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숫자로 본 프로야구단 '진짜 실력'

[재무제표 읽기] 프로야구도 밸류업을 위한 재무적 혁신 필요

1982년 개막한 한국 프로야구가 불혹의 나이를 넘겼다. 이 기간 팬들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프로야구에 아낌없는 사랑을 줬다.

코로나 시기를 버티느라 집안 생활이 많았던 탓인지 지난해부터 한국 프로야구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2024년 시즌은 1000만 관중 돌파가 목전이라고 한다.

야구 관련 TV 예능 프로의 효과와 새롭게 야구장을 찾는 2030 여성 팬의 증가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프로야구. / 이승환=ChatGPT4

하지만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던 2023년 10개 구단의 재무적 성과는 의외로 기대에 못 미쳤다. 점점 많은 관중이 사랑하는 야구, 그렇다면 2024년엔 야구단의 재무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까?

10개 구단을 운영하는 10개사는 비록 비상장사이지만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재무정보를 얻을 수 있다.

2023년 기준 자산·부채·자본·매출액·영업이익을 확인해 보면, 다행히 2020년 이후 매출액 상승과 흑자전환 등 긍정적인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 회사는 누적된 적자 때문에 결손 상황이고, 회사별로 재무상태도 그리 녹록치 않다.

2023년 10개 프로야구단 재무상황. / 이승환=DART 인용

다만 야구장이 있는 팀은 상황이 좀 나은 편이다.

서울을 연고지를 두고 있는 LG트윈즈는 자산총계 1105억원으로 10개 구단 중 재무제표 숫자가 가장 크다. 토지와 건물 유형자산의 장부상 가치가 838억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잠실야구장을 통한 입장료 수익도 157억원으로 타구단에 비해 많은 편이지만 영업손실이 10억원이다.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두산베어스 역시 134억 원의 입장료 수익이 매출액 증가에 도움이 되었다. 두산그룹 구조조정 여파인지 베어스타운 리조트를 매각하는 등 비용 슬림화 덕이 크다. 두산은 그 덕분에 2023년 매출액 618억원, 영업이익 64억원으로 유일하게 영업이익률 10%를 넘겼다.

대구 라이온즈파크 사용권을 가진 삼성은 2023년 매출액 744억원으로 매출 순위는 2위인데 영업이익이 불과 3억원이다. 삼성라이온즈 대주주는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으로 구단 매출액 중 광고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달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결손일 뿐만 아니라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 18개 삼성그룹 계열사와 특수관계자와 거래가 많은데 광고 매출은 줄어든 대신 지급수수료는 늘었다.

부산 롯데자이언츠의 입장료 수익은 132억원이다. 사직구장 관련 유형자산 토지의 장부가치가 146억원인데 2014년과 동일한 숫자다. 야구단 역사가 깊으면 자산 가치는 역사적 원가(구입 가격을 그대로 적은)일 수 있으니 감안해서 봐야 한다.

나머지 6개 구단 입장료 수익은 90억 원 내외로 비슷하다.

기아타이거즈는 2023년 매출액 454억원에 영업손실이 4억원이다. 자산총계도 82억 원에 불과하다. 타이거즈도 기아그룹 지원금과 광고수익에 의존하는데,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KT 위즈는 특이하게도 자산 중에 무형자산 109억원이 포함돼 있다. e스포츠 관련 프랜차이즈 계약금이 포함돼 있으며, 10개 구단 중 선수단 운영비가 639억원으로 매출의 97%에 달한다. 이런 영향으로 영업손실은 109억원을 기록했다.

야구단 운영사가 야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두산베어스에는 보험사업부가 있고, 삼성라이온즈는 서초동에 삼성레포츠센터를 운영한다.

SSG 랜더스는 신세계그룹이 2021년 인수했고, 이전에는 SK그룹이 창단한 SK와이번스였고, 더 거슬로 올라가면, 1997년 외환위기 때 해체된 쌍방울 레이더스까지 역사가 이어진다. 2023년 매출액 585억 원에 영업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이글스는 2023년 매출 500억원에 영업손실 7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금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다.

NC다이노스는 매출액 551억원, 영업이익 49억원인데, 소유기업 엔씨소프트로부터 단기차입금 373억 원을 빌려 쓰고 있다. 이자율이 4.6%다.

키움히어로즈는 대기업의 소유인 다른 구단과 달리 네이밍 스폰서로 운영된다. 2019년 넥센타이어에서 키움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최근 2년간 높은 이익을 낸 건 주요 선수를 해외로 진출시킨 기타수익(이적료 등) 덕분이다. 지배주주 소송문제로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2023 롯데자이언츠 감사보고서. / DART

각 구단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지만, 대다수 한국 프로야구단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대주주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매출액의 50~60% 이상이 구단과 연결된 기업 광고 또는 사업수익이며, 각 구단의 특수관계자 거래가 입증하듯이 모기업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이익률은 낮고, 재무상황으로는 자본잠식의 우려가 있어도 그다지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 특수한 사업환경이다.

물론 그룹 브랜드를 1년 내내 광고하는 효과가 야구단 운영비와 상충되거나, 오히려 그 이상이라는 셈법도 존재한다. 그렇게 따지면 야구단의 적자는 의도된 결과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야구단을 운영한다면 수익 다각화와 비용 효율화를 위해 유망주를 포기하거나, 지역 연고를 굳이 추구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로 삼성라이온즈가 구단주의 경쟁사인 LG전자 광고를 유치할 순 없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남은 방법은 관중 수의 증가와 경기장 내의 음식, 음료, 기념품 판매를 통한 부가 수익이다. 왜 그렇게 구단마다 유니폼 디자인이 다채로운지 이해되지만 이 부분도 물리적 한계가 있다.

곧 가을야구 시즌이다. 한국시리즈 등 2024년의 화려한 피날레를 향해 달려간다. 높아진 프로야구의 인기처럼 야구단 매출과 영업이익도 증가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길 기대해 본다.

야구장 수가 더 늘거나, 한·중, 한·일 리그전이라도 신설하면 어떨까? 야구단도 밸류업을 위한 재무적 혁신이 먼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