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수원KT위즈파크, 김현수가 3회 삼성 선발 최원태의 포심을 공략해 중전 적시타를 쳐냈는데 이 안타가 통산 2600번째 안타였다. 최형우, 손아섭에 이어 KBO 역대 세 번째로 2600안타 고지를 밟은 순간이었고 경기는 5-2 KT 승리로 끝났다.
방송 인터뷰를 마친 직후 후배들이 물통을 들고 몰려왔고, 허경민이 샴푸를 잔뜩 묻힌 타월로 김현수 얼굴을 덮는 이른바 보복성 물세례가 터졌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후배들은 "속이 다 시원하다"며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렸다는데, 선배의 잔소리를 오래 참아온 후배들이 2600안타라는 기념비적인 날을 핑계 삼아 한번 풀어본 셈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선 게토레이도 눈치 보며 마셨다

김현수를 두고 오랫동안 따라다닌 말 중에 메이저리그 시절 벤치에서 게토레이도 눈치 보며 마셨다는 일화가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뛰던 시절, 동양인 선수로서 팀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 그만큼 몸을 낮추고 조심했다는 이야기인데, 당시 그 모습과 KBO 복귀 후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 대비된다며 꼰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KT 팬들이 김현수에게 열광하는 건 그 쓴소리 때문이다. 김현수는 "내가 어릴 때는 후배들이 선배를 이기려고 악착같이 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선수들에게 무조건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인위적인 세대교체 분위기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정말 끝까지 치열하게 할 것이고, 후배들도 그만큼 치열하게 준비해줬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2600안타보다 더 값진 것

김현수는 2023~2024시즌 2년간 부진으로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가 2025시즌 반등에 성공하며 LG의 통합 우승을 이끌고 한국시리즈 MVP까지 받았다. 그 이후 KT와 FA 계약을 맺으며 새 출발을 했는데, 시즌 초반 목에 지방종이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팀 안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본인은 "후배들은 내가 밉겠지만 끝까지 미운 선배로 남겠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주변 모두가 알기 때문에 팬들도 후배들도 그를 따르는 것이다.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16연속 시즌 세 자릿수 안타를 이어가고 있고, 올해는 리그 최초 17연속 시즌 세 자릿수 안타에 도전하고 있다. 2600안타도 대기록이지만, 38세에도 이 수준을 유지하면서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게 숫자보다 더 값진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