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소재·부품 제조 기업 상아프론테크가 전환사채(CB)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다. 회사는 지난해 외형과 영업이익이 모두 개선됐지만 기존 메자닌 상환 시점이 다가오면서 다시 CB 시장을 찾은 모습이다. 최근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 시장과 수소·위성통신 소재 등 성장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조달이 단순 차환을 넘어 신사업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우호적 발행 조건…메자닌 차환 우선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아프론테크는 최근 450억원 규모의 8회차 사모 CB 발행을 결정했다. 조달 자금은 운영자금 156억원과 채무상환자금 294억원으로 나뉜다. 전환가액은 주당 2만8876원으로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보통주 155만8387주가 새로 발행된다.
발행 조건은 회사에 비교적 유리하게 설정됐다. 표면·만기이자율이 모두 0%로 현금 이자 부담이 없고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권도 발행 후 3년이 지나야 행사할 수 있다. 동시에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는 발행금액의 30%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향후 주가 상승 시 물량을 일부 관리할 여지를 뒀다. 다만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9.06%에 해당하는 신주가 발행될 수 있어 희석 우려가 남는다.
이번 자금 조달은 신규 투자보다 기존 메자닌 차환 성격이 크다. 상아프론테크는 2023년 발행한 6회차 CB 600억원 중 294억원을 상환할 계획이다. 기존 6회차 CB는 5월부터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가 가능하다. 이번 8회차 CB의 납입일이 기존 CB의 첫 조기상환 가능 시점 직전으로 설정된 만큼, 이번 발행은 풋옵션 행사 가능성에 대비한 상환 재원 마련으로 풀이된다.
발행 대상은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증권사, 사모펀드 등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구성됐다. 삼성혁신에너지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2호가 150억원, 씨스퀘어 벤처투자 일반사모증권투자신탁 21호가 100억원, 케이디비씨-한국투자증권 메자닌 제1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 50억원을 인수한다. 나머지 물량은 증권사와 메자닌 펀드들이 나눠 맡게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기존 CB 일부를 새 CB로 갈아타며 단기 상환 부담을 분산하는 구조다.
실적 회복…재무 부담 관리는 과제
상아프론테크의 실적은 지난해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959억원으로 전년 1718억원보다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8억원에서 67억원으로 개선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함께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3.4% 수준으로 수익성 개선 여지는 남아 있다.
재무구조 전반은 안정적인 편이지만 단기 자금 여력에서 일부 부담이 남아 있다. 상아프론테크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2033억원, 부채총계는 1767억원으로 87%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다만 유동자산은 1570억원인 반면 유동부채는 1616억원으로 단기적으로 갚아야 할 부담이 소폭 웃도는 구조다.

차입 부담은 이전보다 커졌다. 회사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336억원으로 전년 1129억원보다 늘었다. 반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49억원에 그쳤다. 이와 함께 순부채 1187억원, 자본조달비율은 36.86%로 전년 31.64%보다 높아져 자체 현금만으로는 기존 CB 상환과 운전자금 수요를 동시에 감당하기에 부담이 있는 상태다.
회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미국 ESS용 부품사업과 위성통신용 소재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상아프론테크의 부품사업에는 이차전지용 가스켓과 인슐레이터, 캡어셈블리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 ESS 캡어셈블리 공급이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되면서 부품사업 매출이 증가했고, 글로벌 위성통신 기업의 수신기용 소재와 배터리용 멤브레인 수율 개선도 소재부문 흑자 전환에 기여했다.
이와 함께 상아프론테크는 지난달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연료전지와 이차전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부품·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동시에 수익성 증대를 통한 주주환원 정책 확대와 배당 안정성 확보도 내걸었다.
관건은 이번 CB가 상환 부담을 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적 개선의 발판이 될 수 있느냐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 경우 CB의 주식 전환을 통해 재무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주가가 부진할 경우 메자닌 상환 부담은 회사의 현금 유출로 돌아올 수 있다. 상아프론테크가 이차전지와 ESS 등 성장 사업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메자닌 부담을 관리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는다.
상아프론테크 관계자는 "이번 자금 조달은 기존 CB의 조기상환 가능성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지만 원재료 구매 등 운전자금 수요도 함께 고려했다"며 "운영자금의 경우 구체적인 사용처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올해는 이차전지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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