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과 별개의 숙소에서 보낸 일주일
도쿄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마치 왕의 귀환 같다. ‘유일하고, 위대한 존재’ 오타니 쇼헤이(30)를 위한 무대였다. 화려함, 특출함이 빛을 발했다.
다만 사소한 궁금증 하나가 남았다. 다저스의 공식 발표 때문이다. 이런 내용이다.
‘오타니는 도쿄 일정 내내 팀의 숙소에 머물지 않았다.’
뭐, 그럴 수 있다. 메이저리거 아닌가. 그것도 대단한 슈퍼 스타다. 반드시 팀과 은 호텔에 묵어야 한다는 내규 따위에 얽매일 필요 없다. 얼마든지 자유롭다. 동행한 가족과, 별도의 숙소를 잡아도 그만이다.
실제 사례는 많다. 무키 베츠는 시카고에 가면 따로 행동한다. 팀이 자는 호텔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이다. 얼마든지 용납되는 이유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구단이 먼저 나서는 눈치다. 마치 ‘우리 자는 곳에 오타니는 없어요’라고 공표하는 모습이다. 하긴. 몰려들 관심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관광하러 간 것도 아니고. 선수단의 안식을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생긴 궁금증이다. 과연 그는 어디에서 며칠을 지냈을까? 그런 물음표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하소연이라고 할 판이다.
물론 도쿄에는 좋은 호텔이 여럿이다. 하지만 그런 곳을 이용하기도 어렵다. 금세 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공유 숙소를 이용하는 것도 우습다. 혹은 정치권에서 간혹 등장하는 안가가 있을 리도 만무하다.
게다가 누구보다 잠에 진심인 주인공 아닌가. 도대체 어디에서 일주일을 보냈을까. 참 쓸데없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1가구 다주택의 삶
일본 어느 미디어의 보도다. <뉴스 포스트 세븐>이라는 곳이다. 유명인의 사생활이나 가십을 많이 다루는 대중 매체다. 신뢰도를 따지기에 앞서, 호기심을 채워주는 역할에 충실하다.
26일 기사 내용이다. ‘다저스 멤버들은 호텔과 도쿄돔을 버스로 오갔다. 여기에 오타니 선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장 차림의 남성이 조수석에 앉은 검은색 세단에 탄 채 구장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그러면서 세단 승용차의 출발지로 지목한 곳이 있다. 도쿄 해안에 인접한 지역이다.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위치에 우뚝 솟은 고층 타워 맨션이다. 그곳 가장 꼭대기층 한 물건의 소유주가 바로 이도류다.
매입 시기는 2018년 봄이다. 미국행이 이뤄진 직후다. 2억 5000만 엔(약 24억 4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보도됐다. 자세한 형태는 모르지만, 복층 구조로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는 그가 매년 겨울이면 찾는 곳이다. 시즌이 끝나면 일본으로 돌아온다. 물론 고향(이와테현)에도 간다. 그런데 조금 멀다. 대외적인 일정을 소화하려면 도쿄에 머물 때가 많다. 그래서 얻은 거처로 해석된다.
현재까지 보도된 것을 종합하면 그는 1가구 다주택자다. 우선 2024년에 매입한 LA의 저택이 있다. 그리고 하와이에도 세컨드 홈을 건축 중이다. 부모와 살던 이와테현의 고향집도 인근으로 이사했다. 상당한 증축 작업이 이뤄졌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도쿄의 아파트가 추가된다.
하긴, 어마어마한 수입에 비하면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연간 광고료 수입만 1억 달러(약 1470억 원)를 돌파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도쿄 아파트를 일주일에 하나씩 살 수 있는 정도다.
오랜만의 가족 밥상
아무튼.
도쿄의 일주일은 그런 의미다. 모처럼 찾아온 가족의 시간이다. 아쉽게도 (둘째) 며느리가 빠지기는 했다. 뱃속의 아이 때문에 장거리 비행이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예전의 구성이 됐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막내아들 쇼헤이….
