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는 돈 그대론데, 버는 돈은 '뚝'"…금리 인하에 우는 은행들
[편집자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3년 2개월 만에 금리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융사별로 희비가 교차하는데 업권별로 영향을 짚었다.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금융권의 희미가 엇갈린다. 이자 수익이 줄어드는 은행과 자본 비용 부담이 커지는 보험사는 난색을 보인다. 반면 자금조달 비용이 하락한 카드사·저축은행·캐피탈사는 모처럼 수익성 개선과 함께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피벗은 장기적으로 은행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 수익의 핵심 지표인 NIM(순이자마진) 하락이 전망된다. 금리 하락에 민감한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먼저 떨어지면서 예대금리차가 축소한다. 대출 이자로 은행이 버는 돈은 줄고 예금 이자로 나가는 돈은 유지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미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되면서 예대금리차는 줄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68%였던 예대금리차는 올해 2분기 1.22%까지 떨어졌다. 대출금리 하락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면서 대출 수요가 늘 수 있으나 이 시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등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대출 성장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상환 부담 줄면서 연체율 등 건전성이 개선되고 대손 상각률이 하락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예대금리차 축소에 따른 영향과 비교하면 대손 상각률이 미치는 영향은 적다.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올린 것은 변수로 꼽히나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기에 예대금리차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보험사는 자산건전성 방어가 최대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로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도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킥스 비율은 가용 자본을 요구 자본으로 나눈 값인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금리가 인하하면 자산의 증가 속도보다 부채의 증가 속도가 더 빨라 킥스 비율을 산출할 때 분자가 되는 자본이 줄면서 킥스 비율도 하락한다.
올해 6월 말 기준 보험사의 자기자본은 15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조3000억원(9.2%)이 줄었다. 총자산보다 총부채가 더 많이 증가한 탓이다. 실제로 6월 말 기준 킥스 비율을 고시한 22곳의 생명보험사 가운데 16곳은 지난해 말 대비 수치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 19곳 중 12곳의 킥스 비율도 악화했다.
카드·캐피탈사는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조달 비용이 줄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캐피탈사는 수신(예금) 기능이 따로 없어 채권을 발행해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들이 발행하는 여신전문채권(여전채)은 기준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금리인상기엔 조달 비용이 뛰어 순익이 감소하지만, 금리인하기엔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21년 1~2%대였던 여전채 금리는 기준금리가 높아지면서 5~6%대로 치솟았다. 지난해 국내 8개 카드사의 이자 비용은 1년 전보다 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조6243억원에서 1조4168억원으로 감소했다.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앞으로 여전채 금리가 안정화되면 카드사의 이자 비용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중장기적으로 은행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예금금리보다 더 빨리 떨어지는 대출금리로 은행의 이자수익이 줄어서다. 대출금리 하락으로 연체율 등이 개선되는 부분은 긍정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지난 11일 5년 만기 은행채(AAA·무보증)의 금리는 전일보다 0.014%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채 금리가 바로 반영되는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이날 함께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하는 장기적으로 은행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 수익의 핵심 지표인 NIM(순이자마진) 하락이 전망된다. 금리 하락에 민감한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선제적으로 떨어지면서 예대금리차 축소가 발생해서다.
대출 이자로 은행이 버는 돈은 줄고, 예금 이자로 나가는 돈은 유지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잔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 8월 기준 기업 대출 63.4%, 가계대출 55.2%로 고정금리보다 많다.
이미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먼저 하락하면서 예대금리차는 줄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68%였던 예대금리차는 올해 2분기 1.22%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평균 대출금리는 0.57%포인트 하락했으나 저축성수신금리는 0.11%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기준금리가 1분기 3.25%에서 4분기 2.75% 떨어졌던 2012년을 살펴보면 시중은행의 순이자이익은 1분기 6조910억원에서 4분기 5조6619억원으로 4291억원 감소했다. 당시 예대금리차는 2.02%에서 1.85%로 떨어졌다.
대출금리 하락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면서 대출 수요가 늘 수 있으나 이 시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등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대출성장률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경기가 충분히 회복돼 기준금리 인하가 종료된 이후에 급반등하고, 대출성장률도 이때 급등하기 때문에 이자이익 역시 이 시기가 돼서야 본격적인 성장을 보인다"며 "달리 말하면 그때까지 순이자마진과 이자이익은 계속 부진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상환 부담 줄고, 연체율 개선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건전성 회복과 함께 대손상각률 하락으로 수익에도 영향을 준다.
다만 예대금리차 축소에 따른 영향과 비교하면 대손상각률이 미치는 영향은 작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 평균 이자익익 총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이지만 대손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에 불과하다.
시장금리에 이미 기준금리 인하가 상당 부분 반영됐고,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은행권이 대출금리는 올린 것은 변수다. 인위적인 대출금리 인상이 단기간 예대금리차를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인하기 예대금리차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은행업권 관계자는 "다음 금리인하 시기가 언제인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떨어지더라도 가계대출 부분은 성장률에 한계가 있고, 기업 대출도 채권시장과 경쟁을 해야 해 영업환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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