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라이딩을 위한 기본기를 확실히 배우는 곳,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

모터사이클을 어느새 20년 가까이 타면서 느끼는 건 잘 타는 사람이란 코너에서 무릎을 잘 긁거나, 초고속으로 달리는 사람이 아닌, 안전하게 오래 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무릎을 잘 긁고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사고 한 번이면 모터사이클을 영영 타지 못하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모터사이클을 오래 타려면 안전하게 타는 것이 중요한데, 어떻게 타야 안전하게 타는 것일까? 그저 속도만 잘 지키면 되는 것일까? 안전하게 타는 법을 모른다면 배워야 하는데, 배울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하고, 체계적으로 갖춰진 교육 과정을 갖춘 곳은 더더욱 드물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 그렇진 않다. 새로 문을 연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글로벌 브랜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가 지난 3월 4일자로 문을 열고 라이더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이에 모터사이클 전문 매체들을 초청해 시설을 공개하고 교육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직접 방문했다.

혼다 안전운전 교육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이천 끝자락에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가 위치해 있다. 차를 차고 시골길을 따라 조금 들어서자 새로 지은 번듯한 건물과 펜스로 둘러친 교육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의 총 면적은 2,400평 규모로, 건물이 800평, 외부 실습교육장이 1,200평 규모로 조성돼있다.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리셉션에는 고객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혼다의 안전운전 교육에 대한 역사를 벽에 담아놓았다. 사실 이런 교육 시설의 운영을 통해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운데, 그럼에도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의 정신, 그리고 교통사고 사망자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현 혼다 회장인 미베 토시히로의 뚝심이 결합된 결과다. 이런 목표에 동참하기 위해 한국에 전 세계 43번째의 안전교육 거점인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가 설립된 것.

교육 과정에 맞춰 다양한 기종의 모터사이클로 교육을 진행한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내부에는 다양한 모터사이클이 교육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슈퍼커브나 PCX처럼 초심자들이 선호하는 모델은 물론이고, 본격적인 교육에 가장 많이 사용될 네이키드 CB300R, 도심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는 온로드 어드벤처 NX500 등 다양한 모델들이 있다. 심지어 슈퍼스포츠인 CBR600RR, 크루저 레블 1100, 투어러인 골드윙 등도 교육용으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니, 이 시설을 위해 혼다에서 투자한 차량 금액만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교육에 필요한 모든 안전장구가 구비되어 있다

모터사이클 맞은편에는 헬멧과 부츠, 보호대 등이 구비된 공간이 있다. 자신의 장비를 착용하고 교육을 받을 수도 있지만, 모터사이클에 입문하려는 사람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안전장구를 갖춰놓은 것. 심지어 비가 올 때도 교육이 가능하도록 비옷까지 준비해놓았을 정도. 안쪽으로는 교육생들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남녀 탈의실과 각각에 번호키가 부착된 사물함도 있고, 더운 여름에는 교육을 마치고 씻을 수 있는 샤워실까지 마련해놓아 땀 냄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층에는 이론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5개의 강의실이 있다. 강의실마다 의자가 그리 많지 않은데, 과목에 따라 최대 8명 혹은 10명까지만 교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 관계자는 “10명으로 진행하는 교육도 있지만, 8명으로 진행하는 것이 내용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교육도 있어 과정에 따라 교육 인원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1층 끝으로는 조금 독특한 공간이 있었는데, 혼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이 줄지어 리프트 위에 올라간 모습이었다. 이곳은 혼다에서 서비스 교육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혼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딜러를 대상으로 신제품 교육과 정비 교육 등을 진행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동안은 이런 교육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교육장에서 이뤄졌는데, 이번 에듀케이션 센터 오픈과 함께 여기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고. 신제품이 나오면 정비 교육도 하고, 넓은 외부 교육장에서 안전하게 시승도 할 수 있으니 여러 면에서 좋은 선택이지 싶다.

모든 안전장구를 갖춘 상태로 교육이 진행된다

이렇게 시설을 둘러봤으니 이젠 교육에 참여할 차례다. 시작 전 에듀케이션 센터에서 마련한 안전장구를 갖춰입는 것부터가 교육의 시작이다. 먼저 가슴 보호대를 착용하고 식별을 위한 조끼를 입는다. 아래로 내려가면 헬멧과 부츠, 팔꿈치 및 어깨 보호대, 글러브까지 모든 안전장비가 갖춰져 있다. 여기에 헬멧과 글러브는 바라클라바와 이너 글러브까지 비치해놓아 위생 걱정 없이 깔끔하게 착용할 수 있고, 착용했던 바라클라바와 이너 글러브는 매일 교육이 끝나면 세탁과 건조가 이뤄져 깔끔한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교육에 대한 안내를 진행하는 김선수 교관. 모든 교관은 혼다 본사의 양성 교육 및 시험을 통과했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교관들은 모두 혼다 본사에서 운영하는 교관 양성 교육을 이수한 상태로, 단순히 교육만 받는 것이 아닌, 교육 이수 후 다양한 주행 평가를 진행해 합격점을 받아야만 교관의 자격을 얻게 된다고. 주행 평가 중에는 다양한 코스를 빠르게 통과해야하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평균대에서 저속으로 주행해 일정 시간 이상의 기록을 내야 하는 것도 있다고 하니, 모터사이클 교육에 필요한 이론은 물론이고 다양한 테크닉까지 두루 갖춰야 교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시간 관계상 모든 교육을 똑같이 받을 수는 없어 일부만을 경험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 교육은 선회를 익히는 것이다. 오랫동안 타와서 별 것 아니겠지 생각했지만, 내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교관의 인솔에 따라 두어 바퀴 워밍업 주행을 마친 후부터는 조금씩 선회가 추가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선회각이 여유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돌았지만, 서서히 고깔마다 촘촘하게 돌기 시작하며 선회에 필요한 감속과 시선처리, 재가속을 반복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처음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바퀴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그동안 너무 기본기에 소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조금씩 신경쓰기 시작하자 커지기만 하던 회전반경이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한다.

