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용산구 헬리녹스 웨어 팝업스토어. 2층 판매 공간에 진열된 갈색 다운 베스트(조끼)를 점원이 단 네 번 만에 성인 주먹 크기로 접었다. 안감에 연결된 주머니로 쏙 집어넣으며 “무게는 300그램 남짓”이라고 강조했다. ‘캠핑계 샤넬’로 불리는 헬리녹스의 정체성을 이식받은 헬리녹스 웨어 에디션1 제품이다.

지난해 헬리녹스 의류 사업권을 확보한 코오롱FnC가 1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오는 23일 헬리녹스 웨어를 공식 론칭한다. 헬리녹스는 2009년 등산 스틱으로 시작해 캠핑용 의자 ‘체어원’으로 13년간 12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토종 아웃도어 기어 브랜드다. 코오롱FnC는 지금의 글로벌 입지를 구축하기까지 헬리녹스가 고집해 온 내구성과 혁신성, 휴대성의 요소를 디자인에 녹이기 위해 말 그대로 전력투구했다.
핵심은 모듈화다. 의류를 패널 단위로 세분화하고, 여기에 방수·발수·통기성 등 코오롱FnC가 보유한 고기능성 소재 기술을 접목했다. 실제 에디션 시리즈의 이클립스 팩 다운 베스트는 10개, 이클립스 팩 다운 재킷은 30개의 패널을 손수 연결한 구조다. 이를 통해 충전재 삼출(누설)을 방지하고 옷감의 퀄리티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폭넓은 라이선스 노하우를 지닌 코오롱FnC와 헬리녹스의 시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FnC로선 브랜드 사업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미국 골프 업체 ‘지포어’의 국내 성과로 일본과 중국 판권까지 확보했던 사례처럼 향후 헬리녹스 웨어의 해외 사업권 역시 노려볼 만하다.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 니즈만 맞다면 해외 유통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이미 올해부터 중국 내 헬리녹스 아웃도어 용품을 코오롱FnC가 전담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2013년 법인 분사 이후 매년 외형 성장을 거듭하다 지난해 처음 매출이 주춤한 헬리녹스 입장에서도 의류 사업은 신성장 동력으로 제격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헬리녹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46% 줄어든 424억원에 그치며 적자로 전환했다.
다만 코오롱FnC가 자체 전개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와 수요층이 겹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업을 장기화할수록 라이선스 브랜드에 고객을 뺏기는 카니발라이제이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코오롱FnC 관계자는 "헬리녹스의 DNA는 기어(용품)에 있고 의류는 그 연장선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헬리녹스 웨어는 이번 팝업스토어와 23일 오픈되는 자사몰을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팝업스토어는 오는 23일부터 내달 2일까지 서울 한남동에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열린다. 25F/W시즌에서 선보이는 아이템은 약 60여가지다. 가격대는 10만원대부터 70만원대까지로 형성됐다. 내년에는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주요 백화점 입점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헬리녹스 웨어 관계자는 “’헬리녹스 웨어’는 단순한 의류 컬렉션이 아니라, 헬리녹스가 축적해 온 기술과 철학, 그리고 문화적 감도를 입는 또 하나의 소통 방식이 될 것”이라며 “기어와 웨어가 공존하는 일상과 아웃도어를 연결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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