<뉴스 포스트 세븐>은 그 장면을 이렇게 상상한다.
‘(도쿄 시리즈의 열기로) 열도 전체는 끓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맨션에서는 조용한 식탁이 마련됐을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식이 마주한 지극히 평범한 밥상 말이다.’
시간을 되돌려 본다. 20년도 넘었다. 초등학교 2학년 생이 밥투정을 한다. 음식에 젓가락만 대고 있다. 먹기 싫은 눈치가 역력하다.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는 어머니와의 기싸움이 장난 아니다.
그게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2~3인분을 먹어도 부족할 나이다. 매일 강훈련도 버티기 어려웠다. 영양 부족으로 가끔 링거 주사를 맞을 때도 있었다.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오죽하겠나.
몸에 좋다는 것을 구하려 사방을 수소문하는 일은 예사다. 늘 마음 졸이며, 백스톱 뒤에서 두 손을 모은다.
남들보다 각별한 부모 자식 사이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마냥 다정다감할 리는 없다. 어머니의 SNS 메시지에 즉답은 없다. 몇 차례 잔소리가 쏟아져야 한다. 그래야 간신히 시큰둥한 대답이 돌아온다. 여느 아들이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물론 가족 간의 끈끈함은 당연하다. 가장 깊게 신뢰하는 관계다. 그걸 입증하는 사례가 있다. 이제껏 아들이 설립한 법인(회사)은 두 곳이다. 매니지먼트나 자산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2016년과 2023년에 만들어졌다. 두 군데 모두 대표이사는 동일 인물로 등재됐다. 바로 어머니 가요코(62) 씨다.
집밥을 위한 칼퇴근
아마 막내아들의 가장 찬란한 시즌이 2024년이었을 것이다. 이적 첫 해에 대단한 것들을 이뤘다. 50-50 달성, 만장일치 MVP,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그런 시간에도 철저하다. 부모의 그림자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관중석에 모습을 비추는 경우도 드물다. 서울시리즈(2024년 3월) 때 이후로는 더 깊이 감춰진다.
딱 한 번 있었다. 8월 초였다. 다저 스타디움에서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관중석 가장 좋은 특별석에 응원하는 모습이다.
이 자리는 아들의 입단 계약 때 세부 조항으로 포함된 옵션이다. 별도의 5층 스위트 룸을 제공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하루 이용료만 1만 달러(약 1470만 원)에 육박하는 곳이다. 전용 엘리베이터는 물론이다. 10명 이상에게 최상급 케이터링(출장 뷔페) 서비스가 제공된다.
마음만 먹으면 매일 갈 수 있는 자리다.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다. 아버지 토루(62) 씨의 얘기다.
“(작년 8월) 우리가 간 3연전에서 성적이 별로였다. 홈런 1개를 쳤지만, 이후 안타가 없었다. ’역병신(疫病神)이 왔다’고 할까 봐 걱정했다.” ‘역병신’이란 전염병을 퍼트리는 고약한 존재라는 의미다. ‘마(魔)가 낀 것 같다’ 정도의 표현이다.
알려진 바로는 그렇다. 아들이 (일본에) 귀국하면 부모도 바빠진다. 이와테의 집을 떠나, 서둘러 도쿄집으로 가야 한다. 그때마다 어머니 가요코 씨의 양손에는 짐이 가득하다. 아들 먹일 음식들이다.
팀 동료들에게는 초호화 참치 해체쇼를 주관한 오타니다. 한 일본 매체는 2000만 원 정도 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건 참치값 정도에 불과하다. 전체 비용은 그 몇 배가 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화려한 일정은 대외용이다. 정작 본인은 소박한 집밥을 즐긴다. 도쿄에서의 일주일간은 언제나 그렇듯 ‘칼퇴근’이었다. 외식은 가급적 피한다. 무척 오랜만이다. 가족과의 오붓한 한때를 보내기 위해서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