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질환 천만 명 시대, 우리 몸의 중심축이 건강하기를 기원하며
33개 척추뼈, 그중 무엇 하나 아프지 않기를 소망하며
우리 몸의 중심은 어디일까? 심장이나 뇌를 말하는 게 아니다. ‘구조적인’ 중심을 말하는 것이다. 신체를 지탱하는 구조적 중심은 누가 뭐래도 ‘척추’일 것이다. 신체 균형을 유지하고 거의 대부분의 움직임에 관여하며,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척수가 지나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척추 문제는 현대사회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건강 문제로 꼽힌다. 컴퓨터 중심의 문화가 발달했고, 스마트폰 문화로 옮겨갔으며, 이 과정에서 목과 허리에 발생하는 부담이 늘어 다양한 질환을 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현대인들은 앉아있는 시간의 비중이 크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다. 하루종일 육체적, 정신적으로 시달리다가 집에 돌아오면 운동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모든 요인들이 종합돼 척추 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허리통증을 경험하는 사람이 대략 80%, 목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이 약 15%~20% 정도다. 추간판(디스크) 탈출을 경험하는 인구도 적게는 1~2%, 많게 잡으면 거의 5% 정도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척추질환’이라는 명칭으로 척추와 관련된 다양한 병증을 통합한 통계를 제공한다. 2019년부터 약 900만 명 정도의 환자가 척추질환을 앓았으며, 2023년에는 약 960만 명이었다. 그리 오래지 않아 척추질환 1천만 명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척추 관련 요양급여비용총액도 41억 원 가량이다.
척추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아직도 척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척추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일상 속 어떤 것들이 척추에 부담을 주고 무리하게 하는지, 척추 문제를 경험한 적이 없다면 어떤 예비 징후가 있는지 등을 알아보도록 한다.
척추의 구조와 부위별 역할
척추 문제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본 사람은 ‘경추 3~4번’, ‘요추 3~4번’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척추가 약 33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고, 그 각각을 보다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 번호를 붙여 부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조립식 블록을 길게 연결해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척추는 하나로 뻗듯이 생겼지만 크게 몇 가지 부위로 구분한다. 목 부위에 있는 경추(Cervical Spine, 7개 뼈), 가슴 부분에 위치한 흉추(Thoracic Spine, 12개 뼈), 허리 부분의 요추(Lumber Spine, 5개 뼈), 그리고 골반 쪽의 천추(Sacrum, 5개 뼈)과 꼬리뼈 부분의 미추(Coccyx, 4개 뼈)다. 경추 1, 2번과 천추, 미추를 제외한 나머지 22개의 척추뼈는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각각의 척추뼈 사이에는 연골조직, 이른바 추간판(Intervertebral Disc)이 위치하며, 뇌에서부터 시작해 척추 안쪽 척추관(Vertebral Canal)을 통해 지나가는 척수(Spinal Cord)가 주요 구조를 이룬다.
이들 중에서 현대인에게 주로 문제가 생기는 곳을 꼽자면 목 부위의 경추, 그리고 허리 부위의 요추, 그리고 추간판과 척추관 정도를 들 수 있다. 컴퓨터로 작업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볼 때 고개를 앞으로 내미는 자세는 경추에 무리를 준다. 또, 의자에 앉을 때 잘못된 자세로 앉아 오랜 시간 유지하게 되면 요추에 부담이 쌓인다.
척추에 무리가 되는 상황들
일상적인 자세 외에도 척추 각 부위에 무리가 되는 경우는 다양하다. 헬스장에서 데드리프트 자세를 배우거나 수행해본 적이 있는가? 무거운 중량을 들 때 어디에 어떻게 힘을 주고 분산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훌륭한 동작이다.
물론 이 동작을 제대로 배우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힘의 분배를 해내는 사람도 없진 않다. 하지만 그 방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호기롭게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요추에 심한 압력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요추 인근의 근육이 손상되거나 심하면 추간판 탈출이 시작될 수 있다.