선회는 크게 도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일자로 쭉 늘어선 고깔을 건드리지 않고 좌우로 피해가는 슬라럼 역시 선회를 조금 더 촘촘한 간격에서 빠르게 연속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다만 앞선 과정에서 크게 돌 때보다 확실하게 조작이 필요한 부분. 다행히 여러 번 경험이 있어 어렵지 않게 통과했는데, 한 바퀴 돌 때마다 간격이 서서히 좁아지기 시작한다. 감속, 선회, 재가속을 반복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박자감 있게 이뤄지지 않으면 차체가 제대로 기울어지지 않거나 반대로 제대로 일어서지 못해 고깔을 건드리거나 코스를 이탈하게 된다. 상당한 난이도에 땀방울이 이마로 주르륵 흘러내린다.

다음으로 제동 교육이다. 모터사이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잘 달리는 것이 아닌, 잘 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목표에 정확히 멈추는 것, 필요한 때 최대한의 급제동으로 멈춰서는 것, ABS 작동 체험, 제동 과정에서의 회피 등 여러 가지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이 중 가장 기본인 목표에 맞춰 정확히 멈춰서는 과정을 체험해봤다. 자유로운 속도로 맞춰 달리다 브레이크를 꾸준히 잡아 멈춰 세우는 것인데, 두 번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제동력에 대한 판단과 적절한 제동력이 가해지지 않았기 때문. 이에 대해 “제동을 하는 상황은 다양한데, 이런 교육을 통해 멈춰 세우는 순간에 재빠른 상황 판단으로 차량을 멈출 수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멈출 수 있다면 정확한 조작으로 멈춰 세우고, 세울 수 없다면 회피 기동을 할지, 아니면 차량에서 뛰어내릴지를 빠르게 판단해야 크게 다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교관의 설명.

다음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향의 교육이다. 좁은 10m 평균대를 최대한 느리게 통과하는 것인데, 아무런 설명 없이 평균대에 들어서니 핸들을 몇 번 좌우로 흔들며 최대한 버티긴 하지만 끝까지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중간에 이탈해버린다. 이에 대해 “신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머리는 무게가 대략 5kg이나 되는 만큼 주행 중 머리가 움직이게 되면 금방 균형을 잃게 된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즉 머리가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유지한 상태에서 평균대 끝을 바라보며 니그립으로 차체를 단단히 잡고 팔에 힘을 뺀 채로 핸들을 좌우로 돌려가며 균형을 잡아야 평균대 위에서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설명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니 끝까지도 제대로 가지 못했던 아까와 달리 무려 13초 동안이나 버틸 수 있었다. 이게 실제 주행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 선회 과정에서 차체가 기울어진 상태는 균형이 깨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인데, 여기서 머리까지 흔들리게 된다면 균형을 잃어 넘어질 수 있다. 따라서 원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머리가 흔들리지 않게 유지해야 안전하게 선회 과정을 마칠 수 있다.

 

마지막 교육은 오르막 유턴, 내리막 유턴이다. 평소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나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키가 큰 사람은 발을 땅에 딛고 안전하게 차를 돌릴 수 있어 걱정이 없지만, 키가 작으면 발을 딛기도 애매하고, 여기에 경사까지 더해지면 자칫 차체가 갑자기 기울어지며 넘어져 나와 모터사이클 모두 다칠 수 있다. 따라서 안전하게 유턴하려면 저속에서 핸들을 끝까지 돌려 균형을 잡은 상태로 돌아야 한다는 것. 평소 더 무거운 모터사이클을 타고 있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지만, 저속에서 핸들을 끝까지 돌려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은데, 원래는 이 앞에 핸들을 끝까지 돌린채로 좌우로 선회하거나 원 선회를 하는 교육들이 더해지기 때문에 이것들을 배운 후에는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안전하게 유턴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든 교육을 마치고 나니 조금은 안일하게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오랜 시간 모터사이클을 타오면서 기본기가 충실히 갖춰진 상태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들을 이번 교육에서 발견했기 때문. 기본기는 평소에는 중요성을 모르지만, 찰나의 순간에 그 중요성이 발휘된다. 커브를 돌아나갈 때 시선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회전 반경이 부풀며 자칫 중앙선을 넘을 수도 있고, 갑자기 자동차가 끼어들었을 때 정확하게 급제동을 하지 못하면 그대로 들이받게 될테니 말이다. 좁은 공간에서 유턴을 할 때 확실하게 핸들을 돌리지 않으면 모터사이클은 물론이고 내 팔다리를 벽에다 대고 갈아버리는 끔찍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위험한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안전하게 모터사이클을 타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 하고, 체계적인 과정이 갖춰진 곳에서 안전하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는 물론이고, 안전한 공간에서 안심하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최소한 한 번쯤은 교육을 받길 바란다. 그게 바로 모터사이클을 더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비법 아닌 비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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