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의 소음을 떠나 진짜 쉼을 찾고 싶을 때, 남해 바다 한가운데 자리한 통영 욕지도만큼 어울리는 곳은 드물다.
육지와 떨어져 있어 더 특별한 이 섬은, 절벽을 따라 난 비렁길과 바다 위로 걸음을 내딛는 출렁다리, 그리고 섬 특유의 정겨운 풍경 덕분에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처음 찾는 이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남긴다. “왜 진작 안 왔을까.”

‘비렁’은 경상도 사투리로 ‘벼랑’을 뜻한다. 이름 그대로 욕지도의 비렁길은 아찔한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산책로다. 과거 주민들의 이동로였던 이 길은 지금은 안전하게 단장된 데크길로 바뀌어 여행자들에게 개방됐다.
욕지항을 출발해 해군아파트 삼거리, 옥동길을 지나 제1출렁다리에 닿으면 본격적인 비렁길이 시작된다. 다리 위에 서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바다와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총 3개의 출렁다리가 조성되어 있으며,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스릴과 낭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제1출렁다리부터 시작하는 약 5.3km 구간은 1시간 반 정도 소요되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다.

비렁길을 걷다 보면 자연의 조각품 같은 풍경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부리를 내민 새처럼 생긴 펠리컨 바위, 물 위로 몸을 튕겨 오르는 고래를 닮은 고래강정이 대표적이다. 숲길과 절벽 데크가 교차하는 구간에서는 모험심을 자극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가며 마주하는 풍경은 다양하다. 삼여도와 해안 절벽, 새에덴 동산, 바다를 향해 열린 새천년 기념공원까지, 짧은 구간 안에서도 전혀 다른 감각의 풍경이 연이어 펼쳐진다. 걷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이 동시에 가득한 길이다.

자연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욕지도지만, 이곳의 특산물인 고구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남해의 풍부한 햇볕과 해풍을 맞고 자란 욕지도 고구마는 겉은 단단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달콤하다. 여행 후 기념품으로 챙겨 가기에도 좋고, 현지에서 간단한 간식으로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섬을 일주하는 도로는 자전거 마니아들에게도 인기다. 굴곡진 해안 도로와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져 산악자전거 훈련 코스로 활용될 만큼 도전적이다. 바다 풍경을 옆에 두고 페달을 밟는 경험은 욕지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라이딩의 묘미다.

욕지도는 통영항 여객선터미널(통영시 통영해안로 234)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운항하며, 연화도를 경유해 약 1시간 10~20분이 소요된다. 편도 요금은 성인 기준 12,400원이다.
보다 빠른 이동을 원한다면 당포항(삼덕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이용하면 약 5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만큼, 섬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더 큰 여유와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경남 통영의 욕지도는 단순한 섬 여행지가 아니다. 벼랑을 따라 걷는 아찔한 비렁길, 바다 위의 출렁다리가 선사하는 낭만, 기묘한 바위와 다채로운 풍경, 그리고 달콤한 고구마까지. 자연과 소박한 어촌의 정취가 어우러진 진짜 쉼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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