앉는 자세만 문제일까? 아니, 오랜 시간 서 있는 자세 역시 척추에 부담을 주긴 마찬가지다. 보통은 요추에 무리가 많이 가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고관절 쪽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는 천추에 지속적 압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누운 자세도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다. 누워 있는 것은 앉거나 서 있을 때에 비하면 척추에 부담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워서 무슨 자세를 취하든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누워 있을 때 머리와 목의 선이 자연스럽게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앉거나 서 있는 자세로 경직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부담을 준다. 특히 엎드린 자세에서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경추에 지속적인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베개나 쿠션을 사용해 머리를 정면으로 두고 목이 자연스러운 곡선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물론, 가급적이면 엎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이밖에 운동 부족으로 인한 근육 약화 및 유연성 감소, 과체중으로 인한 척추 하중 증가 등이 척추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이 된다.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흔한 요인들이다. 과체중이나 비만일 경우 척추 뿐만 아니라 하체와 무릎에도 추가적인 하중을 가하게 되므로, 무릎 관절이나 발목 관절까지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척추 문제가 생긴다는 징후
이미 척추 관련 통증을 겪어본 사람들은 잘 아는 통증이 있다. 하지만 척추 문제를 겪어본 적 없는 사람들은 그들이 어떻게 아픈지 설명해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척추 문제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다면, 조기 진단을 통해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대부분 만성적으로 질환이 나타나는 만큼, 초반에 문제를 인지하고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면 척추 문제를 겪지 않고 더 오랜 시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인지해야 할 증상은 ‘저림’이다. 다리 또는 팔에 저린 증상이 느껴지거나, 일시적으로 감각이 둔해지는 느낌이 든다면 이는 척추로부터 발생한 신경 압박의 결과일 수 있다. 경추나 요추의 추간판이 제자리를 벗어나 팔이나 다리로 통하는 신경을 압박하면 일시적으로 저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방사통’이 있다. 방사통이란 시작 지점으로부터 주위로 점점 퍼져나가는 통증을 말한다. 척추의 한 지점에서부터 시작된 통증이 등 전체와 어깨, 팔로 퍼진다면 경추에 문제가 생겼음을 예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통증이 옆구리와 엉덩이, 하지 쪽으로 퍼진다면 요추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목, 가슴 뒤편, 허리, 꼬리뼈 중 한 곳에서 갑작스럽게 뻣뻣한 느낌이 들며 뻐근한 통증이 생기는 것 역시 이상 신호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기기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정형외과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그 외에 평소 거뜬히 들던 물건을 갑자기 들지 못하거나 혹은 힘이 많이 드는 경우, 멀쩡히 걸어가다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경우도 척추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일이 빠른 시일 내에 반복된다면 가볍게 여기지 말 것을 당부한다.
척추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들
건강한 척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많은 곳에서 그 이야기를 들었고, 어느 정도는 이미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걸림돌이 있다면, 평소 무언가에 집중하다보면 시간이 훅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의식적으로 스트레칭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들쭉날쭉하는 일과 스케줄 덕분에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생활습관보다는 먹는 것과 관련한 정보를 제시할까 한다. 이 역시 널리 알려져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규칙적으로 운동해라”, “자세를 올바르게 해라”에 비하면 좀 더 유용할 것 같기 때문이다.
척추는 근본적으로 뼈 조직이기 때문에,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라면 척추에도 도움이 된다. 뼈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칼슘, 근육과 신경 기능을 돕는 마그네슘, 그리고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비타민 D, 칼슘이 뼈에 잘 결합되도록 돕는 비타민 K가 대표적이다.
전체적으로 우유, 치즈와 같은 유제품, 케일, 브로콜리 등의 짙은 녹색 채소, 그리고 연어, 고등어 같은 생선을 섭취하면 위의 주요 영양소들을 보충할 수 있다. 이밖에는 보조적인 수단들이다. 척추 주위 근육을 탄탄하게 잡아주기 위해 단백질 섭취와 코어 운동을 신경 쓰면 좋고, 척추의 노화를 예방하기 위한 항산화 성분 섭취 등이다.
Copyright © 본 콘텐츠는 카카오 운영지침을 준수하며,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