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진 노인 범죄…절도에 성범죄까지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4. 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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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진 초고령화 사회의 그늘
작년 65세 이상 900만 첫 돌파
범죄자 비율은 5년간 2배 늘어
경제적 어려움 탓에 범행 시작
최근 들어 성범죄자 수도 증가
"노인 생계유지 대책 강화해야"

# 지난해부터 3개월 넘게 울산과 경남 지역 상가와 사무실 등 6곳에서 총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60대 A씨가 지난달 붙잡혔다. 또 지난 2월 춘천에서는 과거 연인 관계였던 여성에게 음란 영상을 보내고, 그의 딸에게도 공포심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보낸 것도 모자라 고속도로 요금소를 233차례나 무단 통과해 100만원 정도 통행료를 지급하지 않은 60대 전직 시의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층 범죄자 비율 또한 급격하게 늘고 있다. 전체 범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도 고령층 범죄자 수와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존 고령층이 생활고 등을 이유로 많이 저지르던 절도나 일반 폭행뿐 아니라 성범죄 등도 함께 늘고 있어 고령층 범죄가 다양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사회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고령 인구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01만8000명으로 최초로 고령 인구가 90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5163만명)에서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17.5%로 증가했는데, 2025년 한국의 고령 인구 비중이 20.6%로 올라가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고령 범죄자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A씨와 같은 61세 이상 범죄자는 2016년 14만7480명으로, 전체 범죄자 184만7605명의 8%에 해당했다. 하지만 2017년 14만6748명, 2018년 20만9095명, 2019년 23만3443명으로 늘어나다 2020년에는 23만6660명으로 약간 주춤했다. 하지만 전체 범죄자 수가 149만4421명으로 40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에 비해 고령층 범죄자 수는 4년 새 9만명 가까이 증가해 전체에서 15.8%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소폭 감소해 21만370명이었지만 전체 범죄자 수가 124만7680명으로 전년보다 더 줄어 고령층 범죄자 비율은 전체 범죄자의 17%에 해당해 5년 전보다 그 비율이 2배 이상 늘었다.

성범죄자 수와 비율도 증가 추세다. 2016년 61세 이상 성범죄자는 2171명이었던 것에 비해 2020년에는 2928명으로 800명 이상 늘었다. 2021년에 전체 범죄자 수가 줄어들며 2705명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전체 성범죄의 13%를 고령 범죄자가 차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범죄자 수가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고령 범죄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고 지난해에도 고령 범죄자가 많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같이 고령 범죄자와 그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한 영향도 있지만, 생계가 어려워지며 범죄를 저지르는 고령층이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경력 범죄자들의 범죄 시작 요인으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가난' 또는 '경제적 곤란'이었고 범죄를 지속하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는 '범죄 성공의 경험'이었다. 중범죄자 수도 증가하고 있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절도범죄의 경우 생계 궁핍이 이들을 범죄로 내몬다는 해석이다.

절도 등 전과 10범으로 지난해 12월 출소한 B씨(65)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시작한 절도가 습관이 되다 보니 먹고살기 위해서 정신 차리고 살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며 "교도소에 있을 때 다른 범죄자들을 통해 새로운 범죄 방식을 배우니 출소하고 나서도 범죄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진은 "늘어나는 고령 범죄자들이 범죄 경력을 지속하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출소 이후 합법적인 경제활동을 하며 기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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