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한때 서울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그 위상을 뽐내던 가로수길의 최근 근황 사진인데, 마치 유령도시처럼 사람도 없고 텅텅 빈 건물엔 임대 문의를 받는다는 광고지만 덕지덕지 붙어있다. 유튜브 댓글로 “ 가로수길에 가보니 사람도 없고 건물도 비어있던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가로수길이 텅텅 비었다는 말이 사실인지 직접 가보니, 정말 사람도 별로 안 보이고 여러 건물에 임대 문의가 붙어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이 붐볐다고 하는데, 이젠 유령도시가 따로 없었다. 왜 이렇게 텅텅 비게 된 걸까?

박태원 광운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가로수길은 이제 젠트리피케이션의 퇴조기에 해당하는 거예요. 지금은요. 지금은 이제 경쟁력 있는 임차인들이 빠져나가는 거예요. 일단 가장 중요한 거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높은 것만 받아들이려고 하는 추세...”

낙후된 지역이 유명세를 타고 대형 문화, 상업 시설이 들어서면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고 그러면 정작 이 지역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기존 가게들은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내몰리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는데, 가로수길도 이 현상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가로수길이 매력적이었던 이유인 작지만 특색있는 편집숍들과 아기자기한 개인 카페 때문이었는데, 최근 몇 년간 높아진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떠나갔다. 지금 그 자리엔 큰 자본력을 가진 대형 프랜차이즈와 몇몇 외국계 기업으로 대체됐다. 임대인들이 사람들이 모이게 하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린 거다.

가로수길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특히 심화시킨 건 2017년 국내 1호 애플스토어가 가로수길에 차려졌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당시 애플이 입점하며 600억에 가까운 20년 치 월세를 일시불로 완납했고, 그 여파로 일대의 건물주들도 덩달아 임대료를 일제히 올렸다. 이 600억을 월세로 환산하면 2억 5천만 원인데 시세의 2배 이상으로 책정된 금액이었고, 일제히 올라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영세한 가게는 전부 문을 닫았다고 한다.

박태원 광운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그동안 떴었던 이유는 그 작은 상점 하나하나가 독립된 상권으로서의 특징을 보여줬거든요. 근데 그게 프랜차이즈로 바뀌고 나니까 독특했던 풍부했던 플랑크톤이 다 사라진 거죠. 상권은 몇 마리의 큰 고래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여러 마리의 중치들이 움직이는 거예요. 지금은 상권이 좀 뜬다하면은 중간 고기들이 다 사라지게 만들죠. 없애버리는 거예요. 큰 고기만 상대하는 거예요.”

반면에 가로수길에서 걸어서 1~2분밖에 차이 나지 않는 바로 옆 골목은 사람으로 붐볐는데, 여긴 세로수길과 뒤로수길이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운 가게와 사람이 모이고 있다고 한다.

가로수길 부동산 공인중개사
“가로수길보다 한 3분의 1에서 2분의 1정도 여기는 수익을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니까 그 사람들한테 맞는 임대료를 제시할 수밖에 없지. 여기 가로수길은 다 외국 브랜드들이 들어와 있잖아요.수익 목적으로 한 게 아니고 홍보 차원에서 들어온 거니까 수익을 목적으로 해서 들어온 (국내)업체들은 임대료가 워낙 비싸니까 안 맞지...”

가로수길과 불과 한 골목을 사이에 뒀지만, 임대료는 적게는 2분의 1, 많게는 3분의 1까지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래도 바로 옆 세로수길과 뒤로수길 건물엔 가게가 가득 들어차서 매달 수천만 원의 임대료가 들어오는데 가로수길 건물주들은 왜 공실로 내버려 두는 걸까?

가로수길 부동산 공인중개사
“그 사람들은 뭐 먹고 사는 문제는 신경 안써도 되는 사람들이고 근데 왜 싸게 못 내놓느냐 물론 남의 눈치 보는 것도 있겠지만 우선 한 번 내리면은 올리기가 힘들어 그리고 매매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건물값이 떨어져 임대료가 싸면은...”

공실로 비워서 발생하는 단기적 임대료 손실보다 임대료를 낮춰 건물의 가치를 낮추는 게 더 손해라는 계산이 끝났기 때문에 공실로 비워두는 거다. 게다가 한번 낮춘 임대료는 다시 쉽게 올릴 수 없고 건물주 사이에서도 시세보다 너무 낮은 금액의 임대료를 받으면 눈치를 주기도 한다니 쉽게 못 낮추는 거다. 역시 연예인과 건물주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더니,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