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고급 세단 시장의 흐름을 바꾼 제네시스 G90
국내 법인 차량 시장에서 제네시스 G90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G90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총 2494대가 등록되며 8000만 원 이상 법인 차량 부문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1187대가 팔린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전통적으로 고급 세단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S클래스를 압도하는 결과다. 지난해와 재작년에도 G90는 동일 가격대에서 S클래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국내 프리미엄 시장의 소비 기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 브랜드가 최고급 세단 시장에서 수입차의 오랜 우위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기업 총수들이 선택한 ‘회장님 차’의 상징성
제네시스 G90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판매량 이상의 상징성에 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공식 석상에서 G90를 이용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포착되며 자연스럽게 ‘회장님 차’라는 별칭을 얻었다.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G90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사장 등이 모두 G90를 타고 행사장에 등장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 역시 G90를 전용 차량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선택한다는 사실 자체가 G90의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과 품격을 결합한 국산 플래그십의 경쟁력
G90가 법인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배경에는 상품성 강화 전략이 있다. G90는 현재 가솔린 모델만 판매되고 있지만, 향후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연장전기차(EREV)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확장할 계획이 확정된 상태다. 전동화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글로벌 시장 흐름에 발맞춘 변화다.
제네시스는 올해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엑스 그란 쿠페 콘셉트’와 ‘엑스 그란 컨버터블 콘셉트’를 처음 공개했으며, 기존 콘셉트 대비 양산형에 더 가까운 형태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급 세단뿐만 아니라 쿠페 라인업까지 확장하는 전략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넓히는 동시에 고급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브랜드 이미지 강화와 법인의 실제 운용 환경 변화
법인 차량 시장에서 G90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업들의 차량 선정 기준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최고급 세단으로서의 전통적 이미지가 중시됐다면 최근에는 유지 비용, 서비스 품질, 운전 편의성, 국내에서의 접근성과 관리 효율성 등이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국산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서비스 접근성에서 강점을 가지며, 전국 단위의 빠른 정비 지원과 운영 효율성을 제공한다. 대규모 법인의 경우 차량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현실적 요인이 G90의 선호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공식 이벤트나 외빈 접견 등 격식을 갖추는 행사에서도 G90의 디자인과 실내 품격은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연두색 번호판 도입 이후의 시장 변화와 판매 감소
다만 G90가 법인 시장을 이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고민이 존재한다. 2024년부터 시행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로 인해 법인 차량의 번호판이 일반 차량과 구분됨에 따라, 법인차 구매를 망설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인차의 사적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지만, 고가 차량을 법인 명의로 등록하던 기업들은 이미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G90의 법인차 등록은 5580대로 전년 대비 44.8% 감소했고, 벤츠 S클래스 역시 56.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급차일수록 연두색 번호판에 따른 노출 부담이 커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모든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적용해야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며 제도 개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프리미엄 세단 시장의 새로운 기준
제네시스 G90는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단순한 판매 1위를 넘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수입차 중심이던 고급 세단 시장에서 국산 모델이 주도권을 확보한 것은 이례적이며, G90의 브랜드 가치가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향후 하이브리드·EREV·전기 쿠페 등 다양한 형태로 라인업이 확장될 경우, 제네시스는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독자적 위상과 정체성을 갖춘 고급 브랜드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주요 기업 총수들이 선택한 차량이라는 상징성과 실질적 상품 경쟁력이 결합되면서 G90는 한국 최고급 세단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