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진그룹이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하며 12년 만에 대기업집단에 복귀했지만,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따른 차입금 관리가 주요 과제로 남았다. 전체 인수 자금 8879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외부 인수금융으로 조달한 만큼, 새 캐시카우로 편입된 프리드라이프의 현금흐름이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을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그룹 재건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프리드라이프의 2025년 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는 3조2817억원, 부금선수금은 2조9119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3124억원, 영업이익은 1082억원, 당기순이익은 78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3833억원으로 순이익을 크게 웃돌았다.
자산 3조 프리드라이프…돈 버는 핵심은 ‘선수금 운용’
프리드라이프의 선수금은 웅진을 다시 대기업집단으로 끌어올린 핵심 자산이다. 상조업에서 선수금은 고객이 장례·웨딩·여행 등 미래 서비스를 받기 위해 미리 납입한 돈이다. 선수금 규모가 크다는 것은 가입자 기반이 두텁고 미래 서비스 수요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동시에 향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환급해야 하는 돈이어서 회계상 부채로 잡힌다.

상조사는 이 선수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미래 서비스 비용과 환급 부담에 대비해야 한다. 장기 계약 구조상 장례·행사 서비스 수익만으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프리드라이프의 2025년 영업수익 3124억원 가운데 행사수익과 상품판매수익은 1767억원으로 56.5%를 차지했다. 반면 이자수익과 금융상품 관련 이익 등 자산운용 성격의 수익은 1095억원으로 35.1%에 달한다.
운용 성과도 양호한 수준이다. 2025년 평균 운용금융자산 대비 순운용수익률은 4.7%로 추산된다. 보험업계 운용자산이익률이 통상 3%대 수준으로 거론되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다만 운용 수익 비중이 커질수록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실적 민감도도 높아진다. 2025년 말 프리드라이프의 금융자산 중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은 4695억원으로 전체 금융자산의 21.2%를 차지했다.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은 평가손익과 처분손익이 손익계산서에 바로 반영되는 자산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프리드라이프의 이익 체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영업현금흐름 3833억원…인수금융 부담 덜 수 있나
웅진이 떠안은 인수금융 규모도 만만치 않다. 2025년 말 기준 웅진의 프리드라이프 인수금융 잔액은 6921억원으로 집계됐다. 단기차입금 인수금융은 673억원으로 연이자율은 5.76~6.5%, 장기차입금 인수금융은 6248억원으로 연이자율은 5.76~10.0% 수준이다. 단순 금리 범위만 적용해도 연간 이자 부담은 399억~625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프리드라이프의 현금 여력은 웅진그룹 재무 안정화의 핵심 변수다. 프리드라이프의 2025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833억원으로 당기순이익 782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영업 과정에서 실제 유입된 현금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회계상 이익뿐 아니라 실질적인 현금 유입도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은 웅진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웅진이 프리드라이프의 현금흐름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본업의 체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교육 사업은 학령인구 감소와 경쟁 심화로 성장성이 둔화했고, 웅진씽크빅도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프리드라이프가 벌어들이는 현금이 그룹 차원의 이자 비용과 원금 상환 부담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진 배경이다.

다만 프리드라이프가 벌어들인 현금을 모두 인수금융 상환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조업체는 할부거래법에 따라 고객 선수금의 50%를 은행 예치, 지급보증, 공제조합 계약 등의 방식으로 보전해야 한다. 폐업이나 부도 때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선수금이 클수록 운용 자산도 커지지만, 법적으로 묶이는 금액과 향후 장례·웨딩·여행 등 서비스 이행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프리드라이프는 순이익을 웃도는 배당을 집행한 전례가 있어 그룹 재원 활용 여지는 있지만, 현금창출력이 곧바로 인수금융 상환 여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프리드라이프를 인수금융 상환 재원으로 활용하려면 단기 실적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 유지가 중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리드라이프는 서비스 수익과 자산운용 수익이 함께 실적을 떠받치는 구조”라며 “금융시장 환경이 우호적일 때는 이익과 현금흐름이 개선되지만, 운용 성과가 흔들리면 실적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우선 재무 안정화에 집중해 내실을 다진 뒤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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