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방비 100조 더 쓰고 대만 지켜라" 한국 정부에 공식 요구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던진 새로운 숙제가 한국 외교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8일 도쿄에서 열린 한미 외교차관 회의에서 미국이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단순한 국방비 증액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한미 상호 방위 조약을 인도·태평양 전략에 확대 적용하여 대만 유사시 한국도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었죠.

이는 그동안 한반도 방어에 국한되어 해석되어 왔던 한미 동맹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제안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통상 협상과 안보 협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의 이러한 요구가 한국 외교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됩니다.

크리스토퍼 랜다우 부장관의 폭탄 발언


크리스토퍼 랜다우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7월 18일 도쿄에서 한국 측에 전한 메시지는 한미 동맹 70년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제안 중 하나였습니다.

"한미 상호 방위 조약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강화하자"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지난 20일 호주 북동부 해상에서 열린‘탈리스만 세이버’연합 훈련에 우리나라 해군 마라도함과 미국·호주의 함정이 해상 훈련을 하고 있다. 호주·미국이 격년으로 실시하는 최대 규모 합동 훈련인 탈리스만 세이버 훈련에 올해는 한국·미국·호주·영국·일본 등 19국 병력 3만여 명이 참가했다.

한미 상호 방위 조약의 전문은 양국이 '태평양 지역의 집단 방위'를 위해 노력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3조는 동맹 중 한 나라가 '태평양 지역에서 무력 공격'을 받으면, 다른 나라도 이를 '자국에 대한 위험'으로 인정하고 '행동할 것'을 명시하고 있죠.

그동안 이 조항은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개입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는 이 해석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입니다.

대만 유사시 등 태평양 지역에서 미중이 충돌하면, 한국도 조약에 따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죠.

이는 한미 동맹의 지리적 범위를 한반도에서 인도·태평양 전체로 확장하자는 제안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GDP 5% 국방비 인상, 미국의 구체적 청구서


랜다우 부장관은 동맹 현대화의 구체적 방안으로 한국의 국방 예산 대폭 인상도 요구했습니다.

현재 GDP의 2.3% 수준인 한국 국방비를 GDP 대비 5%까지 인상하라고 공식 요구한 것입니다.

이는 현재 국방비를 두 배 이상 늘리라는 의미로, 연간 100조원 이상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수준입니다.

미국은 또한 미 전략 자산 전개 비용 분담 문제도 제기했다고 합니다.

"변화하는 역내 안보 환경 속에서 동맹을 호혜적으로 현대화해 나가야 한다"는 표현은 미국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한국을 보호하는 구조가 아니라, 상호 부담과 책임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미국은 케빈 킴 국무부 부차관보를 방한시켜 10~11일 열린 외교·국방부 국장급 실무협의에서도 '동맹 현대화' 방안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이번 요구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이재명 정부의 딜레마, 대만 문제 개입 약속과 상충


미국의 이러한 요구는 이재명 정부에게 상당한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대만·중국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는 "한국이 미중 갈등의 대리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해왔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9일 "국방비 전체는 국제적 흐름에 따라 늘려나가는 식"으로 협의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나 시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요구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한미 상호 방위 조약에 기초해 미중 충돌 시 미국 편에 기여하라는 요구는 한국의 외교적 균형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면서 북한 문제 해결의 핵심 당사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만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한국이 치러야 할 대가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입니다.

아시아판 나토 구상, 현실이 되나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현대화 추진 배경에는 중국이 위협으로 떠오른 새로운 환경에 맞게 동맹의 태세를 조정하면서, 그 재정적·군사적 부담을 동맹국들과 나눠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3월 말 공개한 '임시 국가 방위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억지'를 최우선 과제로 상정했습니다.

탈리스만 세이버 훈련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23일 엑스에 "한국과 같은 아시아 동맹들이 국방 지출과 집단 방위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방부는 아시아·태평양의 집단 방위를 강화하기 위해 국무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콜비 차관은 일본·호주에도 '대만 문제로 미중이 전쟁을 벌이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해 9월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해 중국·러시아·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일라이 래트너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도 지난 5월 '태평양 방위 조약' 체결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구상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죠.

필리핀도 같은 요구 받아, 인태 전역 동맹 재편 가속화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21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우리는 (미국·필리핀) 상호 방위 조약에 계속 충실할 것"이라며 "이 조약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전역에서 발생하는 우리 군, 항공기, 정부 소유 선박 등에 대한 무력 공격에 적용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미중이 충돌하면 필리핀도 미국 편에 기여하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일본·호주·필리핀 등 주요 동맹국들에게 동시에 ①역내 방위 강화를 위한 국방비 인상과 ②미중 갈등 시 미국 측 기여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은 이미 올해 동중국해·남중국해를 단일 전구로 묶어 전력을 통합 운용하자는 '원시어터' 개념을 미국, 호주, 필리핀에 제안해 동의를 받았습니다.

이 4국 간 안보 협의체 '스쿼드'가 집단 안보 조약의 모체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선택, 균형외교 vs 동맹 심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은 한반도는 주한 미군이, 대만 해협은 주일 미군이 관장하는 별개의 전구로 간주해 왔다.

그런데 대만 해협과 한반도는 위기를 서로 촉발하는 관계이므로 사실상 '통합 전구'를 지향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미국은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더 이상 개별 분쟁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전장으로 보고 동맹국들의 역할을 재편하려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대중 관계 악화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거부할 경우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딜레마에 직면한 것이죠.

우리 정부는 현재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 인태 지역에 나토식 집단 방위 개념은 존재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적용도, 구축도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과 중국의 군사적 부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언제까지 이러한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25% 관세의 유예 시한인 8월 1일을 앞두고 통상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안보 분야에서도 미국의 청구서가 날아든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