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애정 표현 과했다가는?”…‘카타르 월드컵’ 이모저모

신승민 2022. 11.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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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 시각)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 등장한 대형 월드컵 트로피. (사진 출처=연합뉴스)


■ 사상 첫 이슬람권 국가 월드컵…음식·복장 등 엄격한 '제한 규정'

"겨울로 접어드는 11월에도 한낮이면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열사(熱沙)의 땅' 카타르. 고온다습한 기후에 월드컵 열기까지 더해져 '맹렬해진 더위'를 날려줄 무언가가 절실한데…. '민소매 차림'으로 시원한 '맥주 한 잔', 사랑하는 연인과 '진한 애정 표현'이라면?"

→ 월드컵은 '세계의 축제'이지만,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는 허용되기 어렵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5시 40분(현지 시각), 중동(中東) 카타르의 해안 도시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 '월드컵'의 막이 올랐습니다. 춤과 노래, 퍼레이드, 불꽃 쇼 등으로 화려하게 이어진 개막식은 특히 BTS 멤버 정국의 특별 공연으로 분위기가 더욱 뜨거웠는데요.

사상 첫 '아랍권 국가'에서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은 개회 장소만큼이나 우리에게는 다소 익숙지 않은 규정들이 존재합니다.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국이지만 전통적으로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나라이기에, 경기를 관람하러 자국(自國)을 방문한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도 음식·복장 등 '엄격한 제한 규정'들을 적용합니다.

그렇다면 카타르 현지 축구 팬들은 어떤 규정들을 준수해가며 월드컵 경기를 즐겨야 할까요?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최고유산전달위원회·the Supreme Committee for Delivery and Legacy)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식 팬 가이드북(Official Fan Guide)'과 주(駐)카타르대한민국대사관의 공지 내용 등을 토대로 정리해봤습니다.

■ 의(衣): "공공 장소 방문할 때는 어깨와 무릎 가려야"…제한 규정 위반하면?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최고유산전달위원회·the Supreme Committee for Delivery and Legacy)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식 팬 가이드북(Official Fan Guide)’ 내의 QR코드를 통해 본 카타르 문화 규정. (사진 출처=카타르 월드컵 조직위 홈페이지 캡처)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 팬 가이드북에 따르면, 정부 건물과 박물관 등 '공공 장소'를 방문할 때는 어깨와 무릎을 가려야 합니다. 다시 말해, 어깨가 보이는 민소매나 무릎이 드러나는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는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어깨와 무릎을 덮지 않은 복장은 '민간 장소'에서도 요주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주카타르한국대사관은 공지에서 "노출이 심한 옷은 착용 자제, 일부 쇼핑몰 등에서 출입을 거부당할 수 있으니 주의 요망"이라고 권고했습니다.

이처럼 노출에 민감한 카타르에서는 남녀가 서로 나누는 '애정 표현'도 월드컵 기간임을 감안해 어느 정도까지는 허용될 수 있으나, 다소 지나친 상황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사관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를 존중, 공공 장소에서 커플 간 과도한 애정 행각 자제 요망"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성매매를 포함한 혼외(婚外) 성관계는 불법으로 벌금·구금 및 추방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밖에 사진 촬영 시 상대에게 허락을 구하는 등 예의를 갖춰야 하며, 공공 기관의 경우 무단으로 촬영해서는 안 됩니다. 경찰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모욕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기도 중인 사람을 방해하거나 똑바로 응시하는 것도 자제해야 합니다.

■ 식(食): "알콜 안 돼?"…술은 '허용된 장소'에서만, 돼지고기는 '엄금(嚴禁)'

20일 오전(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 알 비다 파크에서 열린 ‘FIFA 팬 페스티벌’을 찾은 외국의 축구 팬들이 월드컵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판매가 허용된 맥주를 즐기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카타르의 식문화도 엄격합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술과 돼지고기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는데요. 이전부터 술은 일부 식당·호텔을 제외한 공공장소에서 판매할 수 없었고 음주 또한 불가능했습니다. 월드컵 기간에도 '허용된 장소'에서만 즐길 수 있습니다.

가이드북은 "주류는 허가된 바·호텔·레스토랑에서 제공되며, 'FIFA 팬 페스티벌(오후 6시 30분 이후)'을 포함한 토너먼트 기간 동안 추가 장소에서 제공된다"며 "지정된 장소 이외의 음주는 금지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사관 역시 "월드컵 기간 일부 허용된 구간에서만 음주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카타르와 FIFA 측이 개막 직전 당초 허용했던 '경기장 내·외부 맥주 판매'를 금지하면서, 개막 이후 경기장에서 해외 관람객들이 자국 말로 "맥주를 달라"고 소리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월드컵 맥주 후원사인 '버드와이저' 측도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지요.

한편 술과 함께 돼지고기는 카타르 입국 시 반입조차 불가합니다. 심지어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식품조차도, 제품 정보에 단순히 '돼지고기'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면 반입할 수 없습니다. 대사관 공지를 보면 '이 제품은 알류, 메밀, 돼지고기…를 사용한 제품과 같은 시설에서 제조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는 이유로, 과거 한 식품이 카타르 공항 세관의 검역 대상이 된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 번역기 등을 통해 영어 및 아랍어로 '돼지고기'로 번역되는 식품도 불허된다고 합니다.

■ 주(住): "컨테이너가 '팬 빌리지?'"…비용은 얼마? 덥지 않을까?

지난 16일(현지 시각) 언론에 공개된 카타르 도하의 월드컵 ‘팬 빌리지’ 외부 모습. 축구 팬들을 위해 만들어진 임시 숙소로,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 시각) 언론에 공개된 카타르 도하의 월드컵 ‘팬 빌리지’ 내부 모습. 현지 직원이 객실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앞서 의복이나 음식 같은 특별한 제한 규정은 아니지만, 해외 팬들이 머무를 현지 숙소도 독특한 형태로 화제가 됐습니다. 일명 '팬 빌리지'로 불리는 이곳 숙소는 컨테이너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카타르 측이 준비한 전국의 팬 빌리지는 총 1만 3천 개로 2만 6천 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 한 개가 딸려 있는 2인용 원룸 구조로, 침대·옷장·탁상과 작은 냉장고가 있습니다. 화장실에는 변기, 세면대, 샤워 부스가 설치돼 있습니다. 숙박비는 1박에 740리얄(약 27만 원)로 전해졌습니다.

과거부터 다른 중동지방보다 습도가 더 높은 탓에 카타르의 날씨는 찜통더위로 유명한데요. 혹시 컨테이너로 만들어져 객실 내부가 덥지는 않을까요?

다행히 객실에는 선풍기·에어컨 등 냉방 장치도 구비돼 있어 쾌적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대사관 공지에 따르면, 팬 빌리지 말고도 카타르 정부는 빌라·아파트·크루즈 등의 숙박 시설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취재 지원 및 번역: 최민주 리서처)

신승민 기자 (ssm071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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