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에 ‘환자방’도 품귀…두 번 우는 환자들

정윤경 기자 2024. 2. 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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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 8000여 명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진료·수술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전공의 휴진 장기화 우려에 병원 옆 '환자방'도 품귀 현상을 빚으며 환자들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환자방은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일정 기간 방을 임대해 주는 숙박시설이다.

김씨는 "생업을 중단하고 매번 경남과 서울을 왕복하는 게 솔직히 쉽지는 않다"며 "지방에도 믿을만한 대학병원이 분포돼 있다면 환자들과 가족의 고통을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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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빅5 병원 수술·진료 연기로 환자방 수요↑…비용 부담 커져
환자들 “병원비에 경비 부담까지…지방 의료 인프라 확충돼야”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2월22일 오전 11시께 삼성서울병원 인근에서 단기 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시사저널 정윤경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 8000여 명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진료·수술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전공의 휴진 장기화 우려에 병원 옆 '환자방'도 품귀 현상을 빚으며 환자들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 소속된 전공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냈다. 실제로 사직서가 수리된 전공의는 아무도 없지만 전공의 중 64.4%인 8024명은 의료 현장을 이탈했다.

갑작스런 의료 대란에 환자방도 만실인 모양새다. 환자방은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일정 기간 방을 임대해 주는 숙박시설이다. 주로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와 보호자들이 이곳에 한두 달씩, 길게는 반 년 이상 머문다.

국립암센터 부근에 있는 한 환자방에 '방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만실'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인근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아무개(54)씨는 "빈 방이 생기면 1~2주 안에 바로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정도"라며 "서울에서 거리가 먼 경상·전라권에 사는 환자와 보호자 수요가 많다"고 했다.

어렵사리 환자방을 구한다고 해도 월 임대료가 만만치 않다. 인근 매물을 알아본 결과, 지상층에 있는 원룸형 빌라는 임대료가 월 160만원 정도였다. 반지하의 경우 가격은 월 40만원 수준이지만, 최소 2년을 계약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병원 근처에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단기로 임대할 수 있는 아파트도 있었다. 17평 정도 되는 크기에 월 임대료는 200만원 정도였다.

박씨는 "아파트의 경우 암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장점에 수요가 꾸준히 높다"면서 "당장 전공의 휴진으로 인해 매물 문의가 급증하지는 않았지만 의료대란이 장기화된다면 계약 연장 등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2월22일 오후 12시께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이 때문에 암 환자와 보호자들은 진료를 보기 전날 지방에서 올라와 인근 숙박업소로 향했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만난 박아무개(57)씨는 이날 새벽 기차가 매진돼 전날 부산에서 SRT를 타고 왔다고 했다. 그는 "원룸을 개조한 환자방도 알아봤는데 가격도 부담되고 시설이 낙후돼있어 부산에서 통원하고 있다"면서 "이마저도 빈 방이 없어서 호텔이든 모텔이든 고르고 자시고 할 처지가 아니"라고 했다.

71세 아버지의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김아무개(50)씨는 경남 산청에서 자차로 병원까지 4시간30분이 걸렸다고 했다. 김씨는 "조금 멀어도 값이 싸고 쾌적한 경기 성남시에 숙소를 잡았다"며 "하룻밤 자고 간다고 가정하면 교통비, 톨비, 식비 등 약 30만원이 든다. 이제는 병원비보다 경비가 더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2월22일 삼성서울병원에 '의대 정원 증원 이슈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진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이날 만난 환자들은 더 이상 '원정치료'를 떠나지 않고 싶다며 의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폐에 흉수가 가득 차서 흉관을 삽입해 뽑아내야 하는데 아무래도 큰 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겠느냐"며 "2009년 발병 이후부터 3주마다 한 번씩 서울에 가야 한다. 많게는 한 달에 세 번씩 올라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생업을 중단하고 매번 경남과 서울을 왕복하는 게 솔직히 쉽지는 않다"며 "지방에도 믿을만한 대학병원이 분포돼 있다면 환자들과 가족의 고통을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2018년부터 5년간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원정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3만 명이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암 환자였다. 이중 경북에서 온 환자가 12만4000여 명으로 비수도권 지역 중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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