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적응했더니 QR코드로 주문하라네… 디지털 장벽 갇힌 노인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수제버거 식당을 찾은 한모(65)씨는 주문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 식당엔 종이 메뉴판이 따로 없었고, QR코드를 스캔해야 주문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한씨는 “겨우 키오스크에 적응했더니 새로운 걸 또 배워야 한다”며 “차라리 키오스크 있는 곳이 낫다”고 했다.
최근 메뉴판을 없애고 QR코드로 주문을 받는 식당이 늘고 있다. ‘빠른 응답(Quick Response)’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QR코드는 정사각형 안에 특정 문양을 담고 있는 2차원 바코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별도의 장비 없이도 특정 웹사이트에 연결돼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다량의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로 연결할 수 있어 사용하는 곳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흐름 속에서 스마트폰 활용에 서툰 노년층은 식당 주문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품 정보도 포장지에 기재하는 대신 QR코드로 대체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8월 시행 규칙을 개정해, QR코드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일부 영양 성분과 원재료는 포장지에 모두 표시하지 않아도 되게 허용했기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QR 성분표 적용 제품은 지난 28일 기준 1400여 개다. 직장인 김모(32)씨는 “포장지에 표기하면 눈으로 슬쩍 보면 되는데 QR을 하나하나 찍어가며 성분을 확인해야 해 번거롭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찾은 서울 성수동의 한 의류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가격표를 일일이 스캔하고 있었다. QR코드를 찍어야만 실제 할인 가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전원이 꺼진 고객은 가격을 확인하지 못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일부 중장년층은 직원에게 가격을 물었다.
QR코드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건 비용 절감과 효율성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포장지 공간 확보와 교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가격 변동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업계에선 QR 코드 장점으로 꼽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QR 코드 확산 현상은 기업이 비용 절감과 편의를 얻는 대신 그 불편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 접근권을 훼손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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