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평석] 특수강간치상죄에 있어서 미수범의 인정 여부

I. 사실관계와 소송의 경과
(가) A 등은 B, C와 술을 마시던 중 B가 먼저 귀가하자 C를 강간하기로 공모하고 합동하여 졸피뎀을 넣은 음료를 C에게 마시게 한 뒤 항거불능상태가 된 C를 강간하려 하였으나 C의 남편과 B가 C에게 계속 통화를 시도하는 등으로 인하여 강간은 미수에 그치고 C는 졸피뎀으로 인하여 일시적 수면 또는 의식불명상태에 이르렀다.
A 등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동법') 제8조 제1항의 특수강간치상죄 등으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A 등은 모두 유죄가 인정되었고, 이에 A 등은 "동죄의 기본범죄인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친 이상 미수범처벌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항소하였으나 제2심에서는 현재 판례의 법리를 들어 그 주장을 배척하여 유죄를 선고하면서 형을 감경하는데 그쳤다(서울고판 2023. 7. 11, 2023노249). 그 후 A 등은 상고하였고, 대법원(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에서는 판례의 입장을 유지한 제2심 판결이 정당한 것으로 판시하면서 다음의 몇가지 근거 법리를 제시하였다(대판 2025. 3. 20, 2023도10405). 즉 ① 동법 제8조 제1항은 특수강간죄의 기수범뿐만 아니라 미수범도 범행 주체로 포함하고 있으므로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 성립 여부는 문제될 여지가 없고, ② 특수강간치상죄가 처음 도입될 당시의 입법안들이 공통적으로 결과적 가중범인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을 전제하지 않고 있었으며 단지 입법과정에서 결과적 가중범과 고의결합범을 하나의 조문에 간결하게 구성하는 입법형식을 취한데 불과하고(입법자의 실질적 의사), ③ 기본범죄에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되었다는 점에서 형이 무거워지는 결과적 가중범의 가중처벌의 근거에 비추어볼 때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쳤다 하더라도 형이 무거워지는 결과가 발생한 이상 결과적 가중범의 기수를 인정함이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하며, ④ ([반대의견]에 따르면) 별도의 미수범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형법상 강간치상죄(제301조)와의 사이에 처벌의 불균형이 야기된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에서는 ① 동법 제15조의 문언상 명백히 적용대상이 되고 있는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을 인정함이 형법의 해석원칙과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기본이념과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해석이며, ② 특수강간치상죄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도 입법안들과 달리 최종적으로 동죄가 미수범규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은 입법자의 의도된 선택이라고 보아야 하고, ③ 동법 제8조는 기본범죄가 미수인 경우에도 특수강간치상죄는 성립할 수 있음을, 동법 제15조는 성립된 특수강간치상죄를 기수가 아닌 미수로 처벌함을 규정한 입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A 등의 상고이유를 수긍하고 있다.
(나) D는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기숙사 2층에서 혼자 잠을 자고 있던 여자근로자 E를 강간할 것을 마음먹고 그 방에 부엌칼을 들고 침입하여 E를 강간하려 하였는데 E가 반항하자 주먹으로 옆구리를 때리다가 E가 자기를 알아보고 옆에 있는 과도로 죽어버리겠다고 하자 강간을 포기함으로써 강간은 미수에 그치고 E에게 요치 2주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제1심(대구서부판 2012. 11. 22, 2012고합382)에서는 D에게 특수강간치상죄의 기수범을 인정하였고, 제2심(대구고판 2013. 5. 29, 2012노776)에서는 동법 제15조에서 '제3조부터 제9조까지 …'의 미수범을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근거로 제8조 ①(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을 인정하고 있다. 부언하면, 제15조의 규정이 특수강간죄(제4조 ①)에 대해서 1차적으로 적용되고(특수강간죄의 미수범), 다음으로 2차적으로 (1차 적용을 통하여 인정된) 특수강간치상죄(제8조 ①)에 대하여 또 적용된다(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고 보는 것인 바, 제15조에 '제3조부터 제9조까지 …'의 미수범이 처벌된다고 되어 있으므로 제8조 ①의 "상해-치상" 모두에 대해서 미수범처벌규정이 적용된다는 취지이다.
