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생 최대 위기 맞은 나경원…앞으로 어떤 길 걸을까

계속 당심 1위하다가 대통령실 불출마 압박에 불출마 선언
'영원한 당원' 강조하며 후일 도모, 추후 대통령실과 관계 회복 주목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힘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1.2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조소영 기자 = 3·8 전당대회 최종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이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나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내리 4선을 하는 등 '스타 정치인'으로서 각광받아왔다. 이번 전대 국면에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대통령실과 세게 부딪히게 되면서 결국 '정부직'과 '미래의 당직' 모두를 손에서 놓치게 됐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및 친윤계와 각을 세우면서 내년 총선 공천도 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저의 출마가 분열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고, 극도로 혼란스럽고 국민들께 정말 안 좋은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며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로몬 재판에서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이번에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왕 솔로몬이 한 아이를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여성에게 '아이를 반으로 잘라 절반씩 가지라'고 했다는 성경 속 일화를 인용한 것으로, 진짜 엄마는 '저 아이를 주고 죽이지 말라'고 답한다.

나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이제 선당후사(先黨後私), 인중유화(忍中有和) 정신으로 국민 모두와 당원 동지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비전을 찾아, 새로운 미래와 연대의 긴 여정을 떠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이어지는 질의응답에서 "출마 결정은 좀 쉬웠을지 모르지만, 불출마 결정은 저에게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고 거듭 말하지만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로몬 진짜 엄마 심정으로 이번에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불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불출마 선언문 속 '선당후사' 등의 표현에서 나 전 의원이 막판까지 고뇌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복수의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여당 내에서 야당으로서 싸우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나 전 의원이 주류로서 꽃길을 걸어왔는데 비주류로서의 길을 감내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고뇌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의원은 그동안 당권주자 후보군으로 꼽히며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퇴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며 의도치 않게 반윤 주자가 됐다. 나 전 의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안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아직 정권 초기인 만큼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관계 회복을 도모해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 전 의원 측은 그간 현역 의원 등을 물밑 접촉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나 전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영원한 당원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향후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명분쌓기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다동의 한 식당에서 측근들과 오찬 회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전대에 불출마한 결정적 계기는' '후회하거나 아쉽지는 않나' '마지막으로 할 말'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일각에서는 불출마 선언을 한 것 자체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는 관측도 있다. 중진 정치인으로서 난관을 박차고 리더십을 인정받아야 할 시점에, 친윤계의 '반윤 프레임'에 내몰려 출마를 포기한 듯한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염두에 둔 듯, 나 전 의원은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당권주자들은 불출마 선언 직후 나 전 의원을 향해 '연대 러브콜'을 보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분열과 혼란을 막기 위한 선당후사와, 화합과 단결이라는 우리 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비전을 제시했다"며 "희생과 헌신을 전제로 한 그 진정성에 모든 당원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나 전 의원 지지층에 구애했다.

안철수 의원도 2030청년특보단 정책미팅 후 기자들과 만나 "정말로 안타깝고, 참 아쉽게 됐다"며 수도권 당대표론을 고리로 나 전 의원 지지층 흡수에 나섰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지금 원하는 방향들이 수도권에서 승리 아닌가. 그건 나 전 의원뿐만 아니라 우리 전 당원들의 바람이기도 하다"며 "그래서 저는 반드시 수도권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되고 또 당 대표로 선출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앞으로 전대에 있어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이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연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다만 당내 나 전 의원의 고정 지지층이 확고한 만큼 몸값을 높이다가 선거 막판에 김 의원과 안 의원 중 한쪽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관측도 있다.

나 전 의원은 동작을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하며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숨고르기를 하면서 차기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볼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