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개점, 마스크해제 첫날 참사'..대전 현대아울렛 얄궂은 운명

최일 기자 2022. 9. 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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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8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 참사의 현장 현대아울렛 대전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6월 개점, 방역에 역행한다는 지탄을 받으며 고객을 맞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매출 감소로 유통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던 시점에 '명품 프리미엄 아웃렛'을 표방하는 대형 유통시설(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약 13만㎡)이 유성구 용산동 대덕테크노밸리 중앙부에 들어선 것인데, 개점 2년3개월만에 그것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실외마스크 착용의무가 전면 해제된 첫날 비극의 무대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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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입점 유통시설 지하서 하청·용역 업무 7명 희생 '안타까움'
검게 그을린 현대아울렛 대전점 외벽이 지난 26일 8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 참사의 아픔을 전해준다. ⓒ뉴스1 최일 기자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지난 26일 8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 참사의 현장 현대아울렛 대전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6월 개점, 방역에 역행한다는 지탄을 받으며 고객을 맞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매출 감소로 유통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던 시점에 ‘명품 프리미엄 아웃렛’을 표방하는 대형 유통시설(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약 13만㎡)이 유성구 용산동 대덕테크노밸리 중앙부에 들어선 것인데, 개점 2년3개월만에 그것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실외마스크 착용의무가 전면 해제된 첫날 비극의 무대가 되고 말았다.

지긋지긋했던 코로나 악몽에서 벗어나 이제서야 매장 영업이 활력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던 날 아침, 현대아울렛 대전점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개장을 3시간 앞둔 오전 7시30께 지하주차장 하역장에서 일어난 불로 환경미화와 시설관리, 물류 업무를 담당하던 하도급·용역업체 노동자 7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당하는 참극이 벌어진 것으로, 예견할 수 없던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이곳엔 큰 상흔이 남았다.

명품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해 있는 첨단 유통시설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지하공간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채 세상과 안타까운 작별을 고한 이번 참사에는 갈수록 심화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여실히 투영돼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평소 같으면 고객들로 북적거려야 할 오후 영업시간, 건물 외벽의 검은 그을음은 그날의 아픔을 전해주며 적막감을 더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오전 화재 참사가 벌어진 현대아울렛 대전점을 찾아 희생자 7명의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고 있다. ⓒNews1 김기태 기자

119소방대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등 사고 대응·수습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현대백화점 계열사 직원들, 취재진으로 뒤엉킨 사고 현장 주변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검은 연기가 무섭게 치솟고 유독가스로 자욱했던 그날, 현대아울렛 부지에 입점해 있는 호텔 투숙객과 직원 110여명이 긴급 대피했는데, 사고 발생 사흘째인 28일에도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번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소방·경찰·국과수 등의 합동감식은 이틀째 진행됐고 낮 12시 지하주차장 하역장 인근 발화지점에서 전소된 1톤 화물차가 지게차에 들려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고 인원 규명은 물론 희생자 유족들과의 피해 보상 합의, 시설 복구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실상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현대아울렛 관계자들 사이에선 “연내에 영업을 재개하긴 어려울 것”이란 자조섞인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아울렛 대전점 홈페이지에 26일 발생한 화재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는 글과 교환·환불·배송 관련 문의 접수에 관한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최일 기자

한편 현대아울렛 대전점 홈페이지에는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사고 수습, 원인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글과 교환·환불·배송 관련 문의 접수에 관한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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