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이어가는 전두환 손자… 전문가들 “가족에 대한 원망 때문인 듯”

이학준 기자 2023. 3. 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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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 한다”고 폭로한 전두환 손자
전문가들 “가족에 대한 원망·앙심 때문에 복수하는 듯”
”정상적으로 생활한다”던 전우원씨, 마약 추정 약물 복용
”범죄를 고백하고 구원받는 종교적 망상일 수도”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가족과 지인들을 비난하는 글과 영상을 올리며 SNS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전씨 인스타그램 갈무리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가 자신은 물론 가족·지인들의 범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씨가 가족들에 대한 원망과 양심의 가책 등으로 인해 이러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씨는 지난 14일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를 통해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돈세탁을 통한 ‘검은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폭로하기 시작했다.

전씨는 전 전 대통령 차남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전재용씨에 대해 “한국에서 서류조작을 해 미국 시민권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며 “미국에 와서 숨겨둔 비자금을 사용해 겉으론 선한 척하고 뒤에 가서 악마짓을 못하도록 꼭 도와달라”고 했다.

이어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출처 모를 검은 돈을 사용해가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며 “아직도 그들은 그들의 죄를 알지 못한다. 법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머니에 대해선 “누구보다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돈세탁은 엄연한 금융범죄”라며 “어머니는 전두환 일가가 어떻게 돈을 세탁하는지 너무나도 잘 안다. 정의를 위해 어머니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 3남인 전재만씨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와이너리는 정말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선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다. 검은 돈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밖에 전씨는 지인 십수명의 사진을 올리고 이들이 성범죄·마약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전씨, 가족에 앙심 품고 보복 하는듯...종교적 망상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전씨가 가족들에 대한 원망과 양심의 가책으로 이같은 폭로에 나선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전씨는 1996년생으로 학창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버지의 외도 등으로 인해 여러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회사 지분·주식 등 형태로 상속받은 재산 수십억원을 아버지 강요로 인해 계모인 박모씨에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아버지는 제 유년기 동안 삶에서 없었다”며 “어머니와 결혼한 상태에서 박씨와 해외에서 일을 한다고 거짓말하고 바람을 쭉 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박씨와 동거하던 집으로 나를 초대했다”며 “어떤 행위를 나눴을지 모르는 침대 위에서 나를 자게 했고 나를 가지고 놀았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본인이 딱한 처지에 있는데 가족은 지원을 안 해주고, 어머니는 암 수술하는데 아버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에 대한 앙심을 품고 보복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버지의 미국 시민권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폭로의) 제일 큰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전씨는 지난 13일 자신이 정상적으로 사고하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17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 대마초·LSD 등 각종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품을 복용하고 환각 증세를 보였다. 이후 미국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전씨를 끌어내면서 방송은 종료됐다.

전씨는 방송 내내 ‘천사’나 ‘지옥’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자신이 사람들을 심판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전씨가 약물 의존 기간이 길어진 만큼 이른바 ‘종교적 망상’에 빠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자신과 가족들의 범죄를 고백해 신으로부터 구원을 받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름이 예수그리스도”라며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구원받는다는 종교적 시나리오도 현재는 가능하다. 마약을 해서 심각하게 발생하는 과대망상 중에 종교와 연관된 망상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약물 의존 많이 진행 돼 위태로워 보여...폭로 내용 신빙성 있어”

이어 “전씨 개인으로 보자면 약물 의존이 많이 진행된 상황으로 보이고 우울증과 조울증도 있어 보인다”며 “상당히 위태로운 상황으로 보인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씨가 여전히 마약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신빙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 전 대통령 가족 구성원으로 실제 목격을 하고 경험을 했기 때문에 범죄 의혹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며 “은행계좌나 장부 등 구체적인 증거는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어 정확성에 대해선 어떨지 모르지만, 경험적 상황 등 정황은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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