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증권이 증시 활황에 힘입어 사상 처음 연간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화려한 실적 속에서도 투자은행(IB) 부문의 실적은 오히려 역성장하며 그림자로 남았다.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며 금융당국 역시 증권사의 IB 역할 강화를 주문하는 가운데 삼성증권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증권은 전년 대비 12.2% 늘어난 1조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증시 호황이 브로커리지 실적으로 이어졌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중개수수료의 역할이 컸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의 순수탁수수료는 7463억원으로 전년 대비 32.0% 늘었다.
국내 증시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2일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며 오천피 시대를 열었고 이후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이날 종가 기준 5969.64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의 수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시장을 주도했다.
브로커리지 외 사업 부문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금융상품 판매수익은 1.1%, 상품운용손익은 8.2% 각각 증가했다.
반면 IB 부문은 나홀로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IB 부문 실적은 3054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8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화금융 실적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해 구조화금융 수익은 24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85억원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보수적 리스크 관리가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구조화금융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수익인데 최근 부동산 상황이 좋지 않아 우량한 사업에만 뛰어들고 있다"며 "삼성증권은 특히 리스크 관리를 보수적으로 진행해 실적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적 구조는 시장 상황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는 이른바 천수답식 경영의 이면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증시 활황기였던 2021년 중개 수수료로만 7450억원을 벌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솟아오른 물가와 전쟁과 같은 돌발 변수로 증시가 얼어붙자 이듬해 348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러자 당기순이익도 9658억원에서 4239억원으로 56.1% 감소했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기조와의 괴리도 과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대출 위주의 금융 구조에서 벗어나 혁신 기업과 신성장 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며 증권사를 모험자본 공급의 핵심 주체로 보고 있다. 최치원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대형 증권사는 신규 인가를 추진하며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제도화하고 중소형 증권사는 중소기업 특화 인센티브 개선 등을 통해 중소·벤처 지원 역량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IB 실적 만회를 위해 커버리지를 강화하고 고객들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황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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