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추천 여행지

하루쯤, 목적지도 없이 차를 달리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빠르게 지나치는 도시의 풍경이 아닌, 속도를 줄이고 창문을 열고 싶은 길. 그 길 위로 물빛이 번지고 산의 능선이 천천히 차창 너머로 이어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진다.
6월의 공기는 바람 속에 초록 내음을 실어 나르고, 햇살은 수면에 반사되어 도로를 반짝이게 만든다. 드라이브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딱 맞는 길. 목적지보다 ‘지나가는 풍경’이 더 기억에 남는 길이 지금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에 있다.
용담댐이 만들어낸 인공 호수, ‘용담호’를 따라 도는 일주도로는 차창 너머의 풍경을 끊임없이 바꾸며 진안군 드라이브 명소의 중심이 되었다. 주변에 눈에 띄는 상업 시설이 적은 만큼,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온전히 펼쳐져 있다.
이 길은 단지 달리는 길이 아니라, 6월의 계절감과 진안의 풍경을 가장 천천히, 가장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는 길이다.

산과 물, 고요한 도로가 하나로 이어지는 곳. 이제는 호수 자체가 진안의 풍경을 정의하는 이름이 된 용담호로 떠나보자.
용담호
“달리는 내내 그림처럼 펼쳐지는 진안 용담호”

전북 진안군 용담면 월계리 금강 상류에 위치한 ‘용담호’는 대규모 유역변경식 댐인 용담댐이 건설되며 생겨난 인공 호수다.
진안군 1개 읍과 5개 면이 수몰되며 형성된 이 거대한 담수호는 본래 전북 전주권의 생활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조성되었지만, 지금은 그 규모와 경관만으로도 하나의 관광지가 되었다.
용담호의 진짜 매력은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에 있다. 정천면에서 용담면, 다시 본 댐으로 이어지는 노선은 길 자체가 수면 위를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반대편 상전면과 안천면을 지나 본 댐으로 향하는 길 역시 이에 못지않은 풍경을 제공한다.

호숫가 주변에는 여전히 인공 구조물이 거의 없고, 개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이 남아 있어 오히려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차를 세우고 바람을 쐬거나,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의 발길도 꾸준하다.
특히, 댐 주변 도로는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내 딸 서영이>, 영화 <주홍글씨>, 드라마 <이 죽일놈의 사랑> 등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한 이곳은 풍경 하나만으로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장소로 손꼽힌다.
촬영지로 활용된 숙소나 음식점도 용담호 일대 곳곳에 남아 있어 드라이브 도중 잠시 머물며 여운을 느끼기에도 좋다.

호숫가 둔덕에는 수몰된 마을을 기억하는 실향민을 위한 ‘망향의 동산’이 여러 곳에 조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은 용담대교 북단의 ‘용담 망향의 동산’이다.
양쪽으로 호수가 펼쳐지는 지형 덕분에 동서 방향의 물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이곳은 조용한 휴식과 회상의 시간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외에도 용담호 중앙에는 예전 마을에 있던 정자인 ‘태고정’이 1998년 현재 위치로 이전돼 있다. 1752년 건립된 목조건축물로, 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구조물이다.
댐 인근에는 ‘물 홍보관’이 자리하고 있어 물과 사람의 관계, 수자원의 의미 등을 어린이와 함께 배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단순히 드라이브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잠시 정차해 머물며 풍경을 보고, 역사와 이야기를 담아갈 수 있는 여정이 된다.
용담호는 주변 관광지와의 연결성도 뛰어나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마이산, 운일암·반일암 계곡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 연계 여행이 가능하다.
진안읍 운산리에서 30번 국도와 795번 지방국도를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코스는 짧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여정으로 드라이브의 정석을 보여준다.
용담호는 단순히 물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며 사람의 손보다 자연이 먼저 자리를 잡은 곳이다. 그 위로 만들어진 도로는 호수를 따라 계절을 훑고 지나가는 하나의 선이 되었다.

속도를 줄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길. 6월의 푸르름과 진안의 고요함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용담호로 떠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