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의 출발, 70년대 '번개사업'…'기밀해제'된 M2 카빈총 첫 공개

허고운 기자 2022. 11. 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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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무기 생산 이뤄낸 한국, 이젠 방산수출 4위 목표
'번개처럼 빠르게' 의미 담은 번개사업, 'K-방산 정신'으로 재평가도
3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기밀해제-국군정보사령부 총기를 보다' 특별전에 M2 카빈 시제품 1호가 진열돼 있다. 이날 개막해 내년 3월 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M2 카빈 시제품 1호, 마드센 경기관총 등 국내의 희귀 총기 총 52점이 공개된다. 2022.11.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K-방산이 전세계에서 굵직한 수주를 따내면서 초대박 성과를 울리고 있는 가운데 약 50년 전의 '1차 번개사업'이 재조명받고 있다. K-방산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1차 번개사업 당시 제작된 소총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면서다.

전쟁기념관은 30일부터 '기밀해제-국군정보사령부 총기를 보다' 특별전을 열었다. 내년 3월5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에서는 정보사령부가 장기 보관하다 전쟁기념관으로 이관한 총기 52점을 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시물은 'M2 카빈 소총 대한민국 1호 시제품'이다. 이 총은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진행된 1차 번개사업(긴급 병기개발) 당시 제작된 10정의 M2 카빈 소총 시제품 중 유일하게 전해지는 것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총몸과 개머리판 등 일반적인 제품과 동일한 외형의 M2 대한민국 1호 시제품은 원본과 비교시 조정간 내부 부속의 미세한 형태를 제외한 모든 부속의 형상이 동일하다. 시제품 옆에는 탄알집과 대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사격을 하는 사진 등이 함께 전시됐다.

특별전 관계자는 "다른 전시 무기들도 의미가 있지만 'M2 대한민국 1호 시제품'은 대한민국 자주국방 태동기를 대표하는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M2 소총은 1945년부터 생산돼 우리군도 한국전쟁(6·25전쟁)과 베트남전에서 많이 사용했고 2014년까진 예비군용으로도 쓰였다.

이 총의 제작은 오늘날 K-방산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차, 자주포, 이지스구축함, 초음속 전투기, 각종 유도무기 등 대부분의 무기체계를 생산할 능력이 있지만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총과 대포는 물론 대검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당시까지 우리가 사용하던 군용품은 대부분 미국의 지원품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위해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한 뒤 1971년11월10일 '긴급병기개발지시'를 하달했다. 불과 약 40일 뒤인 12월30일까지 소총, 기관총, 박격포 등 무기의 1차 시제품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3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기밀해제-국군정보사령부 총기를 보다' 특별전에 M2 카빈 시제품 1호가 진열돼 있다. 이날 개막해 내년 3월 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M2 카빈 시제품 1호, 마드센 경기관총 등 국내의 희귀 총기 총 52점이 공개된다. 2022.11.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박 대통령이 지시한 무기 리스트는 △M2 카빈 10정 △M1 소총 자동화 MX 2정 △M1919A4 및 M1919A6 기관총 각 5정 △60㎜ 박격포 M19 4문, 81㎜ 박격포 M29 6문, 경량 60㎜ 박격포 2문 △3.5인치 로켓포 M20A1 및 M20B1 각 2문 △Mk2 수류탄 300발 △M18A1 크레이모어 20발, M15 대전차지뢰 20발 등이다.

해당 무기들은 당시 시점에서도 대부분 개발된 지 30년이 넘었기 때문에 일단은 단순한 복제품을 만드는 게 과제였다. 하지만 당시 우리의 전반적인 산업 수준은 형편없었고, ADD도 창설 1년을 지나지 않았었다. ADD는 사업 명칭을 '번개사업'으로 정했는데 '번개처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와 함께 '번갯불에 콩 볶아먹기'라는 연구원들의 자조를 담았다는 후문도 있다.

ADD 직원들은 청계천을 드나들며 각종 공구, 장비를 구했고 실제 무기를 공수해 '역설계'하는 등 피나는 노력 끝에 12월15일 시제품을 완성했다. 12월16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시제품을 직접 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격려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1972년엔 M101 105㎜ 곡사포 등의 품목이 추가된 2차 번개사업이 3개월 동안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무기 국산화의 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사거리 200㎞의 지대지 유도탄을 만드는 '백곰사업'도 비공식적으론 1차 번개사업 직후, 공식적으론 1972년 착수했다.

정부는 1973년 독자적인 전력증강계획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1974년 일명 '율곡사업'으로 불리는 제1차 계획(1974~1981)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라 소총부터 전차까지 각종 무기가 신형으로 교체됐고 해·공군의 전력도 크게 개선됐다.

K-방산은 이제 우리군의 수요를 충족함은 물론 전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K-방산 수출액은 이달 초 사상 최대 규모인 170억달러를 돌파해 연말까지 2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방산 수출액 72억5000만달러보다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 5%를 돌파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번개사업 때의 각오로 민·관·군이 합심하면 앞으로도 K-방산은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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