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부부는 돈 관리를 아내가 해서 내 월급도 모두 아내 통장으로 이체시키는데 이런 것도 증여세를 낼 수 있을까?” 최근에 한 지인에게 들은 질문이다. 그런데 이 말이 맞는다면 좀 이상하다. 함께 살고 있는 부부가 네 돈 내 돈을 가리고 생활에 필요한 돈도 따로 관리하면 우리네 인식 속에서는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든다. 요즘 부부들은 서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별도의 생활비 통장을 만들어서 공동으로 사용한다고도 하는데 옛날 사고를 가진 탓인지 아직도 선뜻 와 닿지는 않는다. 여하튼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하자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다. 무슨 말인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세법에서 증여는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 형식 목적 등과 관계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형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하거나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부부는 생활을 위해 경제적 공동체의 개념을 갖고 있기에 어디까지가 증여인지에 대해 조금은 불명확한 점이 있다. 어쩌면 이런 점 때문에 세법도 부부간 증여재산공제액을 6억 원까지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부간에 계좌 이체되는 모든 돈을 증여로 보게 되면 증여라는 규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관련해서 세법도 다음과 같은 규정은 가지고 있다.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 5.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이재 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위와 같이 세법에서도 생활비에 대해서는 증여재산으로 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런 생활비를 얼마까지 인정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단지 “사회 통념상”이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신혼부부와 자녀들을 키우는 50대 부부는 생활비의 개념이 다를 것이고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는 물가로 인해 생활비의 규모는 지난해와 올해가 또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얼마를 정하기 어렵다.

생활비라고 하면 얼마가 되었던 다 인정해 줄 것인가?
“A 씨는 종합부동산세를 줄여보고자 가지고 있던 아파트 두 채 중에서, 한 채를 아내에게 증여했다. 부부 간 증여는 6억 원까지 증여재산공제가 되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그동안 A 씨가 아내 명의 계좌에 생활비 목적으로 이체한 돈도 현금 증여로 보아 4,000만 원이 넘는 증여세를 과세하였다.”
위의 사례를 보면 생활비라고 모두 인정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렇게 되면 최근처럼 가족 간 증여에 대해 국세청이 타이트한 관리를 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완전히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기준은 가지고 있어야 할 듯하다. 그래서 법보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의 규정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 비과세 증여재산의 범위 】 ① 법 제46조 제5호에 따른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생활비 또는 교육비는 필요시마다 직접 이러한 비용에 충당하기 위하여 증여로 취득한 재산을 말하는 것이며, 생활비 또는 교육비의 명목으로 취득한 재산의 경우에도 그 재산을 정기예금·적금 등에 사용하거나 주식, 토지, 주택 등의 매입자금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생활비 또는 교육비로 보지 아니한다.

위의 내용은 상증법 기본통칙과 관련한 예규인데 이로 추론해보면 생활비의 명목으로 이체된 금액(증여로 취득한 재산)을 생활비로 사용하면 증여로 보지 않으나 주식이나 부동산 금융상품 등 다른 자산을 취득할 목적으로 사용하면 증여로 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까지 보면 결국 남편이 아내에게 생활비로 계좌이체를 하게 되는 것은 증여가 아니다. 즉, 그 금액이 많건 적건 가족이 생활하는데 들어간 돈이라면 증여세는 비과세된다는 말이다. 다만 계좌 이체된 금액이 생활비로 사용하고 일부 남아서 아내 명의의 다른 자산을 취득하거나 부채를 상환한다면 그때는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의 월급을 받는 가장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이를 모두 아내 계좌에 이체하여 생활을 한다. 그런데 A 부부의 아내는 1,000만 원을 모두 생활비로 소진하고 B 부부의 아내는 생활비를 절약하여 500만 원은 주식에 투자하였다고 할 때, A아내는 증여로 보지 않고 B 아내는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내야 할까?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본 규정으로 해석하면 그렇다.

생활비가 증여인지의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이 같은 문제에서 그래도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가능한 생활비로 쓰일 만큼만 이체하고 투자 운용이 있다면 소득자 명의로 하며 부동산의 취득이 있다면 이 역시도 소득자의 명의로 하는 것이 좋다. 또한, 혹시 부부 공동명의로 해야 한다면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 준비도 미리 해 두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부부간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6억 원이므로 이를 이용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10년간 6억 원은 월로 500만 원의 금액이다.
글 성우경 세무사
※ 머니플러스 2022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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