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리포트] 금리하락이 두려운 보험사들
글로벌 중앙은행 금리정책 피봇팅 시작
금리하락 취약 보험사 자본관리 선제대응
매물화된 보험사 구조정 M&A 서둘러야
지난달 미국 연준이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만에 기준금리를 4.75%~5%로 0.5% 포인트 인하했다. 이어 지난 11일 한국은행도 집값 상승 등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무려 3년 2개월만에 기준금리를 3.25%로 0.25% 포인트 인하하며 동참했다. 기준금리 변동은 모든 경제활동 주체의 행동에 가장 광범위하고 무차별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정책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금리인하의 큰 걸림돌이었던 부동산시장 뿐 아니라 보험사 경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모두가 금리정책 피봇팅(Pivoting)을 예상하고 자본확충 등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해왔기 때문에 단기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상황을 감안하면 금리하향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과 수익성 관리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로 할인율이 떨어지면 K-ICS 비율이 하락하고 보험사 지급여력도 줄어든다. 특히 대부분의 보험사는 부채듀레이션이 자산듀레이션 보다 길다. 동일한 금리변동에도 부채 시가평가액 변동이 자산보다 더 크다. 결과적으로 특별한 경영상황 변화가 없어도 ALM관리에 실패하면 금리변동으로 자본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
시장금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이전부터 이미 선반영돼 하락하는 중이었다. 2024년 10월 11일 기준으로 국고채 금리가 1년만에 잔존만기 20년은 1.185% 포인트, 30년만기는 1.172% 포인트 하락해 각각 2.932% 2.911%로 낮아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과거 최저수준으로 회귀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보다 최소 0.5~1%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내년 11월부터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영향으로 0.2~0.6% 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블룸버그 등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보험연구원(2024년 9월)은 시장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K-ICS 비율(경과조치후)이 평균적으로 생보사는 25%포인트, 손보사는 30%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더구나 K-ICS 도입시 지급여력비율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현재 한시적으로 운영중인 할인율 산출 요소값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는 정책도 보험사에 부담이다. 할인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선도금리는 2021년 5.2%에서 올 해 0.25%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3% 초중반까지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방침이다.
또 유동성프리미엄 산출방식을 정교화하고 금리의 최종관찰만기를 20년에서 30년으로 확대하는 등 할인율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제도변경이 예정돼 있다. 게다가 단기납종신보험이나 무해지상품의 해지율 조정 등 계리적가정 변경 추진도 보험부채를 증가시킬 복병들이다.
2024년 상반기 생보사 전체 이익잉여금이 4%(2조원) 가까이 증가했지만 할인율 하락 영향으로 기타포괄손익 누계액이 54%(15조 4000억원) 감소해 결과적으로 자본이 13%(13조원) 줄었다. 국내 손보사 역시 이익잉여금은 8%(3조 2000억원) 증가했지만 기타포괄손익 누계액이 103%(5조 7000억원) 감소해 자본이 5%(2조 3000억원) 이상 줄었다. 당기순이익이 증가해도 할인율 하락으로 기타포괄손익이 감소해 대부분의 보험사 자본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2024년 상반기중 보험사 중에서 자본이 증가한 보험사는 삼성화재(3%, 5378억원)와 라이나생명(3%, 1278억원), IBK연금보험(2%, 135억원) 뿐이다. 특히 MG손보(마이너스 129%, 마이너스 2452억원), 롯데손보(마이너스 24%, 마이너스 2989억원) 등 일부 손보사를 제외하면 손보사보다 생보사의 자본 감소폭이 훨씬 더 크다. 올 해 상반기중 상위 메이저 생보사의 자본감소폭은 삼성생명 9%(3조 2853억원), 교보생명 22%(2조 1119억원), 한화생명 14%(1조 6185억원), 신한라이프 14%(1조 1407억원), KB라이프 15%(8016억원) 등이다.
결과적으로 자본이 증가한 삼성화재와 지급여력기준금액을 감축시킨 메트라이프생명을 제외한 대부분 보험사의 2024년 상반기 K-ICS비율(이하 경과조치전 기준)이 전년 말 대비 하락했다. 특히 자산보다 부채듀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더 긴 생보의 K-ICS 비율이 전년대비 평균 17%포인트 하락해 손보 하락폭 7%포인트보다 더 크다.
할인율 하락으로 K-ICS 비율이 150% 근처로 하락한 대형 보험사는 교보생명(161%), 한화생명(163%), 동양생명(166%), 현대해상(170%), 한화손보(172%), 흥국화재(151%) 등이다. K-ICS 비율 150%를 하회하는 보험사는 MG손보(37%), 롯데손보(139%), 푸본현대(10%), KDB생명(59%), ABL생명(105%), iM라이프(135%) 등이다.
향후 금리하락폭이 확대되면 다수의 보험사가 K-ICS 지급여력(자본) 관리에 비용과 에너지를 많이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행운도 불운도 부지불식간에 왔다 사라지지만 불운의 자리는 오래 남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1주일 후인 2008년 9월20일 영국 금융감독청(FSA, Financial Service Authority) 의장으로 취임한 아데어 터너(Adair Turner)는 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자신도 몰랐다고 고백했다. (부채의 늪과 악마의 유혹사이에서, 아데어 터너, 2016년)
2007년 여름부터 여러 징조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위기정도로 인식했다고 한다. 시장이 완전히 붕괴된 2008년 가을 이후에도 주요 선진국의 금리가 이후 수년 동안 0% 근처를 맴돌고 심지어 마이너스 상태가 이처럼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는 순간 어쩌면 이미 위기의 정점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정수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