뉴욕 양키스는 그 증명을 믿었다.”
이제 남은 건 하나다. 벨린저가 이 계약을 ‘성공적인 재계약’이 아닌, 또 하나의 전성기 시작점으로 만들 수 있느냐는 것. 뉴욕이라는 가장 냉정한 무대에서,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값을 시험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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