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가 왜; 변기는 왜 또;;"…독특하고 희한한 SH 행복주택 설계
[땅집고] “이번 SH행복주택 중 ‘신촌 맹그로브’ 평면도 보셨어요? 엄청 희한합니다. 세면대가 화장실 밖으로 나와있고, 1인 가구용인데도 화장실이 2개나 있고…대체 왜 이렇게 지었을까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올해 7월부터 입주 가능한 행복주택 총 1620가구에 대한 입주자모집공고를 냈다. 이 가운데 청년·대학생 계층에 공급하는 ‘신촌 맹그로브’ 행복주택에 관심이 쏠린다. 마포구 노고산동에 올해 1월 준공하는 신축 단지면서, 지하철 2호선 신촌역까지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역세권이라 다른 단지들에 비해 입지가 좋기 때문이다. 소위 1.5룸인 전용 30㎡ 기준 임대료가 보증금 8352만원에 월세 29만원 정도로, 시세 대비 저렴한 점 역시 예비청약자 선호도를 높이는 요소다.
그런데 이 단지 평면도를 본 예비청약자들은 하나같이 “설계가 너무 희한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세면대와 변기가 집안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있다는 것. 통상 1인 가구에 적합한 원룸형이나 1.5룸형 행복주택의 경우 공간을 거실·침실·화장실 정도로 구성하고, 화장실에 세면대·변기·샤워부스를 한꺼번에 설치하는 것과 완전 딴판인 셈이다.
실제로 ‘신촌 맹그로브’ 30㎡ A타입 평면도를 보면, 화장실에 변기와 샤워부스만 있고 세면대는 화장실 밖인 거실 옆 공간에 따로 설치돼 있다. 화장실에서 샤워와 볼 일을 본 뒤, 손은 화장실에서 나와서 씻어야 하는 셈이다. 이른바 ‘건식 세면대’ 구조다.
면적이 같은 30㎡ B타입 설계는 더 독특하다. 1.5룸 주택인데도 화장실이 두 개나 설치돼있는 것. 현관 왼편에 있는 1번 화장실에는 샤워부스만, 오른편에 있는 2번 화장실에는 변기만 들어있다. A타입과 마찬가지로 세면대는 건식으로, 침실 옆에 따로 있다.
신축 행복주택에 이렇게 희한한 화장실이 들어서게 된 이유가 뭘까. 서울시 공공주택정책팀 관계자는 “민간사업자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건물을 더 높게 짓는 대신, 그 용적률을 활용해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이를 서울시가 매입해서 행복주택으로 쓰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설계는 민간사업자가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촌 맹그로브’ 설계자는 공유 주거 브랜드 업체인 ‘맹그로브’다. 단지가 지하 6층~지상 15층에 165가구 규모인데, 행복주택을 15가구를 제외한 공간에 도시형생활주택을 짓고 임대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입주자들에게 개인 침실을 제공하고, 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거실·주방·피트니스 센터 등 공용공간을 조성하는 소위 ‘코리빙’(Co-Living) 형태다.
맹그로브 측은 땅집고에 “코리빙 주택은 공간을 행위 단위로 나눠서 효율성을 높인다. 이런 개념을 행복주택 설계에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그동안 변기·세면대·샤워부스가 하나로 묶여있던 욕실을 분리해봤다. 이런 경우 입주자가 각각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고, 유지·관리도 편리해 쾌적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복주택 설계에 당황해하는 예비청약자들이 적지 않다. 이 단지에 청약을 고려했다는 A씨는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입지가 좋아 꼭 당첨되고 싶었는데, 평면도가 너무 독특한 것 아니냐”며 “특히 30㎡ B타입에 살면 동선이 너무 비효율적일 것 같다. 1번 화장실에서 싸고 나와서 2번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다시 나와서 손 씻으라는 얘기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반면 ‘신촌 맹그로브’에 살아보고 싶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식 세면대는 고급 아파트나 호텔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동안 싸게 대충 짓던 행복주택에 적용됐다는 점이 좋다고 본다”, “방에 친구들이 놀러오면 화장실 차례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꼭 청약할 계획이다”는 등 댓글이 눈에 띈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