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K팝 팬심’ 모은 멜론, 글로벌 차트 새판 짤까
MMA 연계로 권위 노려… 업계 "데이터 투명성이 신뢰 좌우"

좋아하는 가수의 차트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팬들은 잠든 새벽에도 음원을 틀어둔다. K팝 팬덤에게 차트 순위는 단순한 줄세우기가 아닌 '내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증명하는 일이다. 아티스트에겐 멜론 차트 진입이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나누는 척도가 됐다. 이렇게 쌓인 팬심은 이제 한국을 넘어 중국과 일본까지 이어진다.
9일 멜론에 따르면 지난 2일 론칭한 '글로벌 K차트'에서 걸그룹 에스파가 일간·주간·월간 1위를 줄곧 지키고 있다. 에스파는 최근 발표한 신곡 '레모네이드'로 현지 차트를 동시에 석권했다. 일본 오리콘 데일리 앨범 차트와 중국 QQ뮤직 급상승 차트 1위에 올랐고,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도 50위권에 진입했다.
일본인 멤버 지젤과 중국인 멤버 닝닝을 포함한 다국적 그룹 에스파가 한·중·일 팬심을 통합 집계하는 새 차트를 상징하듯 첫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K차트는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중국 텐센트뮤직, 일본 라인뮤직과 협력한 결과물이다. 음원 스트리밍 이용량에 팬들의 좋아요, 공유 등 활동 지표를 합산해 K팝 아티스트의 순위를 매긴다. 국경 밖 팬들이 K팝에 쏟아붓는 화력을 끌어들였다.

◇'글로벌 인기' 보여주는 새로운 차트
멜론은 단순 청취량이 아닌 팬들이 아티스트의 음악과 콘텐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수치화해 그동안 국내 차트가 포착하기 어려웠던 해외 팬들의 반응과 열기를 하나의 지표로 읽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팬들이 얼마나 뜨겁게 반응하는지 담아내지 못했던 국내 음원 차트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K팝 소비의 핵심인 한국과 중국, 일본의 16억명 시장을 공략했다. 각 시장의 대표 음악 플랫폼 데이터를 통합한다.
K팝은 과거의 가요 산업과 달리 '팬덤 기반 산업'이다. 글로벌 K차트는 단순히 음원 소비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팬덤의 활동성을 측정할 수 있는 그릇이라는 평가다.
곡 단위 스트리밍을 집계하는 미국 빌보드식 차트가 K팝 특유의 팬덤 충성도와 콘텐츠 소비를 온전히 담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멜론은 차트가 단순 인기 줄세우기를 넘어 실용 데이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티스트와 기획사는 음원 지표에 가려졌던 3국의 팬심과 트렌드를 파악해 어느 시장에 추가 프로모션을 투자할지 판단할 수 있다. 팬 입장에서는 자신의 활동이 글로벌 지표에 직접 반영되기에 '차트의 참여자'가 될 수 있다.
멜론 관계자는 "이 차트는 20년 넘게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으로 차트 사업을 이끌어온 멜론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한국 음악 소비의 원천 데이터를 보유한 동시에 중국과 일본의 협력 구조를 설계할 역량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팬덤 화력 순위 지표로 왜곡될 수도
새로운 차트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하지만 업계의 시선이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멜론은 팬들의 다양한 활동을 반영하기 위해 곡이 아닌 아티스트 단위를 우선순위로 판단했지만, 이는 팬덤 화력 순위를 나타내는 것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을 묶으며 대상을 K팝으로만 한정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J팝과 C팝은 제외됐고 K팝의 또 다른 핵심 시장인 미주, 유럽 등이 제외된 데이터를 글로벌로 부르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차트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의문도 남았다. 좋아하는 가수의 순위를 높이기 위해 스트리밍을 반복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이른바 '총공' 문화는 차트 성적을 팬덤의 자부심으로 여기는 한국 팬덤에 특히 두드러진 현상으로 분석된다.
일본 팬덤은 순위 경쟁보다 아티스트를 향한 정서적 교감에 무게를 둔다. 같은 K팝이라도 나라마다 수용 방식이 다르다.
이번 글로벌 K차트의 성공 관건은 순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적극 참여하는 한국식 문화가 중국과 일본 팬덤에서도 똑같이 작동할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팬들이 만들어내는 순위 경쟁의 열기가 빠진다면, 한중일 통합이라는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한국 팬덤의 화력이 차트를 좌우할 수도 있다.

◇1위 빼고 모두 다른 순위… 의미이자 숙제
6월 첫째 주 기준 글로벌 K차트 순위와 멜론의 국내 아티스트 차트를 비교하면 두 차트 모두 에스파가 1위를 차지했지만, 그 아래로는 순위가 크게 엇갈렸다.
글로벌 K차트 2위 방탄소년단(BTS)은 국내 차트에서 5위였고, 국내 차트 2위에 오른 신인 그룹 리센느는 글로벌 차트에서 29위에 머물렀다. 국내 6위 악뮤와 10위 한로로도 글로벌 차트에서는 각각 31위, 69위에 그쳤다.
해외 팬덤이 두터운 대형 그룹이 글로벌 차트의 상위권에 오른 것이 해외 팬심의 지형을 새 차트가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시시각각 바뀌는 각국의 트렌드를 한 차트에 담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멜론은 순위 집계 방식 대부분을 공개하지 않는다. 스트리밍과 팬덤 활동 지표가 복합 반영된다는 원칙은 공개했지만, 세부 가중치는 조직적 어뷰징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멜론은 이 차트를 향후 멜론뮤직어워드 일부 시상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차트의 권위를 높여 업계와 팬덤의 지지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K팝 소비의 중심인 한중일에 집중해 차트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다진 뒤 중장기적으로 다른 지역까지 넓혀 갈 계획이다.
멜론 관계자는 "글로벌 차트는 K팝의 중요한 기준으로 손꼽혀온 멜론차트에 그간 반영되지 못했던 해외 팬들의 활동을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차트"라며 "차트의 성공 척도는 특정 지표가 아닌 글로벌 K차트가 K팝 산업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는 과정 자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나 집 침입 ‘모녀 강도상해’ 혐의 30대…징역 7년 선고
- “금 맡기면 배당 주겠다”…종로 금은방 주인 20억원 들고 튀어
- 20년 재직 중등교사, 버스서 성범죄로 해임…법원은 “해임 정당”
- 1년전과 닮았다…아워홈 용인공장서 또 벨트에 목 끼여 심정지
- 6m 아래 추락 승용차, 중상자 2명 숨져…70대 운전자 “급발진” 주장
- 전통시장 화물차 돌진, 22명 사상…60대 운전자 금고 2년 6개월
- “언론도 부정선거 알고 있는데”…근거 묻자 인터뷰 중단한 트럼프
- 충돌직전 시속 161㎞…‘대학생 3명 사망사고’ 창원 신호체계 손본다
- “술 마시며 독살”…러시아에 포섭된 10대 소녀, 우크라 군인 살해
- “매점 갈 돈 필요해”…‘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법원에 ‘영치금 보장’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