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대출비리] 손태승 친인척 부당대출 730억원…금감원 "5개월 미보고, 檢수사 지

조회 1372025. 2. 4.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박준한 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대출 금액 총 730억원이 부당한 방법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현장검사 결과 손 전 회장 관련 건수를 포함해 우리은행에서만 101건의 부당대출이 확인됐고, 해당 금액은 2334억원에 달했다. 이어 KB국민은행(892억원·291건), NH농협은행(649억원·90건) 순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4일 우리·국민·농협금융과 신한금융투자, 토스뱅크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 검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비리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기존에 확인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 대출 350억원 외에 다수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 380억원을 추가로 적발했다고 전했다.

특히 부당대출 중 451억원(61.8%)은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 등이 취임한 지난 2023년 3월 이후 취급됐고, 이 중 123억원(27.3%)이 부실화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더한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으로 대상으로 앞서 적발한 부당대출 350억원 대부분(84.6%)이 부실화된 점을 미뤄볼 때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정상으로 취급됐다고 분류된 대출마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기간 다수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사이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을 주도적으로 취급한 지역본부장 A 씨는 이 친인척 관련 법인에 여신 42억7000만원(6건)을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자금용도, 상환능력 평가를 소홀히 하는 등 내규를 다수 위반했고 퇴직 이후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차주 기업에 재취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우리은행에서는 고위 임직원의 부당대출이 발생했다.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 사후관리를 소홀히 해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했다. 이 중 987억원(61.5%)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실행됐다. 현재 1229억원(76.6%)이 부실화된 상태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된 여신 관련 징계 기준이 현재까지 이이지면서 여신 관련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중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징계 예정자에게 합리적 기준 없이 제재 완료 전 포상, 승진을 시행해 인사의 공정성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은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했지만 적시에 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당국은 물론 수사기관의 조사도 고의적으로 지연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 측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알고서도 이를 금융당국에 5개월간 보고하지 않아 금감원 검사 및 검찰 수사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향후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이 10~20bps(1bp=0.01%p)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감원은 금융지주가 그룹 외의 숨겨진 부실 위험까지 포함해 리스크를 면밀히 측정, 관리해야 했지만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은 자본비율이 타사보다 열위임에도 주가지수옵션 거래 확대 등 고위험자산 위주의 투자 성향을 지속해왔다. 반면 그룹 전체의 리스크를 인식, 측정, 관리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지적이다.

인수합병(M&A)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우리금융은 절차 준수에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임 회장이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관련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특정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와 이사회를 20분 간격으로 열었으나 담당 위원회의 심의 내용을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 같은 사항은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3분기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이사회 보고 및 논의 없이 기업대출 감축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수정했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지난 1월15일 금융당국에 동양·ABL생명보험 인수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으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불발되는 만큼 금감원 검사 결과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현재는 금감원의 관련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금융에 대한 지적 사항과 경영실태평가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평가 세부항목이 많기 때문에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위원회에서 현재 자회사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통상 2개월 이내에 결과가 나오지만 자료 요청 등으로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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