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딱 마주친 ‘대도시의 사랑법’…흥행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허진무 기자 2024. 10. 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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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작가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 원작인 영화(왼쪽)와 드라마 포스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티빙 제공

영화와 드라마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같은 시기에 나온다. 박상영 작가의 소설집이 원작인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1일 개봉했고,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도 21일 공개된다. 이례적인 ‘동일 원작 동시기 공개’가 작품 흥행에 호재일지 악재일지 주목된다.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을 다른 매력의 영화와 드라마로 만나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다. 원작은 ‘재희’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 등 네 편의 연작 단편소설로 구성됐다. 영화는 이중 ‘재희’만을 118분 영상에 담았고, 드라마는 네 편을 모두 영상화해 8부작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극장에서, 드라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티빙에서 공개한다.

영화는 청춘의 우울과 방황을 경쾌한 코미디로 그렸다. 원작을 각색한 에피소드는 ‘혐오 사회’를 겨냥한 비판의식을 담아 서사가 더욱 풍부해졌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성격의 구재희(김고은)는 성차별적인 시선 때문에 천박한 소문에 시달린다. 장흥수(노상현)는 성소수자 혐오 때문에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내지 못한다. 원작에서 자세히 묘사하지 않은 빈틈들을 다소 전형적인 사건들로 채웠지만 강력한 설득력이 있다. 주연 김고은·노상현의 열연은 굳이 억지 웃음이나 울음을 끌어내려 애쓰지 않는다.

드라마는 박상영 작가가 직접 각본을 집필해 주인공 고영(남윤수)의 사랑과 성장을 그렸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의 멜로 영화로 유명한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홍지영·손태겸·김세인 감독이 참여했다. 1·2화 ‘미애’는 원작 ‘재희’의 이름을 바꿨다. 미애(이수경)와의 동거, 남규(권혁)와의 만남을 그렸다. 3·4화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은 엄마 은숙(오현경)의 암투병과 대학 철학 강좌에서 만난 영수(나현우)와의 사랑을 다뤘다. 5·6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바텐터 규호(진호은)와의 권태로운 연애를, 7·8화 ‘늦은 우기의 바캉스’는 태국 방콕에서 떠올린 추억을 담았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원작을 각색해 구재희(김고은·왼쪽)가 시달리는 성차별적 시선과 장흥수(노상현)가 겪는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았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설이 영화와 드라마로 각각 재탄생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동시기 공개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통상 ‘동일 원작’은 물론이거니와 ‘동일 소재’라도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부담 때문에 동시기 공개를 피한다. <대도시의 사랑법>의 경우 영화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드라마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제작이 이뤄졌지만 불과 20일 간격을 두고 세상에 나오게 됐다.

영화 제작사인 쇼박스 관계자는 “작품의 성격과 각사의 상황이 다르니 공개 시기를 서로 조율하기는 어려웠다”며 “극장과 OTT라는 각자 플랫폼에 맞게 최적의 날짜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홍보사 관계자는 “드라마의 경우 콘텐츠진흥원의 제작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11월 이전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며 “그런 기준을 맞추다 보니 공교롭게도 공개 시기가 겹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드라마 동시기 공개가 ‘시너지’ 효과를 낼지, ‘역 시너지’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영화관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경쟁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한쪽이 좋은 평가로 입소문이 나면 ‘다른 버전’에 궁금증을 가진 관객·시청자가 유입될 수도 있다.

쇼박스 관계자는 “제목은 같지만 이야기와 메시지의 차이가 있으니 좋은 시너지를 내는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홍보사 관계자는 “영화와 드라마가 서로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가 되리라고 판단했다”며 “원래 매주 2화씩 순차 공개하려고 했지만 전체 8화를 한번에 공개하는 쪽으로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의 연작 단편소설 중 ‘재희’를 각색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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