Ⅱ. 관련 법규정의 개정과 법원의 해석
동법의 전신(前身)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관련 조항인 제9조 제1항[제6조의 죄(특수강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6조 제1항[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형법 제297조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12조[제9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의 해석에 있어서 위 제9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제6조의 죄를 범한 자'에 특수강간 미수범이 포함되는지가 문제되면서,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법 제9조 제1항의 죄의 주체는 '제6조의 죄를 범한 자'로 한정되고 제6조 제1항의 미수범까지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풀이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5. 4. 7, 95도94). 이 판결 후에 제9조 제1항이 "제6조 또는 제12조(제6조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를 범한 자가..."로 개정되었으나 제12조 자체는 수정 없이 그대로 존치되었다. 이 개정 후 대법원은 "제6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특수강간의 죄를 범한 자뿐만 아니라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면 제9조 제1항에 의한 특수강간치상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같은 법 제12조에서 규정한 제9조 제1항에 대한 미수범처벌규정은 특수강간상해죄의 미수에만 적용된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대판 2008. 4. 24, 2007도10058). 여기서 현행법상의 관련규정인 제4조 ①, 제8조 ①, 제15조의 해석에 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Ⅲ. 동법 제15조의 법리와 문리(文理)
동법 제15조의 문언만으로는 특수강간의 미수범이 다른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특수강간치상죄의 기수로 취급한다거나 또는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을 인정할 수 없음을 명백히 규정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 규정의 취지는 기본범죄가 미수인 경우에도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할 수 있음을 명백히 한 것일 뿐, 기본범죄가 미수인 경우도 결과적 가중범의 '기수'가 된다는 취지는 아니다. 명문의 배제규정이 없는 한, 특수강간의 미수범이 치상을 야기한 경우를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으로 처벌함으로써 특수강간이 기수인 경우와 형벌의 균형을 기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본범죄인 '특수강간죄의 미수'에 대하여 제15조가 두 번 적용되는 결과가 되는 바, 1차 적용에서는 '특수강간'의 미수를 처벌함을 확인한 것이고, 2차 적용에서는 '특수강간치상'의 미수를 인정하여 '치상'(결과)의 불법까지도 덜어주어 이중-중복평가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동법 제15조의 "제3조부터 제9조까지, …의 미수범은 처벌한다"는 문언은 "제3조부터 제9조까지, …의 (죄 중 미수범이 처벌되는 죄의) 미수범은 (해당 죄의 미수범으로) 처벌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제8조에 국한하여 해석한다면, 제8조 ①, ②의 죄(특수강간상해-치상, 살인-치사) 모두에 관하여 각죄의 미수범을 인정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그 죄들 중 법리상 미수범처벌이 가능한 죄인 특수강간상해-살인에 관해서만 '특수강간상해-살인죄의 미수범'이라는 독립된 죄명으로 처벌한다는 의미가 된다. 즉 판례의 법리상 특수강간치상-치사죄의 미수범을 인정할 수는 없고,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으나 치상-치사가 야기된 경우는 본래 특수강간죄의 미수범과 과실치상-치사죄의 상상적 경합이나 경합범으로 처벌하여야 할 것이지만, 제8조 ①, ②의 규정을 둠으로써 특별히 (죄수론상 두 죄가 아닌 단순일죄로서의 결과적 가중범인) 특수강간치상-치사죄의 '(미수범이 아닌) 기수범'으로 처벌한다는 취지이다. 이와 같은 형태의 규정에 있어서는 미수감경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대판 2010. 11. 25, 2010도11620 참조).
이렇게 보면 동법 제4조의 미수범이 다른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를 상해한 경우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제8조 ①은 기존 판례의 입장에 부합하는 입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 문제의 명확한 해결을 위해서는 제15조에 "제8조 ①에서는 제4조(특수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상해한 경우로 한정한다"와 같이 미수범처벌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함이 바람직하다. 이 입장에 따르면 특수강간상해죄는 미수감경의 대상이 되지만 특수강간치상죄는 항상 기수범의 형으로 처벌되는 바, 이는 불법판단에 관한 우리 입법의 선택-결단이다. 앞의 사실관계에 관하여 보면, A 등과 D의 죄는 특수강간치상죄의 기수범이며 그 법정형에 대한 미수감경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정영일 명예교수(경희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