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이대로 괜찮나?] 대전 디지털 교육 난항 불보듯… 현장과 함께

7월 대전교육청이 교사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역량강화 연수를 진행했다. /대전교육청 제공

[글 싣는 순서]

上 대전 AI 디지털 선도학교 시범운영 현장 들여다보니

中 교육 대전환 선언 '무색'… 미흡한 준비, 역행하는 취지

下 속도보단 방향… 교육당국과 현장, 머리 맞대야

교육당국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속도를 올리는 가운데 정책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들과 적절한 소통을 통해 이견을 좁히는 과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21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교원과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관련해 체계적인 소통창구는 없다. 대전교육청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대비하며 시범운영에 나서고 있지만 디지털 교육에 있어 교원들의 애로사항, 우려점 등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는 사실상 오픈채팅방이 전부다.

앞서 7월 대전교육청은 AI 디지털 선도학교로 지정된 23개 학교 현장 방문했다. 그러나 방문횟수는 1번에 그치면서 정책 도입에 대한 소통 창구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교육청은 여름방학 기간 교사를 대상으로 AI 도구를 활용한 디자인 싱킹, 디지털 도구 활용 등에 관련한 연수를 진행 중이다. 모든 학교가 방학에 돌입한 7월 29일부터 데이터 처리 관련 연수를 진행하고 8월 5일부터는 초, 중, 고로 나눠 8월 말까지 관련 연수에 나서고 있다. 교사들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관련해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찾기보다 속도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앞서 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해 학부모 10명 중 3명, 교사 10명 중 1명만 긍정적인 반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은 7월 26~30일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학부모 82.1%, 교원 88.6%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책 도입까지 반년 남은 시점에 소통이 미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초·중·고 교원 1만 9667명 중 73.6%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정책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비동의로 답변한 비율은 초등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비동의' 답변 비율은 초등교원 81.1%, 중등교원 65.1%, 고등교원 65.2%이다. 이는 앞서 교육부가 대다수의 교원들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는 평가와 상반된 결과다.

각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의 정책에 속도를 맞추기보다 교원, 학부모의 우려점을 전달하는 연결 다리로써 역할을 충실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주형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교사들의 애로점을 파악하고 태블릿PC를 활용한 수업에서 학생 통제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어떤 제도가 도입되든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데 현재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가 겪고 있는 애로점에 대해 적극적인 소통으로 조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정민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는 "충분한 연구와 고민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AI 디지털교과서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입시 위주의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면 디지털교과서의 실효성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교육계는 현 정책의 실효성을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하며 현장교사의 입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 관계자는 "디지털 교육이 교육학적으로도 증명이 안 된 상태에 효과성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학부모들도 문제 제기를 하면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 정책 도입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

오현민 기자 dhg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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