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연 티맥스 회장, '글로벌 1등 SW 꿈' 아마존과 시작한다

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이 13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슈퍼앱데이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티맥스그룹

토종 소프트웨어(SW) 기업 티맥스의 창업자 박대연 회장이 글로벌 1등 SW 기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1위 사업자다. 온프레미스가 아닌 클라우드 업무 환경을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한다. 온프레미스는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보안 등을 자체 데이터센터에 구축한 업무 환경이다. 클라우드로 갈아타는 기업은 데이터를 자체 데이터센터가 아닌 AWS같은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의 데이터센터에 보관한다. 월 사용료만 내면 되기에 초기 인프라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상황에 따라 서버와 스토리지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어 사업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주로 이용하던 데이터베이스(DB)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DB 사업자와 클라우드 사업자가 손을 잡고 클라우드에서도 DB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가능하다. 대표적인 DB 사업자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퍼블릭 클라우드 파트너십을 맺고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앳 애저(Database@Azure)'를 출시했다. 이로 인해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이용자는 오라클의 DB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오라클은 AWS와는 이러한 협력 관계를 맺지 않았다.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사업자 AWS의 이용자들도 DB에 대해 목 마른 상황이다. 박 회장은 이 부분에 착안, AWS에 'DB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제안한 뒤 지난 1년간 테스트를 지속했다. 그는 13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슈퍼앱데이' 기자간담회에서 "기업들이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DB가 핵심인데 오라클 DB가 AWS에서 구동되지 않아 클라우드로 못 옮기는 경우가 많다"며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올해 하반기부터는 AWS에서 슈퍼앱의 일부(DB)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WS의 클라우드는 전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이용하고 있다. 티맥스가 DB나 슈퍼앱을 AWS에서 선보인다면 글로벌 고객사들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 회장은 지난주에도 미국 아마존 본사를 방문하며 양사의 협력 상황을 점검했다.

티맥스는 그간 글로벌 사업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성공 사례를 남기지 못했다. 티맥스뿐만 아니라 국내 SW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등 제조 기반의 토종 IT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했지만 SW 기업은 국내 시장에 머물렀다. 박 회장은 국내 SW 기업이 글로벌로 나아가지 못한 점이 늘 아쉬웠다. 그는 AWS를 파트너로 삼고 자사의 기술력을 더해 다시 한 번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질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날 티맥스가 공개한 슈퍼앱 '가이아'도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다. 당초 계획보다는 완성 시점이 늦어지고 있지만 박 회장의 눈은 글로벌로 향하고 있다. 그는 슈퍼앱의 B2B(기업간거래) 버전을 올해 하반기에, B2C(기업·소비자간거래) 버전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버전 목표 출시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이 13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슈퍼앱데이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티맥스그룹

가이아의 핵심은 '코딩을 몰라도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앱 개발은 가이아에게 맡겨놓고 개발자들은 보다 창의적인 업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 박 회장이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는 "가이아를 쓴다면 자바·자바스크립트·SQL을 몰라도 앱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며 "기획과 소스코드를 단순히 일치시키는 일에서 벗어나 보다 부가가치 높은 일을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날 티맥스소프트의 재인수 추진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현재 재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거래 상대방이 있는 일이다보니 조심스럽다는 것이 박 회장의 입장이다. 티맥스는 과거 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티맥스소프트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투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결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게 티맥스소프트를 매각했다. 티맥스는 매각 당시 지분을 다시 살 수 있는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켰다.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2026년 3월까지다.

업계에 따르면 티맥스는 티맥스소프트를 재인수하기 위해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자금을 투자받기로 했다. 자금 융통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티맥스가 티맥스소프트를 다시 품게 된다면 회사는 SW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티맥스소프트는 미들웨어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미들웨어란 운영체제(OS)와 응용 SW의 중간에서 중개의 역할을 수행하는 SW다. 클라이언트와 서버 구조에서 미들웨어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