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기, 美 본토 진출하나"… K9MH 공식 제안·앨라배마 생산 '베팅'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 육군이 포병 현대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 거대한 시장을 향해 한국의 방산 강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마침내 정식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무기는 바로 K9 자주포를 진화시킨 차륜형 자주포 'K9MH(K9 Mobile Howitzer)'입니다. 단순한 제안서 제출이 아닙니다.

앨라배마주에 생산 공장을 짓겠다는 현지화 카드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미국 방산 시장에서 한국 무기가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그 전략의 속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미 육군이 원하는 것, '기둥전술포'란 무엇인가


이번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먼저 미 육군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미 육군은 현재 'RPP(Prototype Request for Proposals)', 즉 기둥전술포 프로토타입 요청서를 통해 새로운 포병 체계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무거운 궤도형 자주포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더 기동성 높고 신속하게 전개 가능한 화력 체계를 원하는 것이죠.

독일 라인메탈 HX3 155mm 차륜형 자주포

현대 전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됐듯, 고정된 포병 진지는 곧 드론과 정밀유도탄의 표적이 됩니다.

신속하게 쏘고, 빠르게 이동하는 '슈트 앤 스쿠트(shoot and scoot)' 개념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미 육군이 차륜형 자주포에 눈길을 돌린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법인인 한화디펜스USA(HDUSA)는 이 흐름을 정확히 읽고 K9MH로 응답했습니다.

K9MH, 어떤 무기인가?


K9MH는 수십 년간 검증된 K9 자주포의 핵심 기술을 계승하면서도 미군의 운용 환경에 맞게 차륜형으로 새롭게 설계한 자주포입니다.

궤도 대신 바퀴를 달아 도로 기동성을 극대화했고, 전략적 수송기를 통한 신속 전개 능력도 크게 향상됐습니다.

화력 면에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155㎜ 52구경장 'CN98' 주포를 탑재해 분당 최대 8~9발의 속사 능력을 갖췄으며, 사거리는 최대 6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60킬로미터면 서울에서 포를 쏴 수원을 넘어 천안 인근까지 닿는 거리입니다.

전장에서 이 정도 사거리라면 적 후방 깊숙이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 자산이 되는 것이죠.

K9 자주포가 이미 폴란드, 호주, 인도, 이집트 등 10개국 이상에 수출되며 쌓아온 신뢰가 K9MH의 든든한 배경이 됩니다.

"단순한 대포가 아닙니다"…한화의 '통합 포병 솔루션' 전략


한화가 미 육군에 내민 것은 K9MH라는 무기 하나가 아닙니다.

HDUSA의 마이클 스미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화가 제안하는 통합 포병 솔루션은 화포 자체에 국한되지 않으며, 생산 역량부터 탄약과 사격 통제, 지휘통제(C2) 시스템과의 통합까지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시스템 오브 시스템즈(system-of-systems)' 접근법이죠.

쉽게 말해, 대포를 파는 것이 아니라 '포병 전투 능력 전체'를 패키지로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포를 쏘는 플랫폼, 포탄, 어디를 쏠지 결정하는 사격통제 소프트웨어, 그리고 상부 지휘부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지휘통제 시스템까지. 스미스 COO는 "미 육군 또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포병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군의 요구와 한화의 제안이 정확히 맞물려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앨라배마 생산 공장…'메이드 인 USA' 전략의 핵심


미국 방산 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좋은 제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치적 논리를 뚫어야 합니다.

한화는 이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HDUSA는 앨라배마주에 투자해 K9MH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이미 한화는 아칸소주 파인 블러프에 약 13억 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입해 탄약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탄약 공장에 이어 자주포 생산시설까지 미국 본토에 세우겠다는 것은 단순한 수출을 넘어 미국 방산 생태계의 일원이 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는 것이죠.

HDUSA의 마이클 쿨터 대표는 "조선, 탄약, 전투차량 등 전 사업 분야에 걸쳐 단계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 산업 기반에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력, 미래 인력 양성까지 염두에 둔 장기 포석이 됩니다.

K9MH의 승산, 그리고 넘어야 할 산


물론 경쟁이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미국 방산 시장은 록히드마틴, BAE시스템즈 같은 거대 기업들의 텃밭입니다.

BAE시스템즈의 '아처(Archer)' 차륜형 자주포도 유력한 경쟁자로 거론됩니다. 그럼에도 한화의 승산이 없지는 않습니다.

K9 자주포는 이미 실전 배치를 통해 검증된 플랫폼이며, 한화는 가격 경쟁력에서도 서방 경쟁사들을 상당히 압도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처 자주포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한화의 현지화 전략은 오히려 이 기조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 땅에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고용하겠다는 약속은 어느 정치 진영에서도 외면하기 어려운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 육군의 차세대 포병 체계 수주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한국 방산의 역사를 다시 쓰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