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는 거품? 아파트 원가 계산해 봤습니다

동작구 수방사 8억 7천, 저렴한데 비싸

동작구 수방사 분양가가 굉장합니다. 한강뷰도 가능한 입지의 공공분양이라 큰 관심을 받은 물량인데요. 기대에 가득 찬 청약대기자들에게 정부가 제시한 계산서는 8억 7천만원이었습니다.

물론 “시세에 비하면 싸다”는 말이 중론이고 실제로 그렇기도 합니다. 다만, 저렴함의 대명사인 전용 59㎡에 공공분양인데 이 정도 가격이라니, 요즘 분양가 위세가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분양가는 왜 계속 우상향하기만 할까요?

꾸준히 우상향 하기만 하는 분양가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슬슬 ㎡당 500만원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전국 평균 분양가는 1㎡당 484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 보다 무려 9.6%나 올랐습니다.

보다 익숙한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461만원에서 1,601만원으로140만원이 오른 셈이니, 34평으로 보면 1년 사이에 4,760만원이 오른 겁니다.

지역별 상승폭을 보면 더 깜짝 놀랍니다. 수도권 상승률은 3.72%로 발표되었습니다만, 범위를 경기도로 한정하면 20%가 넘게 올랐습니다.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326만원이 올랐는데요. 34평 기준으로는 1억원이 넘습니다. 부산, 광주, 대전 뿐만 아니라 강원, 제주 등 지방 시장도 10% 넘게 오른 곳이 수두룩합니다.

반면에 서울은 -4.96% 하락했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3.3㎡당3,070만원으로 34평 기준 10억원이 넘는 분양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너무 비싸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똑같이 올라도 증가량은 얼마 안되는 것처럼 보이죠.

무엇보다도 이 통계는 직전 1년간의 분양가 평균을 집계하는 통계라서 2022년 4월 기록(3,230만원/3.3㎡)은 2021년에 분양한 래미안원베일리, 잠실더샵루벤,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의 영향이 큽니다. 비싼 서울에서도 유독 비싼 단지 분양이 많았기 때문에 올해 기록이 낮아졌을 뿐,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기는 매한가지라는 얘깁니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자료와 비교하면 상승하는 경향이 더 잘 보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단위매매가격(/3.3㎡)은 2021년 말에 2,103만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795만원까지 내려왔습니다. 꾸준히 우상향하기만 하는 분양가와는 대조적인 흐름입니다.

청약대기자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입니다. 공급자들은 미분양이 난다고 울상을 지으면서도 배짱 분양가를 양보하지 않고, 정부에서는 ‘나라에 미분양 사 달라는 건 양심 불량’이라면서도 건설사가 줄도산하면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며 허겁지겁 규제를 완화해 줍니다.

이 정도면 수급 여건이고 뭐고 아파트 분양가는 오르기만 해야 한다고 결정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저렴하게 판다는 방법은 왜 안 나올까요? 불매운동이라도 하면 저렴하게 나올까요?

분양가 바닥에는 분양원가가 있어

분양시장에서의 반응은 약간 다릅니다. 다소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분양가가 올랐으면 올랐지 내려갈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분양가보다 가파르게 오른 분양원가가 있습니다.

분양원가는 순수하게 아파트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말합니다. 크게는 택지조성원가와 건설원가로 구분되는데, 각각 택지비와 공사비입니다. 이 비용과 분양가 사이의 격차는 곧 공급자의 이윤을 뜻합니다.

그래서 사실 아파트의 사업성 계산도 뻔합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어 이윤까지 제한되는 공공택지에서는 택지 공급가격만 확인해도 다음에 공급할 단지의 분양가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운정신도시에서 보면 쉽습니다. LH가 2019년에 분양한 운정3지구A11블록은 2021년 6월에 중흥S클래스 에듀하이라는 이름으로 분양했습니다. 이 단지 택지는 903억원에 공급되었고, 여기에 공사비와 간접비를 포함해서 3,094억원을 들여 지었습니다. 이걸 전체 세대수인 750세대로 나누면 4억 1,254만원이 됩니다. 이 단지의 주력 모델인 전용 84㎡는 4억 1~3천만원 선에서 분양했죠.

이듬해에 분양한 디에트르 에듀타운도 마찬가지입니다. A38블록 원가를 세대수로 나눠보면 5억 2천만원이 나오는데, 이 단지 전용 84㎡는 4억 8천만원에서 5억 2천만원 정도로 분양했습니다. 전용 84㎡를 위주로 대형 130세대 정도를 공급한 덕분에 전용 84㎡ 분양가가 낮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둔 A19블록 운정자이 시그니처도 비슷하죠. 세대당 원가합계는 5억 3,688만원이었고, 전용 84㎡ 분양가는 4억 9천만원에서 5억 6천만원 정도였습니다. 재미있을 정도로 중간값입니다.

이런 원가에서 분양가에 이르는 계산은 어디까지나 추정이라 세대 구성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발생하긴 합니다. 다만, 이 단지들은 공통적으로 전체 원가 합계에서 택지매입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27~29% 정도로 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럼 아직 공급되지 않은 A21블록 우미린이나 A44블록 이지더원의 적정 분양가도 뻔하죠. 택지매입원가를 28%로 계산하면 A21블록은 세대당 5억 4천만원, 이지더원은 6억원 정도가 듭니다. 대형이 많다면 전용 84㎡가 좀 저렴해질겁니다.

분양가는 이렇게 택지원가, 건설원가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습니다. 공급자 입장에선 저렴하게 팔고 싶어도 그러기가 힘듭니다. 이미 들인 택지원가와 무엇보다도 분양 이후에 들일 실제 건설원가를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땅값, 공사비

핵심 문제는 분양원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땅값은 꾸준하게 우상향 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하는 전국지가변동률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주거지역 지가지수는 99.653p로 2년 전에 비해 5.59% 올랐습니다. 택지 확보와 실제 착공 사이의 시간차가 있으므로, 이건 앞으로 공급될 아파트들을 짓는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할 거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공사비 상승세가 특히 굉장합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한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 공사비 지수는 올해 4월 기준 150.25p(잠정)로 2년 전에 비해 17.38% 올랐습니다. 5개 넣던 철근을 4개만 넣을 수 없으니 고스란히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쯤에서 왜 공사비는 오르기만 하나, 원자재 가격이 내리면 공사비도 내리는 게 아닌가 싶을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비현실적인 기대입니다. 치킨 값 떨어지는 거 보셨어요? 유연탄 가격은 40% 떨어졌지만 전기료가 인상되는 바람에 또 가격을 올리는 시멘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하다못해 공급자가 일정 이윤을 포기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공급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심지어 10대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곳은 절반 뿐이고, 그 마저도 세 곳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주택 공급자들이 자선사업가도 아니니 이윤이 줄어들면 사업을 그만두겠죠. 땅은 한정되어 있어서 박리다매도 어려울테니까요. 그러면 또 공급량은 줄어들고, 나중에는 다시 공급부족을 이유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출구가 없네요.

지금의 원가 상승 추세는 ‘분양가는 지금이 제일 싸다’는 말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규제 완화까지 푸짐하게 차려지고 집값 하락세까지 완만해지니 다시 분양시장이 떠들썩합니다. 이쯤 되니 치킨은 3만원이면 안 사 먹는다던데, 아파트는 얼마쯤 되어야 사람들이 안 사 먹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